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피 연아’ 수사 의뢰는 ‘폭력’이다
‘회피 연아’ 수사 의뢰는 ‘폭력’이다
  • 최재천 변호사
  • 승인 2010.03.17 18:0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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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의 시사큐비즘]

문화체육관광부가 이른바 '회피 연아' 동영상을 유포한 누리꾼에 대한 경찰 수사를 의뢰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인터넷 통제’에 대한 여론이 비등하다.

부끄러운 일이다. 아니 슬픈 일이다.
물론 법은 누구에게나 평등하다. 법은 색맹이다. 누리꾼에게도 법은 법이고, 유인촌 장관에게도 법은 법이다. 하지만 법의 이름을 빌려 쓰는 모든 행위가 정당화되는 건 아니다. 특히 나라, 권력자, 공직자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이쯤되면 법은 폭력이다. 억압이다. 공포다. 불안이다. 그래서 슬프다. 거창하게도 시민에게는 ‘언론의 자유’라는 자유가 있다. 언론의 자유는 별개 아니다. 내 맘대로 생각하고 내 맘대로 말하는 자유다. 논평의 자유다. 비평의 자유다. 비틀기의 자유다. 때로는 화내는 자유고, 때로는 욕설을 퍼붓는 자유다. 실명의 자유이기도 하고, 가명의 자유이기도 하고, 익명의 자유이기도 하다.

물론 이쯤되면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 법이라는 칼날에 의지하고 싶어지는 것은 누구나의 인지상정일지 모른다. 더 유명할수록, 더 권력자일수록, 더 명예감정에 사로잡혀 있는 사람일수록 이런 욕망은 강력할 것이다.
그래도 수사나 법적 통제는 신중하고 또 신중해야 한다. 철저히 제한적이어야 한다.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는 사전 또는 사후적 규제, 그리고 이를 제한하는 법, 그리고 이를 현실적으로 가로막는 각종 억압적 기제나 행정조치에 대해 세계 모든 나라는 비판적이다.
언론의 자유는 어느 나라에서건 사실상 무제한이고 무규제다. 규제의 말뚝을 말과 글과 생각과 사상과 양심과 학문에 못 박아서는 절대로 안 된다.

▲ 金연아 귀국(영종도=연합뉴스) 황광모 기자 = 김연아 선수가 2일 오후 인천공항 통해 입국해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장관으로 부터 꽃다발을 받고 있다. 2010.3.2hkmpooh@yna.co.kr
말과 글은 민주주의의 기초다. 말과 글이 표현의 자유고 언론의 자유다. 말과 글은 생각에서 비롯된다. 말과 글을 통제하는 것은 생각을 통제하는 것이고, 시민을 노예로 되돌리는 일이다. 언론의 자유는 철저히 시민의 자유다. 언론의 자유는 언론기관의 자유가 아니다.

언론의 자유라는 기본권적 측면에서만큼은 우리보다 훨씬 앞서있는 나라가 미국이다. 미국에서는 더 이상 언론의 자유가 논란거리가 되는 일이 없다. 고작 논란거리가 된다면 음란물과 포르노그래피 정도다.
정치적 언론과 상업적 언론, 크게 두 가지의 언론의 자유가 있다고 한다면, 정치적 언론의 자유에 대해선 완벽하게 무제한이다.

‘회피 연아’ 동영상은 평가하자면 정치적 언론의 한 형태다. 정치적 언론은 시민의 근본 권리다. 원하는 대로 생각할 자유와 생각하는 대로 말할 수 있는 자유가 정치적 진실을 발견하고 전파하는데 기초가 되기 때문이다. 굳이 언급하고 싶지 않지만 민주주의의 근본이요, 기초다. 이런 근본조차도 무시되는 현실이 슬프다.

루이스 브랜다이스 미 연방 대법관의 1927년 판결문 중 일부다.
“그들(미국의 독립을 쟁취한 사람들)은 인간이 만든 모든 제도가 가질 수 있는 위험성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였다.
그러나 그들은 질서란 단순히 그것을 위반하면 벌을 받는다는 두려움만으로 유지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걸 알았으며, 즉 사상이나 희망 또는 상상을 억제하는 것은 해로운 것이고, 두려움은 억압을 낳고 억압은 미움을 낳고 미움은 안정된 정부를 위협하며, 안정으로의 길은 있을 수 있는 불만과 제안된 구제 수단을 자유롭게 논의하는 기회 속에 놓여 있고, 나쁜 논의에 대한 적합한 구제 수단은 좋은 논의라는 것을 알았던 것이다.”

시민은 시끄러워야 한다. 말 많으면 공산당이 아니다. 도리어 말 없음이 공산당이다. 지금 남한이 더 말이 많을까, 북한이 더 말이 많을까. 그래서 남한이 더 민주적이고 민주 정부다.
그리고 정치는 정치인의 것이 아니다. 정치를 정치인에게만 맡겨서는 안된다. 정치인을 신뢰하지 않으면서 왜 자꾸 맡기려 드는가. 도리어 맡긴 권리를 되찾아와야 한다. 가능하면 직접 행사하는 쪽으로 헌정질서를 바꾸어 나가야 한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생활정치라는 담론에 속아서는 안된다.

다시 강조하지만 ‘정치는 시민의 것’이다.
정치가 오로지 소시민의 의식주만을 담보해서는 안된다. 시민생활 자체가 곧 정치여야 한다. 4년마다 한번씩 투표장에 가는 것만으로 결코 민주주의가 완성되지 않는다. 생활정치, 민생정치는 너무나 뻔한 소리다. 그 말에 속아서는 안된다. 그리고 현실에서 주먹으로 싸울 게 아니라 말과 글로 더 싸워야 한다. 더 시끄러워져야 한다. 이것이 민주주의다.

그런데도 우리 사회 일부에서는 공론화의 과정을 자유주의적 질서를 위협하는 반자유주의적 포퓰리즘으로 몰아가는 경우가 있다. 이들은 획일주의를 꿈꾼다. 일사불란을 꿈꾼다. 일본제국주의에서 비롯된 군사문화의 잔재다. 정치판, 그리고 정치판에 있는 사람들에 대한, 고위 공직자들에 대한 비판과 토론은 더 시끄러워져야 한다. (김대영, 공론화와 정치평론-닫힌 사회에서 광장으로. 참조)

시민이 갖는 언론의 자유는 여러 형태로 표출될 수 있다.
만화가는 만화로, 노래하는 사람은 노래로, 글 쓰는 사람은 글로, 욕설을 좋아하는 사람은 욕설로. 이런 것들이야말로 진정한 의미의 언론의 자유다. 누군가는 동영상으로 비판할 수 있는 것이 언론의 자유다. 이것이 정치적 언론의 자유다. 시민의 자유다.

그런데도 유 장관은 무엇이 그렇게도 불안할까. 이 정부야말로 시장의 원리를 맹신한다. 그렇다면 ‘나쁜 주장에 대한 적합한 구제수단은 좋은 주장’이라는 시장원리를 왜 채택하지 않는 걸까. 더구나 한 누리꾼이 갖는 시장지배력과 유 장관이 갖는 시장지배력의 차이를 생각하면 더더욱 그렇다.

언론의 자유가 무조건 보장되어야만 하는 이유는 또 있다.
관용의 정신이다. 내 맘에 들지 않는 발언조차도 보호하는 것 자체가 관용이라는 것이다. 언론의 자유의 또 다른 근거는 용서와 관용에 있다는 말이다.
한편 언론의 자유를 지나치게 거창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지나치게 공론과 민주주의와 정치적 언론의 가치만을 강조할 필요도 없다. 물론 언론은 민주주의의 근본이다. 하지만 언론에는 또 다른 측면이 존재한다. 시민의 상상력이요, 시민의 자기표현이다. 시민은 표현을 통해 자기를 완성하고 자아를 실현해 나간다. 그런 시민에게 있어 언론은 자기표현의 수단이다. 자기를 표현하는 일은 인간의 본성이고 인간의 존엄 그 자체이다.

시민이 갖는 언론의 자유, 언론 기본권이 이토록 귀하고 존엄한 것임에도 여기에다 수사의뢰라는 형식으로 법의 잣대를 들이대겠다고. 이것은 민주주의 논쟁이 아니다. 이것은 언론의 자유 논쟁이 아니다. 바로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논쟁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그 반대편의 또 다른 생각을 폭력이라고 규정할 수 있다.

   
법무법인 한강 대표변호사, 김대중평화센터 고문으로, 연세대 의과대학 외래교수, 이화여대 로스쿨, 영남대 로스쿨, 전남대 로스쿨, 광운대 겸임교수로 재직 중이며, 이번 학기는 이화여대 법대에서 2,3,4학년을 대상으로 '현대사회와 법'이라는 교양과목을 강의하고 있습니다. 홈페이지는 www.e-sotong.com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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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웃긴다 2010-03-19 09:17:51
정말 웃깁니다. 언론이건 개인이건 종교이건 양심이건, 모두가 자유로와야 하는 것은 맞지만 그 자유에는 책임이라는 것이 따른다고 초등학교에서부터 배우지 않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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