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전철탑 건설 중단과 가야산 관통도로 건설 백지화를 요구하며 `가야산지키기연대`가 무기한 천막기도에 들어갔다. 때맞춰 발굴중인 보원사지와 백제의 미소로 너무나 잘 알려진 서산마애삼존불을 찾았다.
거대한 바위덩어리. 만 중생의 고통을 등에 지고 정토라 할 보원사로 향하는 구세대비자의 모습! 서산 마애삼존불을 친견한 첫 느낌이다. 이따금 빛의 각도에 따라서 보여준다는 미소는 열반락을 즐기는 해탈지안의 모습을 연상케 했다. 그러나 이러한 감상도 잠시 불안감이 밀려왔다.
마애삼존불 등에 짐 지어진 거대한 바위 덩어리는 수많은 절리와 박리가 진행 중이다. 그 정상에는 족히 수 십 년은 된 서너 그루의 소나무가 버티고 있었다. 수직 수평으로 무수하게 발달한 절리군은 바위산이 언제 무너져 내릴지 모른다는 경고를 보내고 있었다. 소나무의 뿌리는 바위를 쪼개며 마치 암근처럼 마애불의 정수리를 향해 뻗어 내리고 있을 것이다.
일군의 관광객이 안내자의 설명을 듣고 있었으나 관리자는 수 십 미터 떨어진 실내사무소에 있었다. 누군가 불순한 마음만 먹는다면 순간적으로 훼손이 가능했다. 마애불로 향하는 돌계단의 침하현상과 주변의 패임 현상은 무수한 발자국의 하중을 힘겹게 지탱한 흔적들이다.
국보 제84호인 서산마애삼존불상에 대한 그 불교미술사적, 신앙적 가치를 새삼 논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보존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을 세우라는 채근은 지나침이 없다. 불상의 좌우 암벽에 절리진행을 측정하는 2개의 눈금자를 고정해 놓았으나 어딘지 모르게 보호 의지를 느끼기에는 부족했다.
비전문가일 수밖에 없는 필자이나 몇 가지 제안을 한다.
첫째, 지질학자등 전문가 그룹에 의한 마애불이 있는 전체 암산(巖山)에 대한 초정밀 정기안전진단 강화가 절실하다. 마애불만을 위한 배후 암산과 주변에 대한 최첨단 장비를 통한 정밀 ‘자동지반진동계측’ 등을 실시, 미세한 변위라도 감지하고 그 미치는 영향을 조사해야 할 것이다.
둘째, 마애불 정상의 소나무는 보기에는 좋으나 제거되어야 한다. 수 십 년생 소나무들이 처음부터 자리한 것이 아닐 게다. 수 십 년 동안 차츰차츰 자라나다 보니 푸른 솔이 우거진 것이 보기에 좋고 나무가 굵어져 제거하기 어렵게 된 것이다. 소나무가 크면 클수록 뿌리역시 마애불 정수리를 향해 뻗어내려 바위에 틈을 만든다. 마애불의 안전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이 문제를 어떻게 풀 것인지, 나무를 제거한다면 어떤 방법으로 할 것인지 관계 당사자 간 논의와 합의가 있어야 한다.
셋째, 바위의 절리 진행은 강수, 특히 결빌해빙의 반복에 의해 더욱 가속화 한다는 것이 정설이다. 암산의 정상이나 측면의 절리 진행과 상관관계에 대한 연구와 대책이 필요하다. 전체 ‘바위군의 절리지도’를 작성하고 그 변위 진행을 실시간으로 점검해야 할 것이다. 현대 과학기술로 가능하다. 대량 입수가 가능한 절리를 방치해야 할지 아니면 자연소재를 이용한 메움 조치라도 강구해야 할지 전문가의 진단이 필요하다.
넷째, 개방시간에는 마애불의 지근거리에 관리자가 있어야 한다. 사고는 순간에 발생한다. 필자 도착 시 향로가 없음에도 마애불에서 불과 50cm 바로 앞 모래 바닥에 금줄이 쳐있음에도 누군가 향을 피워놓았다. 불심으로 볼 수 있으나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이며 제지해야 할 행위다.
다섯째, 장기적으로는 관람객 수의 제한이다. 마애불 보호 각 아래 석축을 쌓아 놓았다. 보호각 설치 시 쌓은 것인지는 모르나 전체적으로 마애불 후면의 암산을 기초에서 지지해 준다는 느낌을 받았다. 관람객 수가 마애불의 안전도에 지장이 없을 것이라 생각 할 수 있으나 그렇지 않다. 마애불로 향하는 돌계단의 침하가 그 증거다. 지속적인 많은 인파가 내왕하는 가운데 지반은 미세하나마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여섯째, 마애불과 주변을 정기적으로 정밀 촬영, 전산 입력하고 이를 비교분석하는 작업도 필요하다. 육안으로 감지 못하는 변위에 대한 정밀한 정보를 찾아낼 수 있다.
마지막으로 관리자로 하여금 매일 기록 일지를 자료로서 남기게 해야 한다. 그날의 기후변동과 육안에 의한 변동 사항을 자세히 기록하게 해야 한다. 적고나면 기록 폼(form)이나 체크리스트를 만들어 확인하게 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그 옛날 어느 구도자의 손끝에서 탄생한 서산마애삼존불! 그 천년의 미소가 우리 곁을 떠나가고 있다는 안타까움에 착잡하다.
/ 法 應
서산마애삼존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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