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눈뜨고 당한` 조계종, 대체 뭘했나

경기도문화재조례 9월 개정…전통사찰 200m 거리에 건축 가능

2008-10-08     이혜조

경기도가 문화재보호구역을 기존 500m에서 200m로 축소하는 조례를 개정했다.

이에 따라 향후 사찰에서 200m까지 아파트를 비롯한 대규모 건축물을 지을 경우 문화재위원회의 심의를 거칠 필요가 없게 됐다. 불교 수행환경 훼손은 물론 세계적인 문화유산인 왕릉의 보호도 어렵게 됐다는 지적이다.

특히 이 과정에서 조계종 총무원은 물론 용주사 등은 조례 개정 사실조차 모르고 있어 스님들의 사찰문화재 보호의식의 한 단면을 드러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8일 경기도의회에 따르면 의회는 지난달 12일 제235회 임시회를 열어 경기도문화재보호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을 수정의결했다.

개정된 조례는 "사유재산 규제를 최소화하기 위해 건설공사시 국가지정문화재 외곽경계로부터 500m로 규정한 문화재보존영향검토 범위를 주거·상업·공업지역의 경우 200m이내로 축소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용주사 봉선사 등을 비롯한 경기도 사찰의 경우 사찰 경계에서 200m 거리에 마구잡이 공사가 가능해진 셈이다.

타시도에 미칠 파급 효과도 상당할 것으로 보여 불교 수행환경 훼손 우려는 물론 문화재보호에 적신호가 켜졌다.

경기도문화재보호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은 이경천 의원을 비롯한 70명이 지난 2007년 5월 발의했다. 이 조례안은 문화재 주변 경기도민의 불편을 해소하고자 각종 개발행위가 있을 경우 문화재 보존에 미치는 영향검토 범위를 국가지정문화재는 500m에서 200m로, 도지정문화재 역시 300m에서 200m로 완화하는 것을 주요골자로 하고 있다.

경기도의회 문화공보위원장 대리 유영근의원은 지난달 12일 "문화공보위원회에서는 조례안 개정과 관련하여 찬반 양측의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되어 개정에 찬성하는 측과의 토론회와 반대 측과의 토론회 그리고 찬반입장을 함께 듣는 합동토론회 등 수차에 걸쳐 개최한 바가 있다"며 "위원회에서는 경기도민에게 가장 유익한 것이 무엇인가를 심각하게 고민하게 되었고 이에 관계 규정에 의거 문화재청장과도 두 차례에 걸쳐 협의를 하기도 했다"고 의회에서 발언했다.

유 의원은 이어 "이경천 의원 등 70인이 발의한 내용을 중심으로 일부 수정하여 9월 5일 문화공보위원회에서 심사ㆍ의결을 했다"며 "수정안 내용을 살펴보면 세계문화유산 유네스코등록 문화재도 형평성을 고려하여 500m에서 200m로 완화하는 것을 주요골자로 하고 있다. 그동안 우리 위원회에서는 1년 넘게 동 조례안 개정과 관련하여 아주 심도 있게 검토하였음을 이해하여 주시기 바라겠다"고 밝혔다.

경기도의회는 투표를 통해 재석 83명 중 찬성 72명, 반대 4명, 기권 7명으로 조례개정안을 가결했다.

종책모임 보림회 등이 지난해 조례제정을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통해 조례의 부당성을 알리는 자료집을 오피니언리더 5,000여 명에게 배포했다. 용주사에서도 반대집회를 개최했으나 이후 사태의 진행과정에 대해서는 점검하지 않아 결국 조례가 개정되고 말았다. 보림회 등이 문제제기를 할 당시에만 해도 보호구역을 300m로 축소하려 했으나 이번에 통과된 안은 더 후퇴해 200m로 축소됐다.

불교사회정책연구소 법응 스님은 "경기도의회 의원들의 일천한 문화재에 대한 인식과 불교탄압 의도를 나무라기 전에 용주사와 봉선사 등 수도권 본사와 소속 중앙종회의원 스님, 그리고 조계종 집행부는 너무나 안일한 대응을 하고 있다"며 "대사회 호법망 구축에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님은 이어 "지금이라도 종단차원의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 통과된 조례안 폐기작업에 돌입해야 한다"며 "이번 사태를 방치할 경우 석굴암 불국사 등 문화유산 턱 밑에 호텔이 들어서지 말라는 법이 없다. 잇따른 종교편향 사태보다 훨씬 심각한 후유증이 우려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