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은 '찬송가', 구청장은 '하나님'

공직자종교편향방지법에도 종교편향 발언 연발

2009-05-18     이혜조 기자
국회의원이 지역구 행사에서 찬송가를 부르는가하면 구청장은 봉축법회 도중 '하나님'을 연발해 불자들을 경악시킨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정부가 2008년 9월 18일 공무원복무규정을 개정해 종교차별행위를 금지하고 정부내 공직자종교차별신고센터를 설치하고 있으나 형식에 그친다는 비판에 직면하기 충분하다.

민주당 이윤석 국회의원(무안. 신안)은 지난 14일 지역구에서 열린 제1회 황토골 은빛교실 연합축제한마당 개식행사에서 찬송가를 불렀다. '은빛교실'은 무안군 19개 곳의 교회와 봉불사 등 20개 곳에 운영 중인 노인문화센터의 일종이다.

2천여명이 참석한 이날 행사에서 이 의원은 격려사를 하기로 한 노인회장이 개인 일정으로 참석하지 못하자 대신 나가 찬송가를 부른 것으로 알려졌다. <사명>이라는 제목의 찬송가는 "주님이 홀로 가신 그 길 나도 따라 가오-"로 시작한다.

봉불사 관계자는 홈페이지에 올린 글을 통해 이 의원은 찬송가를 부른 직후 불자들이 항의하자 다음날인 15일 전화를 통해 "의도적으로 조정하는 사람이 있다. 신도들 마음대로 행동하는 것은 상관없지만, 할려면 순수하게 하라"라고 되레 항변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윤석 의원 측은 <뉴시스>와 한 인터뷰에서 " 은빛교실 연합축제한마당 행사는 18개 교회가 참여하고 불교계는 1-2개 사찰이 참석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공식행사가 끝난 뒤 목사님께서 찬송가를 부르라고 해서 불렀다"고 말했다.

봉불사 측은 지난 17일 종교평향 결의대회를 사찰에서 갖고 이윤석 의원의 공개사과를 촉구했다.

이에 앞서 지난 2일 서울 진관사에서 열린 봉축법요식에 참석한 지역 구청장이 축사 도중 "하나님 하나님"을 몇차례 불러 법회에 찬물을 끼얹었다.

이 구청장은 연설을 끝내기 직전 자신의 발언을 사과하고 진관사 주지 계호 스님도 실수인 것 같다며 문제삼지는 않았다. 그러나 구청장이 인근 교회 장로여서 실수라는 해명에도 불구하고 의도된 발언이라는 의구심이 일고 있다고 한 매체가 보도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