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해균 선장이 아주대 병원으로 간 진짜 이유
석해균 선장이 아주대 병원으로 간 진짜 이유
  • 최재천 변호사
  • 승인 2011.03.23 14:4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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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의 시사큐비즘]

삼호주얼리호 석해균 선장이 오만에 입원해 있을 때 국립 서울대 의료팀이 아닌 아주대 병원의료팀이 급파되었습니다. 국내로 이송되었을 때도 아주대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자 말들이 많았습니다. 서울대 병원을 비롯한 메이저 병원들을 제치고 왜 아주대 병원으로 갔느냐는 것입니다. 당시 언론들은 석해균 선장을 담당했던 이국종 아주대 중증외상특성화센터장이 총상 외상 분야 전문가이기 때문이라는 설명을 달았습니다. 석 선장이 잘못되면 “왜 아주대로 갔느냐”는 논란이 있을 수 있는 만큼 민감한 문제이기도 했습니다.

총상 외상 전문가 아니다

이번에 조선일보의 이국종 교수 인터뷰를 보고 석선장이 왜 아주대 병원으로 갔는지 정확하게 알았습니다. 이국종 교수는 인터뷰에서 총상 전문가가 아니라고 분명히 밝혔습니다. “노동층은 외상으로 죽을 확률이 화이트칼라보다 20배 이상 높다. 내 환자 중엔 건설노동자·공장 노동자·불법체류 외국인 노동자 같은 이들이 많다. 내가 총상전문가라고 언론에 나와 웃었다. '내가 언제 총상전문가였지?'하고.” 이국종 교수는 분당의 병원에서 안 받아줘서 에어백 있는 외제차 타는 환자가 딱 한 번 왔었다는 말로 자신이 치료하는 환자들이 어떤 사람들인지를 설명해 줬습니다.

이국종 교수에 따르면 당시 석선장의 상태는 중증도로 봤을 때 그가 평소에 치료하는 환자 중 상위 30% 정도였다고 합니다. “내 인생, 아주대 입장에서 이렇게 유명세가 큰 환자는 처음이었고 앞으로도 없겠지만, 사실 선장님은 중증도로 봤을 때, 내 환자 중 상위 30% 정도였다. 후배들은 중간 정도라 하더라. 석 선장님의 차트엔 증상이 두 줄이다(그럼에도 10가지가 훨씬 넘는다). 그런데 네 줄짜리 환자도 수두룩하다.”
 “공장에서 분당 5000~6000회로 돌아가던 볼트가 빠져 배에 박히면 간장·담도·췌장이 다 파열된다. 그거에 비하면 총상은 간단하다. 프레스에 눌리면 내장이 터지고 장기가 밑으로 다 빠진다.” 그런 환자들을 봐왔으니 이 교수에게 석선장이 그다지 중증환자로 보이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한국의 부실한 중증외상치료 체계

그런데 유수한 병원들은 비용에 비해 수가가 안 나오는 이런 건설노동자·공장 노동자·불법체류 외국인 노동자와 같은 환자들을 받으려고 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환자를 받지 않으니 중증외상 전문 의사가 나오기 어려운 것은 당연합니다. 중증외상환자 치료를 유명 병원에서 외면해왔기 때문에 서울대병원, 삼성서울병원, 서울아산병원, 세브란스병원 등 평소 자신들을 ‘빅 4’라고 자랑했던 병원에서는 석해균 선장을 치료하고 싶어도 할 수 없었던 것입니다.

정책 결정하고 사인하는 분들이 사고를 당하면 유수한 병원 의사들이 밤에도 뛰어나온다. 그분들 사인은 외상이 아니라 당뇨나 암, 심혈관계 질환 같은 것이다. 그런 분야에는 약도, 기기도 첨단이 들어오고, 어느 병원이나 밤에 대응을 잘한다. 하지만 사회취약계층이나 보통 사람이 화를 크게 입으면 이 병원 저 병원 전전하게 된다.

오만보다 못한 한국

한국의 의학 수준은 세계 최고지만, 문제는 세계 최고 수준의 이런 병원들이 부자 환자들 중심으로 이루어져 있고, 유수한 병원들은 작업장에서 산재를 당한 외상환자들을 받으려 하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인터뷰를 보면 오만의 중증외상 의료체계도 한국보다 한 수 위라는 얘기가 나옵니다.

중증외상환자에 대한 응급의료체계에 관한 한 오만은 우리보다 훨씬 선진국이다. 오만은 영국식 중증외상시스템을 갖춰 놓고, 매뉴얼대로 정확하게 움직인다. 정말 영화처럼 스태프들 호흡이 척척 맞더라. 인구 30만인 우리 지방도시에서 외국인 노동자 환자가 복부 관통상을 포함해 온몸에 6발의 총을 맞았다면 과연 살아날 수 있었을까. 서울 시내 한복판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어도 쉽지 않았을 것이다. 첫 수술은 오만에서 아주 잘했다. 거기가 인구가 적은 이슬람 국가라 피가 모자라고, 첨단 의료기기나 첨단의약품이 우리나라에 더 많기 때문에 여기로 온 거다. 거기 오만이 우습다고? 웃기지 말라고 해라.

‘식코’가 남의 나라 얘기가 아니다

한국에선 야간에 난 대형 교통사고 환자나 공장 사고 환자들이 여전히 이 병원 저 병원 떠돌다가 죽기 쉽습니다. 심한 외상이 여러 곳인 중증외상(trauma)환자의 경우, 제때 제대로 치료를 못 받아 죽는 환자 비율이 약 30% 선에 이른다고 합니다. 전보다는 나아졌다지만 아직도 이 수치는 일본이나 미국의 두세 배에 이른다고 합니다.

미국의 마이클 무어 감독이 만든 다큐멘터리 영화 ‘식코’를 보면 미국의 의료보험 체계가 얼마나 심각한 것인지를 잘 보여줍니다. 의료보험이 없는 환자들은 병원들이 받아 주지 않아 이리저리 돌다가 죽기도 합니다. 영화에는 작업도중 손가락 두 개를 절단당한 사람의 얘기가 나옵니다. 보험이 없을 경우 손가락 하나 붙이는 데 들어가는 병원비가 하나는 6만 달러, 다른 하나는 1만2천 달러나 되어 결국 6만 달러짜리 손가락은 포기한다는 얘깁니다. 손가락 두 개를 모두 살리려면 1억 가까운 돈이 필요한 것입니다.

의료보험체계에 관한 한 한국이 미국보다 한 수 위라는 점에서 보험이 없어서 치료를 못받고 죽는다는 소리가 꼭 남의 나라 얘기처럼 들리지만 한국과 큰 차이가 없음을 알 수 있습니다. 한국에서 중증외상환자의 경우엔 의료보험 여부와 상관없이 좋은 시설과 기술을 가진 유수한 병원들의 외면을 받는다는 점에서 그렇습니다.

세계 최대 용병회사에 취직할까 고민

“외래에서 만난 환자가 이상하면 ‘저 자신 없는데, 큰 병원 가세요’ 하면 그만이라고들 하더라. 외상 환자는 그게 안 된다. 내가 만난 환자 중엔 조폭 양아치도 있었고, 상당수가 저소득층이다. 복받치는 게 많은 사람들이다.” 중증외상환자는 대부분 사회취약계층이면서 자기가 어떻게 다쳐 왜 병원에 왔는지 모르기 때문에 좀 좋아지면 의사와 간호사들에게 욕하는 사람도 많다고 합니다. 죽던 사람을 살려줘도 욕을 먹을 수밖에 없습니다.
지난해 이국종 교수의 적자는 7개월간 8억 원이 넘었다고 합니다. 행려병자를 치료하다 사망하면 그 비용도 이국종 교수의 '적자'로 기록된다고 합니다. 피를 폭포처럼 쏟는 환자를 수술할 때는 혈액이 50봉지가 들어가는 경우도 있다고 하니 투입하는 비용에 비해 받는 치료비가 훨씬 적은 것은 불을 보듯 뻔합니다.
 이국종 교수는 너무 힘들어 한때 해외취업난만 계속 찾아보던 때가 있었다고 합니다. 최소한 외상외과에 대한 수요와 존중이 있는 곳에서 일하고 싶어 심지어 블랙워터(세계 최대 용병회사·현재 XE)에 취직할까 생각한 적도 있었다고 합니다. 언제까지 몇 몇 개인의 희생으로 유지될 수 없는 일입니다.
 
사회취약계층을 위한 의료 공공성 확대해야

지금도 사회적 취약계층은 최고의 의료진들에게 제대로 된 치료를 받기 어려운데 영리병원이 허용된다면 어떻게 될까요? 한-미 FTA가 발효되면 민간의료보험 시장은 더욱 확대되고, 영리병원이 허용되면서 주로 사회취약계층인 중증외상환자들을 위한 의료체계 구축은 더욱 멀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최근 민주당은 무상의료를 공약하고 현재 60%선에 머무는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획기적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중증외상센터, 권역별 응급센터에 대한 정부나 사회 관심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현실화 되지 못했습니다. 사회취약계층인 중증외상환자들을 위한 의료체계 구축을 넘어 의료 공공성 확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일입니다.

   
법무법인 한강 대표변호사, 김대중평화센터 고문으로, 연세대 의과대학 외래교수, 이화여대 로스쿨, 영남대 로스쿨, 전남대 로스쿨, 광운대 겸임교수로 재직 중이며, 이번 학기는 이화여대 법대에서 2,3,4학년을 대상으로 '현대사회와 법'이라는 교양과목을 강의하고 있습니다. 홈페이지는 www.e-sotong.com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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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04-04 22:15:51
사건 이면에 한국 의료계의 엄청난 비밀이 숨겨져 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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