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께서는 불교의 ‘정치화’를 가장 염려하시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스님께서 가장 큰 피해자라고 억울함을 항변하시는 것이지요. 그런데 종단에 소속된 대부분의 스님들은 총무원이나 특정 정치권에 영향을 받을 일이나, 더욱 피해를 받을 일이 거의 없습니다.
왜냐하면 같은 출가자이지만 명진 스님과 달리 가진 것이 없고, 피해 받을 그 무엇도 애초에 없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봉은사 같이 연간 예산이 백 억을 넘는 절로부터 재정적 도움을 받아야 연명이 가능한 빈곤한 사찰들이 부지기수입니다.
명진 스님 같은 분의 도움을 바라는 절들이 있다는 말씀이 아니라, 스님께서는 지금 대다수의 종단 소속 수행자들에게는 ‘배불러 반찬 투정’ 하는 것으로 비춰질 수 있다는 말씀입니다.
그간의 종단의 정치승들의 야합에 더 이상 침묵할 수 없다고 하시는데, 그게 왜 하필 지금이어야 합니까? 과거에 선본사나 보문사가 직영사찰로 지정될 때 스님은 어떤 의견을 내신 적 있습니까?
물론 그때와 경우가 다르다고 하시겠지요. 그렇습니다. 그때와 다르고 말고요.
한국 불교의 그간의 기쁨과 고통의 시대에, 지금의 명진 스님처럼 진보적이고 직선적인 분은 없었습니다. 더욱 현재의 정권의 핵심부나 대통령에게까지 노골적 반감을 표현한 스님은 거의 없었습니다. 수경스님이 있다구요? 그 스님은 환경정책에 대해 반대하시는 것이지, 어떤 속다른 ‘목적’을 갖고 그러지는 않으니, 명진 스님이 유일하시다 해도 틀리지 않습니다.
명진스님, 스님이 지금 일으키시는 ‘난리’는 너무 급물살 쪽으로 가시는 것 같습니다. 또, 너무나 흑백논리로 단정하시는 것 같습니다.
그건 수행자가 아니라 세간인이라 할지라도, 결코 좋은 방법이 아닌 것 같습니다. 저는 봉은사 명진 스님 정도면, 그 정도의 진보적이신 분이면, 한국 불교의 정말 심각한 문제에도 진보적이시어야 앞 뒤가 맞는다고 생각합니다.
말하자면, 한국 불교는 부처님의 정법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힌두화 된 불교로 가속화 되는 걸 지적하는 것입니다. 신도와 일반인들의 아픔을 감싸주는 불교가 아니라, 각종 기도로 기복을 조장하고 천도재란 명목으로 죽은 자들을 팔아 시줏돈을 울궈내는 한국불교를 진보적인 명진스님께서 ‘목숨을 걸고’ 또 ‘승적을 걸고’ 부처님의 본연의 가르침으로 되돌려야 하는 것 아닙니까?
봉은사는 수시 백일기도비가 20만 원, 그런데 주지인 명진 스님이 축원하면 5배인 100만 원을 받는 것으로 공지되어있음을 보았습니다. 스님께서 봉은사 주지로 계시면서 외형적으로는 모범을 보이셨을 지 몰라도, 정법을 지키려 배고픔을 감수하는 스님들의 눈으로 보면 스님의 행보에 기가막힐 따름입니다.
명진스님, 봉은사를 명실상부 한 미래의 한국 불교를 대표할 절로 탈바꿈시키려면 스님의 불교관부터 바꾸시지 않으면 않됩니다.
총무원은 누가 책임자가 되었던 종도들의 신망을 얻은 적이 없습니다. 내놓는 정책마다 자신의 이익을 생각하지, 한국 불교나 종도들을 우선하지 않았습니다.
이런 사실은 저 같은 하찮은 절의 주지보다, 늘 종단 권력의 심층부와 가까웠던 스님이 더 잘 아시지 않습니까. 더군다나 그 종단 권력자들과의 대화를 지금 ‘무기’로 사용하고 있지 않으십니까. 당연히 저같은 중이야 스님의 ‘고발’을 통해, 종단과 그 주변의 스님들이 그 정도로 반 불교적인지를 새삼 확인하는 성과가 있긴 했습니다.
드릴 말씀은 많지만 한 마디만 당부 드립니다. 명진스님, 그 시비야 어찌 되었던, 이젠 명진스님이 죽지 않으면 불교 전체가 죽게 생겼습니다.
명진스님께서 지금 죽으시면, 한국 불교도 살고, 스님은 봉은사 주지 정도가 아니라 총무원장 자리가 보장 될 것 같습니다. 부디, 정법 아니면 차라리 죽음을 택하는 선방 수좌의 초심으로 돌아가셔서, 미래의 한국 불교를 책임져 주시길 당부드립니다.
/ 세존사이트 운영자 성 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