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은사 사태’에도 불구하고 명진 스님은 천일기도를 통해 수행하며 재정투명화, 기하급수적인 신도확충 등의 성과를 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후 임명된 진화 스님 등 현 봉은사 집행부의 부담이 클 수밖에 없었다. 2011년 봉은사는 어떻게 변했을까?
일단 봉은사는 안정화됐다. 수행사찰로서, 강남 포교 일번지로서의 위상은 흔들리지 않았다. 봉은사는 조계종 현대사에서 각종 혼란기 침체와 성장을 반복했다. 하지만 명진 스님이 떠난 후 침체는 없었다는 게 봉은사 현 집행부의 평가이다.
봉은사 주지 진화 스님이 기자들과의 만남을 자처했다. 직영사찰 전환과정의 혼란 속에서 주지로 임명된 이후 내외의 어려움 속에서도 안정을 되찾고 공부하고 기도하는 수행사찰로서의 위상을 갖춰가고 있다는 것을 설명하기 위한 자리였다.
진화 스님은 1월 30일 교계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11쪽 분량의 자료를 배포하며 봉은사의 2011년 운영 결과와 성장 사실을 설명했다. 봉은사는 교계 기자 간담회에 이어 중앙일간지와도 간담회를 가졌다.
진화 스님이 밝힌 2011년도 주요 성과는 △공부하고 기도하는 수행풍토 정착 △사찰 수입 증대 △사중과 긴밀한 협력을 기반으로 최고의 신도회 발돋음 △사회적 공헌 확대 △종단 공동의 불사 지원 △지역포교 활성화 기여 △평화결사 중심도량으로서 사업 확대 △수행환경 수호를 위한 노력 △핵심신도 양성을 위한 신도교육 활성화를 꼽았다.
“선교육대법회로 최고의 법문 나눔 기회 제공”
진화 스님은 “2011년 도일, 무비, 고우 스님을 초청해 연 선교율대법회를 통해 이 시대 최고의 법회를 열었으며, 전국 불자들에게 최고의 법문을 나눌 기회를 제공했다”고 밝혔다.
진화 스님은 또 “코엑스 등 고층빌딩 숲에 갇혀 천년고찰의 수행환경이 위협받고 있어 봉은사 수행환경 수호 원력에 대중 개인의 발원에 더해 관세음보살 42대원 성취 다라니기도를 시작했다”면서 “지난해 9월부터 2015년 3월까지 3년 6개월간 기도를 진행하며, 4천여 불자가 접수해 매회 2천명 이상이 동참하고 있고, 도량불사비로 현재 6억7천여만원이 적립됐다”고 밝혔다.
봉은사의 가시적 안정화는 수입의 증가로 증명된다는 게 진화 스님의 설명이다.
진화 스님은 “주지 스님 교체기에 빚어진 혼란으로 사찰 재정의 감소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았으나 사부대중이 한 마음으로 노력한 결과 단기간에 안정을 되찾다”면서 “2011년 수입이 전년 대비 8.9%가 증가했다”고 공개했다.
“사시예불 등 기도 직접 목탁 잡자…신도들 자연스레 동참”
진화 스님은 “주지가 사시예불을 포함해 주요 기도 봉행시 직접 목탁을 잡고 의식을 집전하는 한편, 대중 스님들이 평상시대로 조석예불, 발우공양, 울력에 참여해 수행자의 면모를 보여줌에 따라 신도들도 자연스럽게 신행활동에 동참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봉은사는 지난해 부처님오신날을 지나면서 안정적 수입 증가세를 보여 2010년 약 118억원의 수입이 2011년에 약 129억여원으로 증가했다. 봉은사는 안정 추세에 힘입어 올해(2012년) 예산을 전년 대비 6.6% 증액한 약 138억원으로 편성했다.
봉은사는 직영사찰 지정 분란 속에서 우려된 신도회 역시 사중과 긴밀한 협력으로 최고의 신도회로 발돋움했다고 밝혔다.
진화 스님은 “신도회 조직 개선과 교육에 힘써 불교계 최고의 조직력과 역량을 갖춘 신도회로 자리 잡았다”고 자평하며 “신도회도 자체적 신도교육과 신행 시스템을 갖춰 교육과 신행활동을 이끌고 있다”고 소개했다.
진화 스님은 “신도회 임원이 자발적으로 법회 행사 모연 등에 동참해 모범을 보여, 지난해 신도회가 직접 준비해 봉축행사에 역대 최대인원인 2200여명의 연등조직원이 동참했고, ‘행복나눔바자회’로 9천만 원의 기금을 조성해 태국홍수기금과 미얀마 바간 지역 학교건립 기금 등 국제구호사업을 지원했다”고 밝혔다.
“매월 사찰확대회의서 재정상태 보고…투명화 지속”
진화 스님은 봉은사가 그동안 운영한 사찰 재정 투명화 역시 지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진화 스님은 “2007년 봉은사는 사찰 재정내역을 공개한 이후 현재까지 매월 신도회 임원 전체를 대상으로 한 사찰확대회의에서 재정상태를 보고하고, 신도회 역시 재정을 공개하고 있다”고 밝혔다.
스님은 “최고 의결기구인 종무회의에 신도회 회장단은 물론 부장단까지 참석해 주요 의사결정을 함께하고 실무진행 과정에도 참여해 명실상부한 사부대중 사찰 공동운영 사례를 보여주고 있다”고 자평했다.
진화 스님은 또 “불교모금학교 개설, 각종 복지시설 수탁운영, 사회복지법인 봉은의 활성화 등을 통해 사회적 공헌을 확대해 갈 것이며, 직영사찰로서 종단공동의 불사지원에도 적극 동참하겠다”고 덧붙였다.
봉은사는 지난해 11월 강남구립 대치노인복지센터를 수탁 개관했다. 또 올 1월에는 성동구에 노숙인 쉼터인 ‘24시 게스트 하우스’ 운영을 시작했고, 봉은사 사회공헌 확대를 위해 사회복지법인 봉은에 모금전문가를 사무국장으로 채용했다. 이를 통대로 지난해 5월부터 10주 과정의 불교모금학교를 교계 처음 개설해 총 54명이 교육을 받았다. 지속적인 장학사업으로 약 7천만원의 장학금을 40여명의 학생에게 지원했다.
종단 공동불사 지원은 직영사찰로서의 역할을 다하겠다는 의지라는 게 봉은사 설명이다. 중앙승가대학교에 매년 1억 5천만원의 장학금과 5천만원의 학술기금 지원, 동국대학교에 1억, 종단에 승가교육진흥기금 7천만원, 논산 육군훈련소 군법당 건립에 1천만원, 특별선원 봉안사에 5천만원을 지원했다.
봉은사는 수행환경 수호를 위한 노력에 각별한 관심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진화 스님은 “코엑스 빌딩 증축 등 수행환경을 위협하는 요인에 대해 사부대중이 한 마음으로 나서 수행환경 수호에 나설 것”이며, “나아가 사찰운영에 지나친 제약을 가하고 있는 봉은역사공원 해지를 위해 곧 서울시와 협의에 나설 예정”이라고 밝혔다.
“직영사찰 의무 역할 다할 것…종단 내외 기대에 부응”
봉은사는 1971년 8월 봉은사 부지 도시계획 결정 이후 종교활동 시설물 등 설치에 제한을 받아왔다. 결국 봉은사는 종교활동 제한과 불법건축물 양산 신도 및 외국인 이용시설 부족난 등을 겪어왔다. 헌법이 보장한 종교의 자유와 사유재산권을 심대하게 침해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전통사찰 봉은사 주변은 난개발과 대형 건축물들로 인해 자연환경과 수행환경이 심각한 위협에 처했다. 빌딩 숲에 둘러싸여 전통문화 보존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진화 스님은 “도시계획 전문가와 변호사, 건축가들로 구성된 봉은사 가람정비 자문위원회를 설치했다”면서 “자문위는 중장기 발전계획을 수립하고 큰법당, 주차장, 기타 부속시설 등은 지하화하고 지상공간은 문헌이나 옛 사진을 참고해 최대한 전통사찰로 복원하겠다”고 밝혔다.
봉은사가 설정한 올해 종책기조는 △평화결사 중심도량과 수도권 포교의 핵심 거점화 △법회와 기도를 중심으로 하는 수행 중심 사찰 △천년을 이어갈 가람정비 중창불사 토대 마련 등이다.
진화 스님은 “올해도 선교율대법회(일요법회)와 관세음보살 42대원 다라니기도(관음재일 기도)를 중심으로 수행과 기도의 여법한 분위기를 유지하면 신도와 수입은 증가될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평화결사 중심도량으로 다양한 사업과 수도권 포교 거점사찰 역할로서의 종단 내외 기대치에 부응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진화 스님은 간담회를 마치면서 “봉은사에 애정과 관심을 가져달라. 잘못하는 것은 살살 다뤄달라.”는 애교섞인 당부를 하면서 “앞으로 봉은사가 강남 포교의 중심도량으로 수도권 포교거점 사찰로서 역할을 다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