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다·예수 오신 뜻은 곧 자비와 사랑”
“붓다·예수 오신 뜻은 곧 자비와 사랑”
  • 서현욱 기자
  • 승인 2011.05.10 23: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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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축특집-③ 르포] 정토회 이웃종교인과 함께 봉축법회
▲ 정토회 '이웃종교인과 함께하는 봉축법회'에서 타종교인들이 아기 부처님께 관욕하는 관불의식에 참여했다.

정토회, 10일 오후 이웃종교인과 함께 봉축법회 봉행
강화 전등사, 천태종 명락사도 ‘다종교인’ 초청 봉축

불교 스님, 기독교 목사와 가톨릭 신부, 동학 선도사 등 종교인들이 한 자리에 모여 부처님오신날을 봉축했다. 종교 갈등과 특정종교의 불교폄훼 속에서도 의식있는 종교인들이 종교화합과 협력을 몸으로 실천한 것이다.

재단법인 정토회(이사장 법륜 스님)가 10일 오후 4시 정토회관에서 봉행한 ‘종교인과 함께하는 부처님오신날 기념 봉축법회’는 종교인들이 한 자리에서 화합과 협력, 종교인의 역할을 모색했다.

정토회의 봉축법회는 스님 대신 목사와 신부가 ‘법문’을 했다. 법륜 스님은 크리스마스 미사에 초청돼 신부님 대신 설교한 인연을 설명하며, 김명혁 목사(한국복음주의협의회장)와 김홍진 신부(천주교 쑥고개 성당 주임신부)에게 ‘법문’을 청했다. 법륜 스님은 법문을 청하며, “청법가와 삼배를 올려야 하지만 의식은 생략하고, 법문을 듣는 마음으로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부처님과 예수님 등 성현들이 오신 뜻을 새기는 자리를 마련하고 싶다”고 했다.

스님 대신 목사·신부가 ‘봉축 법문’

이에 김명혁 목사는 먼저 법상에 나와 ‘법문 아닌 법문’을 펼쳤다.

김명혁 목사는 이날 법문을 불자들에게 축하와 존경의 뜻을 담아 시작했고, 끝마쳤다. 김 목사의 ‘법문’에 참석 대중들은 박수로 감사의 뜻을 화답했다.

김명혁 목사(한국복음주의회장)는 “ ‘이 땅에 부처님과 예수님이 오신 의미와 종교인의 역할’ 이란 제목으로 ‘법문’을 하라고 해주셔서 고맙고 뜻 깊다”며 “평화재단에는 자주 오지만 법문은 처음이다. 불교와 부처님에 대해 전문적으로 연구하지 못해 죄송하다”는 말로 법문을 시작했다.

김 목사는 “부처님은 몸소 불쌍한 중생에게 자비를 베푸시는 것을 강조하시는 것으로 안다. 법륜 스님이 탈북자와 인도 사람들을 돕는 모습을 보면서 ‘자비’를 실천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부처님의 자비는 기독교의 사랑보가 깊고 넓고 더 순수하지 않을까 생각했었다”고 말했다.

▲ 김명혁 목사.

이어 김 목사는 “부처님의 탄생게가 ‘천상천하 유아독존 삼계개고 아당안지’란 이야기를 며칠 전에 들었다.”며 “탄생게는 존엄성을 나타난 것이고, 한 사람 한 사람을 존중히 여기는 사상과 존중하겠다는 다짐이라고 담겼다고 들었다. 중생에 대한 자비와 구원이 탄생게에 있다.”며 자신이 이해하는 부처님의 오심을 드러냈다.

부처님·예수님이 오신 의미와 종교인의 역할은

그는 붓다의 자비와 예수의 사랑이 같다며 붓다와 예수가 이 땅에 오신 것은 “죄인들의 죄를 구원하시기 위한 것”이라며 “이는 곧 자비와 사랑”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분열과 갈등과 저주가 가득한 세상에 평화를 주기 위한 것이 부처님과 예수님이 오신 뜻이며, 고등종교의 가르침은 통하는 게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 목사는 현대 기독교의 잘못을 반성해 눈길을 끌었다. 타종교 의식에서 개신교의 잘잘못을 고백하는 것이어서 봉축법요식에 참석한 대중들을 숙연케 했다.

김 목사는 “예수님이 이 땅에 오신 것은 구원과 평화로 요약할 수 있다”며 “세상을 향한 궁휼과 사랑이 이웃에게 나타나야 한다. 버림과 나눔의 자세로 화해와 평화를 이루어야 하지만 지금 한국교회는 궁휼도 용서도 사랑도 찾아보기 힘들고 분열과 저주로 가득하다”고 밝혔다.

물욕에 사로잡힌 한국교회, 여러분께 죄송하다

그는 “한국교회는 물욕과 정욕, 명예욕, 자리욕에 사로잡혀 화해와 평화보다 극심한 분열에 휩싸였다. 이 점 여러분에게 너무 너무 죄송하다.”고 사죄했다.

김명혁 목사는 “5개 종단의 가르침은 다르다. 하지만 자비와 사랑이라는 공통분모로 수년 전부터 자주 만나고 있다”며 “목사들과 만나면 의견 충돌이 있다. 정치적 입장이 다른 탓이지만, 타종교인들을 만나면 서로 좋다.”고 소개했다.

그는 특히 “화계사에 방문했을 때 수경 스님(전 화계사 주지)이 나에게 식사기도를 부탁하더라”며 “너무 고맙고 감사했다”고 추억했다.

이날 김 목사는 “종교인들이 힘을 모아 통일을 이룰 때까지 민족의 화해와 평화를 이루었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전했다. 김 목사의 법문은 “불자 여러분 사랑하고 존경합니다”라는 인사로 끝을 맺었다. 김 목사가 ‘법문’하는 동안 10여 차례의 박수 갈채가 나왔고, 김 목사는 법문 내내 웃으면서 “행복하고 기쁘다”는 표현을 반복했다.

▲ 김홍진 신부.

김홍진 신부 “법당에 오면 기분이 좋다”

김명혁 목사에 이어 ‘법문’에 나선 김홍진 신부는 “법당에 오면 기분이 좋다. 이곳(정토회 법당)의 부처님의 눈매와 내가 닮지 않았냐”며 웃음으로 이야기를 시작했고, 대중들은 ‘큰 웃음과 박수’로 법을 청했다.

김홍진 신부는 이날 ‘법문’을 정토회의 운영이념과 상통하는 정토세상 구현에 초점을 두고 이야기를 전개했다. 그는 먼저 “부처님의 자비가 온누리에 가득하길 기도한다.”고 했다.

이어 김 신부는 “3대 종교의 창시자를 우리는 성현이라 부른다. 붓다와 예수, 마호케트는 500년 정도의 시간을 두고 이 땅에 오셨다. 그분들의 가르침은 종교적 언어와 문화, 역사적 배경이 다르지만, 내용은 다 같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독교 이슬람 충돌 반성 고백 ‘눈길’

김 신부는 ‘고백’을 통해 기독교와 이슬람교를 비교해 설명했다. 그는 “그리스도교와 이슬람은 같은 하나님 얘기한다. 알라와 야훼는 같은 하나님이다. 경전도 같은 내용 포함한다.”고 전제하고 “하지만 중세시대 성지 탈환을 둘러싼 두 종교 간의 살육은 인간의 야만성과 만행을 드러낸 것으로 하나님을 따르는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고 고백하며 기독교와 이슬람의 충돌을 반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현대물리학이 증명하는 무한한 우주의 크기와 은하계의 별들의 숫자를 과학적 근거를 들어 설명하며 지구라는 곳에 사는 인간들이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를 설명했다. 김 신부의 설명은 ‘제행무상’의 불교적 가르침과 맞닿은 해석으로 여겨졌다.


그는 “우주의 규모는 엄청나다. 하지만 지구는 우주 속에서 초라해 보인다. 이 초라한 지구에 얼마나 많은 인간들이 사느냐”며 “인간의 또 다른 의미의 우주이다. 이 땅에 우리가 함께 태어나 살고, 성현들께서 깨달음을 주시려고 이 땅에 오셔서 사셨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가”라고 물었다.

불교 자비와 기독교 사랑 둘이 아니다

이어 김 신부는 김명혁 목사와 마찬가지로 불교의 자비와 기독교의 사랑이 둘이 아님을 강조했다.

김 신부는 “예수의 가르침인 사랑과 붓다의 가르침인 자비는 같다. 언어가 다를 뿐이다.”면서 “하지만 현실에서 두 종교는 내 중심으로, 내 사고로 서로 배격한다. 부처와 예수는 그런 모습을 가르치려 오신 것이 아니다.”고 강했다.

그는 이어 “아직 우리들은 깨닫지 못하고 있다. 알면서도 실천하지 않는다. 예수를 닮는 것은 사랑의 마음을 닮는 것이다. 곧 부처가 자비로 수많은 민초들을 위해, 중생을 위해 오셨던, 그 자비 닮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 신부는 “자비와 사랑의 마음을 닮는 작업이 선행되면 정토가 도래하고 하나님의 나라가 도래한 것”이라며 “이것이 종교인이 함께할 소명이고 의무이다. 나의 것만 강조하는 것은 좋지 않다. 남의 것도 좋은 것이 많다는 사실을 존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비·사랑 닮는 작업이 이루어지면 정토 구현

김 신부는 이날 ‘법문’을 “타종교에 대한 이해와 배려, 모두가 필요하며, 이를 알 때 참다운 정토세상이 도래할 것”이라는 말로 법문을 마쳤다.

봉축법회는 한 두명의 타종교인이 참석하는 형식적 법회가 아니었다. 김명혁 목사(한국복음주의협의회장, 강변교회 원로목사), 박남수 선도사(동학민족통일회 상임의장), 인명진 목사(갈릴리 교회 담임목사), 김홍진 신부(천주교 쑥고개 성당 주임신부), 조헌정 목사(향린교회), 양재성 목사(기독교환경연대 대표), 안병길 목사(광야교회), 김홍신(소설가), 박경철(시골의사 칼럼니스트), 윤여준 합천평화의집 이사장(평화교육원 원장), 우희종 교수(서울대 수의과대학) 등 60여명의 종교·사회 인사들이 함께 참석했다. 갈릴리 교회 인명진 목사는 신도 20여명과 함께 봉축법회에 참석해 대중들의 박수를 받았다.


정토회는 이웃종교인들을 환영하는 뜻에서 봉축헌등 및 헌화, 관불의식 등 모든 의식에 이웃종교인들과 사회인사들을 먼저 배려했다.

봉축법회 대중 북한동포 위해 특별한 발원

법륜 스님은 “좋은 자리에 종교의 틀을 넘어서 참석해준 목사 신부 사회인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하다”며 “크리스마스 미사에 축하차 참석했을 때 김홍진 신부님이 설교를 청하셨다. 성인의 이름과 성인의 형식이 다르지만 가르침의 근본정신은 비슷하지 않겠냐는 내용의 연설을 했다. 이때 (이웃종교인과 함께하는 행사) 배웠다.”고 이웃종교인들과 함께하는 봉축법회 개최 인연을 소개했다.

봉축 축하공연 역시 타종교인들과 함께했다. 김홍태 경동교회 집사(건국대 교수)의 ‘님이 오시는지’ 공연과 정토회 회원인 공경진(해금, 국립국악원 정악단), 정민아(가야금), 안성일(퍼커션, 국립국악원 정악단)의 합주로 부처님오신날을 축하했다.

봉축법회 참석대중은 북한동포들을 위한 ‘특별히 발원’했다.

대중들은 발원문을 통해 “올 춘궁기에 북녘동포들 굶주림이 없어지고 남북간에 화해와 협력과 교류가 증대하여 한반도에 평화가 정착되고 통일이 이루어져 이 땅에 다시는 전쟁이 없고 분단의 아픔과 슬픔이 사라지게 하옵소서”라고 발원했다.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이웃종교인들과 함께 봉축행사를 벌이는 사찰이 확대되고 있다.

▲ 강화 전등사의 이웃종교인들과 함께하는 봉축법회.

강화 전등사도 성공회 가톨릭 개신교 종교인 대거 참석

강화 전등사(주지 혜경 스님)도 10일 봉행한 봉축법회에 기독교 목사와 가톨릭 신부 등 다수의 이웃종교인들이 참석했다. 또 천태종 다문화사찰인 명락사(주지 무원 스님)도 다오교인과 함께하는 봉축법회를 열어 눈길을 끌었다. 

먼저 강화 전등사 봉축법회에는 김성수 대한성공회 대주교와 김흥주 인천 가톨릭대학교 총장, 천용옥 성공회 신부, 박병훈 가톨릭 신부, 농사짓는 목사로 잘 알려진 김정택 목사와 윤여군 목사 등 이웃 종교인들이 대거 참석했다.

천용옥 신부는 “부처님오신날을 진심으로 축하하며, 여기계신 불자님들이 부처님 가르침에 따라 자비광명의 세상을 만들고, 성불하시길 바란다.”고 축하했다.

혜경 스님은 “오늘 지역의 이웃 종교인들이 부처님 오신 날을 축하 하기위해 자리를 함께 한 것을 보니 더욱 기쁘다.” 며 “상대가 아닌 ‘우리’가 되어 서로의 다름을 인정할 때 평화가 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 천태종 명락사의 '다종교인과 함께하는 봉축법회'

천태종 명락사 ‘다종교인과 함께 봉축법회’

천태종 명락사(주지 무원) 역시 10일 봉축법요식을 이웃종교인들과 함께하는 법회로 진행했다.

다문화사찰 명락사는 지난해 11월 6일 ‘G20 정상회의 성공개최를 위한 기원 대법회’를 천주교, 기독교 등의 다양한 종교인들이 참석한 가운데 봉행한 바 있다.

올해 부처님오신날 봉축법회에도 기독교 백도웅 목사(종교인평화공동체), 가톨릭 주낙길 수사(글라렛선교수도회), 원불교 김대선 교무, 감리교 안약천 장로 등 다양한 종교인들이 참석했다.

무원 스님은 “다양한 종교인들이 불교계 최대의 행사인 부처님오신날 봉축법회에 참석해 아기 부처님이 세상에 오신 것을 축하하고, 우리나라 종교평화와 사회안정의 디딤돌이 되어 선진 대한민국을 이루고자 하는 국민적 염원을 공유하자 뜻을 담아 법회를 봉행했다”고 밝혔다.

무원 스님은 이어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함께 어울려 사는 다문화사회에서 다종교인들이 서로의 종교를 존중하고 이해하기 위해 노력한다면 종교평화와 사회안정은 저절로 이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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