원융(圓融)의 정치가 필요하다
원융(圓融)의 정치가 필요하다
  • 이기표 부산보현의집 원장
  • 승인 2012.04.23 10:36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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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이기표(시인. 부산보현의집 원장)

19대 총선 다음날 꼭두새벽에 전화가 걸려왔다.
“옛날에 환촌운동을 같이하던 김OO 입니다. 선거결과를 보다가 갑자기 생각나서 전화 드렸습니다. 우리가 벌였던 환촌운동을 다시 시작할 때가 된 것 같아서요.”

수화기를 통해 들려오는 그의 목소리가 나를 20여 년 전의 과거로 끌고 갔다. 영호남 갈등으로 점화된 지역갈등이 전국으로 확산될 즈음이었다. 그때 부산지역의 몇몇 젊은이들이 모여 사분오열된 지역과 지역을 하나로 묶는 고리역할을 해보자는 취지로 ‘환촌운동본부(環村運動本部)’라는 간판을 내걸었었다. 그러나 우리의 순수한 뜻은 그리 오래가지를 못했다.

간판을 내걸고 처음으로 기획한 것이 호남지역의 젊은이들을 부산으로 초청하여 친선을 도모하는 행사를 갖는 것이었는데 엉뚱한 종교문제로 판이 깨지고 말았다. 나의 실수였다. 발기인 자격으로 환영사를 하는 중에 불교의 중심사상인 ‘원융(圓融)’을 강조한 것이 사단을 일으키고 말았다.

영남은 불교세가 강하고 호남은 기독교가 흥한 지역이다. 뒤에야 깨달은 일이지만 기독청년이 주축을 이룬 호남지역 대표를 불러놓고 불교적 화두로 너스레를 떨었으니 ‘특정종교의 하수인’이라는 오해를 살만했다. 환촌이고 순환이고 거기서 끝이었다.

그랬던 것을 다시 해보자는 것이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지만 원융의 정치가 필요하고 원융할 줄 아는 지도자가 필요하다는 생각은 절실하다.

원융이 무엇인가. 어느 한쪽에 치우치거나 편벽됨이 없이 서로 융화하여 하나가 됨으로써 모두가 만족할 수 있음을 말한다. 정치인이 원융하면 난장판정치는 사라진다. 순리의 정치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도자가 원융하면 사회적 갈등은 자연히 사라진다. 차별이 없는 평등한 세상을 열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총선을 통해 나타났듯이 우리 국민들은 원융의 길로 한 발짝씩 가까이 다가가고 있다. 특정 정치세력의 철옹성이었던 부산에서 반대세력의 국회의원이 두 명이나 당선되었다. 같은 권역인 경남도지사도 민주당 출신임을 감안하면 결코 작은 변화가 아니다.

변화의 징조는 호남의 중심인 광주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이전에는 발도 붙이지 못하던 정당 후보가 제법 큰소리를 칠 정도가 되어있는 것이다. 이런 변화의 바람을 잠재워서는 안 된다. 아직은 비록 미풍에 불과하지만 원융의 바람이 거세게 불면 만년병폐인 지역갈 등이나 사회적 갈등은 스스로 없어지고 만다.

원융은 우리 한민족의 전통사상이다. 그래서 심성이 모나지 않고 둥글다. 집을 지을 때에도 주춧돌에서부터 각을 세우지 않는다. 지붕도 곡선의 미를 강조하는 것이 우리민족이다. 그래서 부딪치기 보다는 타협을 우선하고, 경쟁하기 보다는 협동을 우선했다. 우리만의 독특한 생활문화인 마을공동체문화, 즉 두레문화가 원융의 표본이지 않은가.

이렇다 할 부존자원도 없는 조그만 나라가 경제대국의 반열에 올라설 수 있었던 근원도 나를 숙여 남과 협동하는 원융사상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러나 그러한 전통문화를 훼손시킨 장본인이 정치인들이다. 정치가 지역갈등을 부추기지만 않았다면, 정치가 사회갈등을 부추기지만 않았다면 우리는 벌써 세계의 최정상에 올라서고도 남았을 것이다.

대통령선거가 몇 달 앞이다. 요동치는 대세론에 장단을 치지 말고 과연 누가 갈등을 잠재울 수 있는 원융의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느냐를 신중히 살펴보아야 할 때다. 자기를 내세우지 않고, 자기의 기득권을 고집하지 않는 지도자, 그러한 원융의 지도자를 선출해야만 온갖 사회적 갈등을 치유하고 모든 국민이 만족해하는 진정한 선진국의 지위를 누릴 수 있을 것이다.

/ 이 기 표(시인. 부산보현의집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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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뚱한 진단 2012-04-23 11:40:13
핵심은 소선거구제 패기, 독일식 선거방식을 도입. 영호남내에서 상대지역 후보들이 대거 나올수 있는 구조를 만들면 된다. 그런데 누구보다도 반대하는 쪽이 현재 영남을 지역기반으로 하는 새누리당이다. 노무현대통령이 소선거구제를 포함한 헌법개정을 하려 대연정을 제안했다가 거부당했다.

영남정치인+조중동찌라시가 절대유권자수를 앞세운 현행선거제도로 대대손손 특권을 누리는 걸 포기하겠는가? 환촌운동이 처방전?

엉뚱한 진단 2012-04-23 11:32:58
영호남을 극한대립으로 몰아야 정치로 천년만년 해먹을 수 있는 구조가 생긴다.
겉으론 지역대결이고 공평한 경쟁처럼 보이지만
사실 지역구 수만 비교해 보면 영남:호남=67:30 이다.
호남은 아무리 대동단결해 봐도 37:0에서 출발한다. 경쟁 전에 이미 불공정한 게임이다.
언론은 이 사실을 부각시키지 않는다. 그저 지도상으로 지역대결만 보여준다.
영남정치인,언론의 카르텔이 영남독식구조를 지탱하는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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