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인도적 사업과 한・미 민간단체의 협력
대북 인도적 사업과 한・미 민간단체의 협력
  • 불교방송이사장 영담 스님
  • 승인 2012.03.03 0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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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 캐피탈 힐 포럼 발표문

1. 북한 취약계층 지원사업의 중요성

소납은 어제 열린 브리핑 시간에 ‘한반도 평화실현에 대한 남한 사회의 여론’이라는 주제로 발표를 하며 한・미 종교계의 협력이 북한의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사업에서부터 시작되기를 바란다는 말씀을 드렸습니다.

먼저 북한의 식량 사정을 살펴보면, 2011년은 북한의 식량난이 1990년대 중반 수백만명이 아사한 ‘고난의 행군’ 시절보다 더 심각해서 ‘고난의 초강행군’ 시기라고 부를 정도였습니다. 그나마 2012년은 호전의 기미가 보이고는 있지만 이는 비교 수치의 호전일 뿐 절대적 식량부족 상황은 여전하다고 합니다.

이 내용은 지난해 11월 25일 발표된 WFP(세계식량계획)와 FAO(식량농업기구)의 북한의 식량 수확량 공동조사 보고서에 잘 나타나 있습니다. 이 조사는 지난해 10월 초에 북한의 9개 도, 29개 군에서 10일간 진행되었는데 보고서에 따르면 ▲ 북한의 2011년 식량 생산량은 도정하기 전 기준으로 5백 50만톤, 도정한 알곡 기준으로 4백66만톤으로 2010년에 비해 8.5% 증가가 예상되지만 ▲ 그래도 필요량에서 74만톤이 부족하며 ▲ 부족분 74만톤 중 북한 정부가 32만 5천톤을 수입한다 하더라도 여전히 42만톤 가량이 부족하여 약 300만명 분의 식량지원이 필요하고 ▲ 특히 어린이들의 영양실조가 우려된다고 합니다. 또한 보고서는 2011년 5개월 동안 공식적 배급은 1인당 하루 요구량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한 200g 밖에 지급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어제도 말씀드렸지만 소납이 북한의 식량난에서 특히 주목하는 점은 북한의 인구의 1/4에 이르는 610만명의 취약계층입니다. 취약계층은 5세 미만의 영유아와 유치원생, 초등학생, 중학생, 임산부, 수유부, 독거노인, 부양가족이 많은 가구, 장기요양환자, 장애자 등을 지칭하며 텃밭 농사, 시장활동 참여 등을 통해 생존 수준의 식량을 조달할 수 있는 일반 주민들에 비해 이들은 배급 이외의 식량조달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식량난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 계층입니다. 더구나 이들의 문제가 심각한 것은 400만명이 식량수급이 가장 불안정한 북동부 지역에 분포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한마디로 북한의 취약계층은 북한 정부로부터도 보호받지 못하고 남한의 대북 인도적 지원사업에서도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버림 받은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래서 소납이 상임대표로 있는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이라는 대북지원 민간단체에서 2010년 4월부터 북한의 취약계층을 지원하는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은 1996년 창립된 단체로서 남한의 대북지원 민간단체 중 역사가 가장 오래되었고 지원규모도 가장 커서 리더 단체의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지금부터는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에서 북한의 취약계층을 지원하는 ‘BaB이 희망이다’라는 명칭의 캠페인을 소개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2. 사례 - ‘BaB이 희망이다’

사례 소개에 앞서 먼저 'BaB'이라는 단어에 대해 설명 드리겠습니다.
'BaB'은 Bread and Balance의 약자입니다. 그러나 남한에서는 한국인의 주식인 ‘밥’으로 통합니다. 이렇게 보면 ‘BaB이 희망이다’는 굶주리지 말아야 희망도 갖게 된다‘는 의미가 담겨있다고 하겠습니다.

지원대상은 한반도에서 가장 북쪽에 있는 함경북도 온성군의 105개 유치원이며 여아가 3,317명, 남아가 3,075명 총 6,392명입니다. 현재는 44개 유치원과 1개의 고아원을 대상으로 3,000여명의 어린이들에게 지원을 하고 있는데 속도는 빠르지 않지만 점점 지원대상이 확대되고 있는 추세입니다.

지원내역은 어린이 1명당 1일 1개의 영양빵과 콩가루를 지원하고 1년에 두 차례 선물상자와 옷, 신발 등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영양빵을 제공하는 것은 곡물을 지원할 경우 군사용 전용의 시비가 나올 수 있기 때문에 아예 이를 차단하기 위해서입니다. 현재 우리가 지원하는 빵은 방부제를 넣지 않기 때문에 유통기한(7일)이 매우 짧습니다. 빵이 생산되어 어린이들의 손에 도착하는 기간이 지역에 따라 2~3일 정도 걸리는데 이런 점에서 보면 ‘즉시 소비형’ 식량지원이라 할 수 있습니다. 빵의 신선도를 높이기 위해 운송기간을 줄이고자 노력을 하고 있지만 온성군 지역이 험한 산악지형인데다 차량과 기름 사정도 워낙 열악해 개선이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빵은 신선도 유지와 생산비용의 절감을 위해서 온성군 인근의 중국 도문에서 생산하고 있으며 분배의 투명성 문제는 활동가가 직접 온성군에 들어가 물자를 전달하면서 온성군인민위원회로부터 물자 인수증을 받고 사진도 찍어 오는 것으로 해결하고 있는데 아직 남한 국적을 가진 사람은 온성군 출입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외국 국적을 가진 교포가 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사업비용은 주로 단체와 개인의 후원금으로 충당하고 있으며 2010년에는 인천광역시에서 1억원을 후원하여 8월부터 5개월간 24개 유치원 1,500명의 어린이를 지원기도 했는데 이는 북한의 취약계층 지원사업에 남한의 지방정부가 참여한 첫 사례였습니다.

북한 어린이 1명을 지원하는데 필요한 비용은 1년에 12만원입니다. 1년 동안 매일 빵 1개를 보내는데 9만원(@250원×30일×12개월), 1년에 두 번 선물상자를 보내는데 1만원(@5천원×2회), 1년에 두 번 옷과 신발을 보내는데 2만원(@1만원×2회) 이렇게 해서 12만원입니다. 현재 매월 투입되는 사업비용은 2,300~2,500만원 가량입니다. 이 사업비용은 현재 8개 단체 257명의 후원금으로 충당하고 있는데 단체의 경우 북한의 유치원과 결연을 하는 형태로 후원금이 사용됩니다.

이 지원사업에서 한 가지 특별하게 주목할 점은 북한의 접촉대상이 지방 인민위원회라는 점입니다. 그간 남한 민간단체의 대북 인도적 지원사업은 북한 중앙정부 소속의 민족화해협의회를 통해서 이루어져 왔습니다. 하여 이번 지방 인민위원회와의 협력은 대북 인도적 지원사업에서 새로운 전환점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이 이 지원사업에 각별한 노력을 기울이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3. 대북 인도적 지원을 위한 한・미 민간단체 연대 방안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의 취약계층 지원사업은 2001년 7월, 평양의 만경대구역과 사리원시 등에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그 후 2004년 4월부터는 평안북도 신의주 및 룡천지역 고아원, 장애인 시설 6곳에 대한 지원이 진행되었습니다. 북한의 특성상 평양지역 이외에는 한국인이 직접갈 수 없어서 중국 국적의 조선족 동포 현지실무자를 통해 정기적으로 지원하였고 2008년 6월부터는 평안북도 지역에 이어 온성군 5개 유치원 어린이 2,344명에게 매월 급식용 국수, 콩기름 및 필수생필품을 지원하였습니다.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의 취약계층 지원사업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남북관계 위기 속에도 사업을 계속 추진하였다는 점입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은 북한과의 신뢰를 더욱 공고히 할 수 있었고 그 결과 북한의 온성군 인민위원회와 수차례 협의를 진행하여 2010년 3월 어린이 지원사업에 대한 합의서를 체결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이처럼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의 취약계층 지원사업은 대북 관계에서 신뢰 구축이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라 하겠습니다.

솔직히 고백하면 소납은 미국 민간단체의 대북 인도적 사업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습니다. 그래서 한・미간 연대 방안이 이거다 라고 제시하는 것도 참으로 어려운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인도적 지원에는 국가와 인종, 종교와 이념이 걸림돌이 될 수 없다는 ‘국제적 상식’에 비춰볼 때 한・미간 연대 방안은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고 봅니다.
그래서 소납은 구체적인 연대방안을 얘기하기보다 남한의 대표적인 대북지원 민간단체(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에서 몸담아온 경험에 기초해서 한・미간 연대의 원칙에 대해 세 가지만 말씀드릴까 합니다.

첫째, 북핵 문제와 인도적 지원사업은 철저히 분리되어야 합니다.
둘째, 종교 확산과 개혁・개방 유도라는 의도가 없어야 합니다.
셋째, 성과 위주의 단기적 사업이 아니라 지속성이 담보될 수 있는 사업이 추진되어야 합니다.

소납은 이런 원칙에서 우선 동의가 이루진다면 한・미 민간단체의 경험과 능력으로 볼 때 많은 사업 아이템이 협의의 테이블에 놓여 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상으로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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