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성산 노전암 능인스님 원적

열반 일주 전부터 스스로 곡기 마다...수행 음식 모든 사람에게 차별 없이 제공

2023-01-28     김원행 기자

 

 

"천성산 노전암 능인스님은 개에게도 말을 놓지 않는다 스무 첩 밥상을 아낌없이 산객에게 내놓듯이 잡수세요 개에게 공손히 말씀하신다 선방에 앉아 개에게도 불성이 있느냐고 싸우든 말든 쌍욕 앞에 들어붙은 개에게 어서 잡수세요". 나호열의 시(詩), '당신이라는 말' 중(中)에서.

 자비로웠던 천성산 대표적 비구니 능인당 능인스님이 27일 오전 5시 원적에 들었다. 혜전스님을 은사로 출가한 스님은 법랍67세, 세수84세. 도둑들이 탱화를 훔쳐가기 위해 노전암에 침입했을 때 능인스님은 가냘픈 법체로 극구 항거하며 성보를 수호했다. 이로 인해 장기간 입원해야만 했다. 화마도 겪었다. 그러나 결코 굴하지 않았다. 능인스님은 흡사 마구간 같았던 현재의 노전암을 중창하기 위해 일생을 바친 대표적 천성산 노비구니스님이었다.

 화학조미료를 쓰지 않는 능인스님의 사찰음식 맛은 거친듯하지만 오장육부를 울리고 웃게 만든다는 평가를 받았다. 생명연장의 음식이었다. 생로병사를 다스릴 정도로 투박하면서도 착착 감기는 수행 음식을 모든 사람에게 차별 없이 제공했다.

 

 능인당 능인스님은 생(生)에서 멸(滅)로 가는 길에 일주일간 곡기를 마다해, 스스로 선승(禪僧)의 기품을 굳건히 견지했다. 다비식은 29일 통도사 다비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