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원장 동의안 둘러싼 미묘한 신경전

[분석] 무량회 vs 반무량회 대결구도…총무원장 전초전

2009-03-13     이혜조 기자
조계종 교육원장 청화 스님의 후임으로 중앙종회에 임명동의안이 올려진 혜남 스님이 의외의 복병을 만났다.

상당수의 종책모임들이 임명동의안을 부결시키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특정계파가 추천했고, 총무원장 스님이 계파간 합의 없이 임명동의안을 올린데 대한 반발 성격이 강하다.

교육원장 임명동의안을 둘러싼 계파별 합종연횡이 마치 33대 총무원장 선거의 전초전으로 비춰지는 이유다.

현재까지 혜남 스님 임명동의안에 대해 16명의 의원이 소속된 무차회는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거의 '당론'으로 확정했다는 후문이다. 무차회는 다른 종책모임에도 임명동의안 부결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22명으로 최대 계파인 화엄회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원장 스님의 뜻을 거역할 수는 없다"면서도 "합의정신이 결여된 부분은 문제가 있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지난 9일 각 계파 대표, 중앙종회 의장단, 총무원 집행부가 함께 저녁 공양을 하는 자리에서 총무원장 스님이 갑작스레 혜남 스님을 거론하며 밀어달라고 해 그 때 처음 알았다"며 "아마도 이런 잘차상 흠결이 혜남 스님을 반대하는 이유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화엄회는 오는 15일 종책모임을 갖고 이 문제를 논의키로 했다. 이 관계자는 "당론으로 반대하지는 않을 것이다"고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12명의 보림회는 아직 당론으로 확정하지는 않았다. 어차피 캐스팅 보트를 쥔 상태여서 인물론을 택할 지, 여권 견제론을 택할 지는 미지수다.

3명의 금강회와 2명의 무당파는 각자의 결정에 따르되 무차회가 이들을 설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16명의 무량회 스님들은 찬성표를 던질 것으로 보인다. 이른바 '직지사단'이 혜남 스님을 총무원장 스님에 천거했기 때문이다.

결국 무량회와 반무량회로 갈라질 가능성이 크다. 더 재밌는 현상은 이번 교육원장 임명동의안이 새로운 여-야 구도의 재편으로 이어질 가능성마저 엿보인다는 점이다.

만약 혜남 스님 임명동의안이 부결될 경우 여권은 무량회만 남고, 화엄회-무차회- 보림회-금강회 등이 야권으로 분류되면서 새질서가 형성될 수 있다. 물론 이러한 재편이 총무원장 선거로 직결되리라고 보는 것은 아직 이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