法, 현응 스님 성추행 제보자 왜 유죄?

"성추행 시점 장소 등 진술 불명확, 상식적이지 않아"

2023-01-26     조현성 기자
'PD수첩'은

법원이 현응 스님을 상대로 한 미투를 인정하지 않았다. 현응 스님에게서 성추행당했다고 주장한 A 씨는 징역형을 받았다. A 씨는 항소해 억울함을 풀겠다고 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1단독(판사 심현근)은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 위반과 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 씨에게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120시간을 선고했다.

앞서 현응 스님은 MBC <PD수첩>이 보도한 자신의 성추행 내용은 거짓이라면서, 제보자 A 씨와 <PD수첩> 제작진 등을 명예훼손 혐의 등으로 고소했다. 검찰은 A 씨를 2020년 1월 재판에 넘겼다. 검찰은 A 씨에게 징역 2년을 구형했다.

재판부는 A 씨가 현응 스님에게서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하지만, 성추행 당했다는 때와 장소를 특정하지 못했다고 했다.

A 씨가 미투 게시글에서 성추행 당한 때를 2005년 9월 중순경이라고 적고는, 경찰 심문에서는 2005년 8월 중순에서 말경 사이에 발생했다고 말하는 등 사건 시점을 정확히 특정하지 못했다는게 재판부 판단이다.

현응 스님은 A 씨의 미투가 터지자 2005년 8월 30일 고 노무현 대통령 내외가 해인사를 방문했고, 2005년 9월 10일 공개 행사가 있었다. 2015년 9월 11일 법정 스님 장례위원회 집행위원장을 맡아 해인사에 머무르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재판부는 이를 인용했다.

재판부는 A 씨가 조계종과 대립 관계에 있던 곳에 현응 스님 미투건으로 3일 동안 41회 가량 통화했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A 씨가 현응 스님이 구매했다는 의류의 종류와 색깔, 주문했다는 술과 안주 종류 등을 구체적으로 기재하면서도 사건에 등장하는 이마트 반야월점, 편의점, 모텔 위치 등은 특정하지 못하고 있다고 재판부는 지적했다.

재판부는 A 씨가 진술하고 <PD수첩>에 출연해 지적한 현응 스님 거처와 불상 안치 위치 등이 다르고 상식에 맞지 않는다고 했다.

특히, 재판부는 해인사 주지였던 현응 스님에게 여자 문제는 치명적이다. 현응 스님이 A 씨를 성추행하려 했다면 아무도 알지 못하는 방법으로 시도했을 것이다. A 씨의 주장을 보면 현응 스님은 A 씨를 성추행 하려는 의도를 그다지 숨기려고 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또, (성추행 당했다는) 당시는 노무현 대통령 내외 해인사 방문 즈음으로 해당 기관장은 언행을 삼가는 것이 상식적이다. 대통령 방문이 임박한 때에 A 씨에게 2박3일 여행을 가자고 말했다는 것 또한 정황상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재판부는 "A 씨의 허위사실 적시로 승려 신분인 현응 스님이 큰 정신적 충격과 심적 괴로움을 겪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A 씨는 "재판부가 현응 스님의 일방적인 주장을 인용한 반면, 13년 전인 2005년도의 일을 다소 틀리게 진술했다는 이유로 성추행 사건을 명예훼손으로 판단한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항소해 진실을 가리겠다고 했다.

한편, 현응 스님은 모자, 뿔테안경, 마스크, 점퍼, 운동복, 운동화 차림으로 역시 가발에 뿔테 안경, 속복을 입고 있던 비구니스님과 숙박업소를 드나들다 찍힌 사진이 이 재판 과정에서 공개되기도 했다. 해인사는 비구니스님과 '금지된 사랑'을 한 현응 스님을 절 밖으로 내쫒기로 결의(산문출송) 했다. 조계종 총무원은 현응 스님의 해인사 주지 사직서 처리를 보류하고 중앙징계위원회와 호법부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다음은 1심 재판부가 허위사실이라고 판단한, 현응 스님에게 성추행 당했다는 자원봉사자 A 씨 진술이다.

A 씨는 2005년 8월 해인사 홍보관에서 자원봉사자로 일하고 있었다. 해인사 주지였던 현응 스님은 A 씨에게 백운동 구경을 시켜주겠다며 저녁공양 후 주지실로 불렀다. 극락전에서 함께 차를 마신 후, 현응 스님은 A 씨를 자신의 에쿠스 승용차에 태워 대구로 갔다

현응 스님은 대구 한 마트에서 운동복과 모자를 사서 갈아 입고 다시 A 씨를 차를 태워 성서공단 한 술집으로 데려갔다. 술을 마시고 술집에서 나온 현응 스님은 술을 깨고 (해인사로) 가자며 근처 편의점에서 술을 한 병 더 산 뒤 인근 모텔로 A 씨를 데려갔다.

모텔에서 술을 더 마신 현응 스님은 손만 잡고 있겠다며 A 씨를 침대로 오게 해 성추행했다. 새벽에 새벽예불을 가야한다는 A 씨 채근에 못이겨 현응 스님은 술에 취한 상태로 운전해 해인사로 돌아왔다. 스님은 차 안에서도 A 씨의 손을 만졌다. 자신과 주말에 여행을 가면 수천만원을 만질 수 있다는 얘기도 했다

해인사로 돌아온 현응 스님은 A 씨에게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는 문자메지시를 보냈다. 해인사를 나온 A 씨는 다음해 4월께 국립공원에서 근무하던 B 씨가 안부전화 도중 자신과 비슷한 일을 당했다는 얘기를 들었다.

A 씨는 이같은 내용을 2016년 12월 불교계에 제보했다. 아무 반응이 없자 2018년 3월 16일 미투위드유 사이트에 게재했다. 이후 A 씨의 주장을 MBC <PD수첩>이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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