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불교에서 ‘공정(公正)을 찾다
신라불교에서 ‘공정(公正)을 찾다
  • 이기표 원장
  • 승인 2010.09.03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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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표의 세상이야기]

이명박 정부가 집권후반기의 국정목표로 정한 ‘공정한 사회’란 있는 자나 없는 자나 기회가 똑같이 주어지는 사회를 뜻한다고 한다. 있고 없고를 떠나, 배우고 못 배우고를 떠나, 국민 모두에게 똑같은 기회를 갖게 함으로써 서민들의 지위향상을 꾀하겠다는 것이다.

오늘의 우리사회는 모든 면에서 있는 자들에게 월등한 기회가 주어지고 있다. 돈이 있어야 돈을 벌 수 있고, 힘이 있어야 출세할 수 있는 구조가 너무 오랫동안 유지되고 고착되어왔다. 그러한 것을 정부가 깨트려보겠다고 나선 것이다.

그런데도 정작 서민들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민주화 이후 20년이 넘는 동안의 역대 정부마다 친 서민정부임을 내세우며 사회적 약자를 보살피는데 신명을 바치겠다고 약속해왔다. 그러나 약자들은 늘 그 자리에 그 모습으로 남아있다. 그래서 대다수 국민들은 정부가 서민대책을 발표할 때마다 정치권이 자기들의 권력유지를 위한 사탕발림이라고 여기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의 새 상품(?)인 ‘공정한 사회’에 대해서도 의구심을 갖는 이들이 많다. 최근에 있었던 고위공직자 인사청문회에서도 확인되었듯 청문제도가 도입된 이후 지금껏 공명정대하게 생활한 고위직은 눈을 씻고 보아도 찾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지도층이 이러한데 어떻게 대통령의 의지만으로 ‘공정한 사회’를 이룰 수 있겠는가. 이래가지고는 기회균등도 어림없는 소리다. 가지고 있는 자들이 그 기득권을 내놓아야 서민들에게도 기회가 돌아간다. 그러나 내놓기는커녕 조금이라도 더 챙기려 혈안이 되어있을 뿐이다.

고위 공직사회에서 보편화가 되다시피 한 위장전입문제만 해도 그렇다. 그 목적이 대체로 재산을 불릴 욕심이거나 자녀들에게 좋은 교육환경을 마련해주기 위한 편법이다. 즉 그들이 누리고 있는 기득권을 자식에게까지 대물림시키기 위한 수단으로 불법을 일삼고 있는 것이다. 그러한 사람들이 어떻게 공정한 사회를 만들 수 있을 것이며, 더욱이 서민들에게 희망과 기회를 나눠줄 수 있겠는가.

# 신라의 승려로 혜공선사가 있었다. 귀족출신에게나 승적의 자격이 주어지던 때에 천한 노비의 신분으로 승려가 된 유일한 인물이다. 그는 어려서부터 자비심이 많았다. 나이 겨우 일곱 살이던 해에 주인영감이 종기로 사경을 헤매자 스스로 자원하여 병자를 보살폈다. 정성 또한 지극하여 며칠 동안이나 잠 한숨 자지 않고 눈물을 흘리며 간호를 했는데 놀랍게도 주인의 몸에 돋은 종기가 말끔히 사라졌다. 그 어린 아이의 정성에 감동한 주인은 귀족임에도 불구하고 노비아이에게 절을 하며 승려가 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었다.

혜공 스님은 치열하게 수행한 끝에 도력이 높은 고승이 되었지만 재주를 드러내지 않고 작은 암자에 거처하며 누더기에 삼태기를 뒤집어 쓴 채 거리로 나가 천민들과 어울려 노래를 부르고 춤추기를 즐겼다. 그것을 이상히 여긴 원효 스님이 물었다.

“어찌하여 고귀한 승려의 신분으로 천민들과 어울려 광대 짓만 일삼는가?”

승려는 귀족계층에 속하는데 어찌하여 천민들과 구별 없이 어울리느냐는 힐난이었으나 혜공 스님은 그것이 무슨 잘못이냐는 듯 이렇게 반문했다.

“천한 백성을 기쁘게 해주는 것은 귀하게 된 사람의 도리이며, 고루 기쁨을 나누는 세상이야말로 공명정대한 세상임을 모른단 말이요?”

그때까지만 해도 귀족출신으로서의 기득권을 누리며 왕실만 출입하던 원효 스님은 그 말에 감복하여 혜공 스님을 도반으로 삼아 천민들을 보살피는 민중불교의 선구자가 되었던 것이다. 그때 원효 스님이 귀족으로서의 기득권을 버리지 않았다면 그의 명예가 오늘까지 전해지지는 못했을 것이고, 신라불교 중흥에도 아무런 기여를 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렇듯 공정한 사회란 사회적 약자에게도 고루 기쁨을 나누는 사회이다. 그리고 그것이 공직자를 비롯한 기득권층이 솔선수범해야 할 도리인 것이다.

   
1956년 남해에서 태어난 그는 불교방송 부산사업소장, 진여원불교대학 학장을 거쳐 부산보현의집 원장을 맡고 있다. 부산노숙자쉼터 협의회 회장을 비롯해 독거노인을 위한 무료급식 등 봉사활동을 펴고 있다. 한국문인협회 회원, Fact 포럼 대표, 한국전력공사 이사를 맡고 있다. 저서로는 <제로에서 시작하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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