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경, 조계종 소의경전으론 미흡하다"

무비스님, 실상사 '야단법석'서 문제점·대안 토론

2009-08-14     이혜조 기자

"조계종의 소의경전인 금강경은 과연 현대 사회의 불교에 적합하며, 사부대중들은 소의경전을 얼마만큼 실천하고 있는가?"

한국불교의 현실에 대한 천착을 바탕으로 부처님의 뜻과 얼마나 다른지, 대안이 무엇인지 모색하는 '지리산야단법석'이 스님등 사부대중 1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14일부터 4박5일동안 실상사 작은학교에서 열리고 있다. 

첫번째 법사로 나선 무비 스님은 '조계종 표준 금강경에서 살펴본 수행지침 점검과 반성'이라는 주제를 놓고 거침없이 문제를 제기하고 참석자들과 열띤 토론을 펼쳤다.

무비 스님은 "조계종은 선을 표방하고 있어 금강경을 소의경전으로 삼고 있다"면서도 "이 시대를 선도할 종교로서의 불교의 소의경전으로는 부적합하다"고 주장했다.

스님은 주장의 근거로 "금강경은 초기의 대승경전이어서 대승불교가 활짝 핀 시대를 포괄하지 못했다"며 "금강경에는 대승의 보살정신도 부족하다"는 점을 들었다.

스님은 이어 "숫자적으로 대강 짚어 볼때 조계종은 선불교다 혹은 통불교다라고 할 정도로 가늠되지 않고, 밀교적 성격도 있고, 통불교 성격에 가깝다"며 "불교가 할 일은 보살행이다. 금강경에 보살정신은 있지만 다른 경전에 비해 미미하다. 교과서가 무엇이냐 따라서 실천행이 정해진다. 소의경전은 교과서다. 시대정신이 담긴 교과서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최근 표준금강경 편찬에 연연하지 말자. 불교는 변화하는 종교이다. 과감하게 바꿔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다"고 덧붙였다.

도법 스님은 "무비 스님이 자료집을 통해 소의경전이야기를 꺼집낸 것을 보고 사실 깜짝 놀랐다. 스님의 마음이 얼마나 절실했으면 이 문제를 들고 나왔을까. 아무도 입을 떼기 힘든 , 겁나는 것이다. 한국불교를 아끼는 마음이 절절했기 때문이라고 본다"면서 "나도 같은 문제의식 갖고 있다. 대승불교가 한국불교다. 대승불교는 부처 멸후 500년 이후 새로 등장했다. 대승의 등장은 천지가 개벽하는 변화이다. 조계종단도 오늘의 현실과 21세기 미래사회 이끌어가고 응답을 할 수 있으려면, 경전 바꾸는 문제 뿐 아니라 모든 것을 열어놓고 대범한 입장에서 화두를 던져야 한다"고 말했다.

재가자들은 대부분 무비 스님의 설법에 동조한 반면 스님들은 반대의견을 많이 제시했다.

해인사의 한 스님은 "2002년 실상사에서 금강경을 논할 때와는 달리 이번 야단법석을 앞두고 법사들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금강경의 핵심을 동체대비라고 바꿨다"며 해명을 요청했다.

구룡사의 한 스님은 "금강경이 완전하지 않다면 완성된 경전은 그럼 무엇인가? 중생제도, 동체대비를 계속 주제로 몰아가는데 깨달음 없이 동체대비가 가능한가? 금강경이 중생제도에 그렇게 부족한 경전인가?"라고 문제를 제기한 뒤 "아니라고 본다. 소의경전으로 부족함 없다. 깨달음을 얻고 나면 중생제도로 (당연히)나아간다"고 반박했다.

이번에 왜 금강경 핵심을 동체대비로 파악했는냐는 질문에 대해 도법 스님은 "대승불교 실천운동 측면에서 보면 자리가 이타요, 이타가 곧 자리다. 동시적으로 실현될 수 있도록 되어야 한다."며 "금강경 대승정종분에 보면 뭇 중생 열반에 들게 한다는 것이 동체대비요 한 중생도 열반에 들지 않았다는 부분은 무주상이다. 동체대비를 무주상으로 규정했을 때 훨씬 더 진정한 보살행 실천이 가능하지 않을까라는 문제제기다"고 답했다.

무비 스님은 토론의 결말에서 "보살행과 깨달음 무엇이 우선인가? 어려운 문제다. 깨달음에 대한 얘기 뒤에 또 나온다. 그 때 예기하겠다"고 말했다. 무비 스님은 15일에 이어 16일 오전까지 법사로 나서 금강경 문제에 대해 토론한다.

스님은 이어 "불교의 전승기는 불멸 500-600년 후 대승불교가 주류를 이루고, 깨달음도 끝난 상태, 개인과 시대적 입장에서 볼 때 사회에 회향하는 일이다."면서 "중국 사회는 충과 효가 가장 중요했으므로 부모언중경과 같은 경전이 나왔고, 우리나라와서는 천우경, 기우경도 만들어졌으며, 호국불교는 말할 것도 없고... 주옥같은 가르침 늘려있는데 변색된 것이다. 그런 차원에서 보면 금강경은 대승불교전승기에 못미쳐 만들어진 것이다"고 설했다.

스님은 "완전한 경전을 꼽으라면 법화경을 말하고 싶다. 여기에는 불자로서 사회적으로 어떻게 회향할 것인가를 강조하고 있고, 모든 것을 배척하지 않는다"며 "한권의 경전을 선택하라면 법화경이다. 굳이 한권을 선택할 이유가 없다. 굳이 조계종의 소의경전을 선택하라면 대승경전과 선감어록이다"고 덧붙였다.

이번 법석은 무비 스님의 강의에 이어 향봉 스님이 '참불교 참사람에 이르는 길'과 '자유를 위해 행복을 위해', 혜국 스님이 '간화선 제일주의라는 지적에 대하여', 도법 스님이 '본래 부처와 팔정도'를 주제로 4박5일동안 각각 법석을 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