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야산지키기시민연대(추)(이하 가야산연대) 소속 스님들이 '송전철탑 건설 중단, 가야산 관통도로 건설 백지화' 등을 요구하는 무기한 천막기도 정진에 들어갔다.
가야산연대는 20일 서산사암연합회 고문이자 개심사 주지인 선광 스님과 일락사 주지 삼서 스님, 보원사 주지 정범 스님이 이날 낮 12시부터 철탑공사현장(보현사지 발굴현장에서 임도 따라 3km. 해발 450m 산등성)에서 무기한 천막기도정진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이들은 '무기한 천막기도정진에 들어가며'라는 결의문을 통해 송전철탑 건설 중단과 가야산 관통도로 건설 백지화를 요구하며 충남도와 한국전력, 중앙정부에 '선 공사 중지와 후 대안마련'을 촉구했다.
또 충남도와 전문가, 환경, 종교단체가 공동으로 실시하는 생태환경과 문화유적의 체계적인 조사연구를 먼저 실시할 것과 충남도와 환경단체, 종교단체, 지역주민 대표가 참여하는 가야산 전역 도립공원 지정을 위한 실무기구 구성도 함께 요구했다.
다음은 결의문 전문.
무기한 천막기도정진에 들어가며 저희들은 오늘 ‘가야산 송전철탑 건설 중단과 관통도로 건설계획 철회’를 요구하며 비장한 마음으로 송전철탑 공사현장에서 무기한 천막기도정진에 들어갑니다. 수행자가 왜 그러느냐는 분들도 있고 저 또한 망설였습니다만, 지금 저희들 마음은 아주 명확합니다. 잘 아시다 시피 경주 남산이 신라 불교문화의 성지라면 이곳 가야산은 백제 불교문화의 성지입니다. 천년 사찰 개심사를 비롯해서 골골마다 문화유적지입니다. 공주와 부여가 백제의 왕실문화라면 이곳 가야산 일대는 민중의 문화입니다. 동학농민군의 소도이기도 합니다. 해안과 내륙을 연결하는 관문이기도 합니다. 서산, 홍성, 예산, 당진 사람들의 생명줄인 농사짓고 먹고사는 물이 처음 시작되는 곳입니다. 근세에는 천주교의 발원지이자 천주교인들이 박해받은 아픈 역사를 갖고 있는 성지이기도 합니다. 민중들의 아픔과 한, 기쁨과 꿈을 수 천년동안 묵묵히 품어주던 어머니와 같은 곳입니다. 그동안 개발의 손길이 미치지 못한 생태계의 보고이기도 합니다. 지금 가야산은 야단법석입니다. 얼었던 계곡물이 녹아 흘러내리면서 진달래 꽃망울을 터뜨리고 있습니다. 개구리는 여지없이 계곡에 알을 품었습니다. 산새들은 짝을 지어 부지런히 둥지를 틀고 있습니다. 그래서 산길을 걷다보면 마음이 넉넉하고 행복해 집니다. 이토록 평화롭고 생명이 넘치는 가야산에, 천주교와 불교문화유적의 향기가 진동하는 이 가야산에 포크레인과 전기 톱날 소리가 날카롭게 계곡을 가릅니다. 지난겨울 칼바람 소리보다 더 날카로운 소리입니다. 생명을 죽이고 문화유적을 훼손하고, 역사를 매장시키는 것을 차마 더 이상은 지켜 볼 수만은 없어 이렇게 무기한 천막기도정진에 들어가게 된 것입니다. 지역 주민들께 호소합니다. 불교계에 간청합니다. 충남도와 한국전력을 비롯한 중앙정부에 요구합니다. 관계당국은 저희들의 단호한 요구와 정중한 제안을 숙고해 주시어 빠른 시일 내에 사태가 원만히 해결될 수 있도록 하여주십시오. 2007년 3월 20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