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 미륵사지 서탑 출토 사리장엄구 국보 승격

2022-12-27     이창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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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륵사 창건 주체에 대한 논란을 불러일으킨 ‘익산 미륵사지 서탑 출토 사리장엄구’가 국가지정문화재 국보로 승격됐다.

문화재청(청장 최응천)은 “백제시대 공예품의 정수라고 알려진 보물 ‘익산 미륵사지 서탑 출토 사리장엄구’를 국가지정문화재 국보로 승격 지정하고, ‘초조본 유가사지론 권 66’, ‘대방광불화엄경소 권88’, ‘불조역대통재(佛祖歷代通載)’ 등 고려·조선시대 전적, 근대 등록문화재 6건을 국가지정문화재 보물로 지정했다”고 12월 27일 밝혔다.

2009년 익산 미륵사지 서탑 심주석 사리공에서 출토된 ‘익산 미륵사지 서탑 출토 사리장엄구’는 ‘금제 사리봉영기(金製 舍利奉迎記)’, ‘금동사리외호’, ‘금제 사리내호’, ‘청동합’ 등 모두 9점으로 구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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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 백제 무왕 40년(639)에 조성된 ‘금제 사리봉영기’는 그 내용이 백제 무왕과 신라 진평왕의 셋째 딸 선화 공주 부부가 미륵사를 창건했다는 《삼국유사》의 기록과 배치되는 것이어서 발견 당시 학계의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금제 사리봉영기에는 “좌평(佐平) 사택적덕(沙宅積德)의 딸인 백제 왕후가 재물을 시주해 사찰을 창건하고, 기해년(己亥年, 639)에 사리를 봉안해 왕실의 안녕을 기원한다”는 내용이 가로 15.3cm, 세로 10.3cm, 두께 1.3mm 크기의 얇은 금판에 앞·뒤면으로 각 11줄씩, 모두 193자가 새겨져 있다.

몸체 허리 부분을 돌려 여는 구조인 ‘금동사리호’와 ‘금제 사리내호’는 동아시아 사리기 중 비슷한 사례를 찾기 힘든 독창적 작품이다. 알맞은 비례와 유려하고 생동감 있는 문양도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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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동합은 모두 6점이다. 그중 하나에 ‘달솔(達率) 목근(目近)’이라는 명문이 있어 달솔이라는 2품 벼슬을 한 목근이라는 인물이 시주한 것임을 알 수 있다. 이 청동합은 돌림판인 녹로(轆轤)로 성형한 그릇이어서 우리나라 유기 제작 역사를 밝혀 줄 유물로 평가받는다.

문화재청은 “‘익산 미륵사지 서탑 출토 사리장엄구’는 미륵사 창건 연대와 주체에 대한 새로운 역사적 사실을 밝혀 사리장엄구 중에서도 가장 주목되는 유물”이라며, “봉안 당시 모습 그대로 발굴돼 고대 동아시아 사리장엄 연구를 위한 절대적 기준이 되는 점, 7세기 전반 백제 금속공예 기술사를 증명해주는 점, 동아시아 사리공예품의 대외교류를 밝혀주는 자료라는 점에서 역사․학술․예술적 가치가 매우 크다.”고 국보 승격 이유를 밝혔다.

보물

국립한글박물관이 소장한 보물 ‘초조본 유가사지론 권66’은 11세기 고려시대 때 간행본이다. 권66은 현재까지 발견된 사례가 없는 유일본이다. 한문을 우리말로 풀어 읽을 수 있도록 문장 사이에 단 석독구결(釋讀口訣)이 있어 국어사 연구와 고려시대 유식학 연구 수준을 파악할 수 있는 자료로 평가받았다.

동아대박물관이 소장한 보물 ‘대방광불화엄경소 권88’은 12세기 고려시대 때 간행본이다. 권88 또한 같은 판본 중 유일본이다. 세종 6년(1424), 임금이 일본이 대장경판을 요구하자 다른 경판과 함께 하사해 이후 간행본이 없다.

보물

종로도서관이 소장한 보물 ‘불조역대통재’는 명 선덕 5년(1430) 간행된 판본을 우리나라에서 새로 새긴 것을 인수대비 발원으로 성종 3년(1472)에 찍어낸 판본이다. 완질본이며, 국내 두 건만 있는 희귀본이다.

문화재청은 이밖에 조선초 금속활자인 계미자로 인쇄한 ‘사시찬요(四時纂要)’, 세조가 이시애의 난을 평정하는데 공헌한 손소에게 내린 ‘손소 적개공신교서(孫昭 敵愾功臣敎書)’, 항일투쟁을 다짐한 국한문 혼용 선서문인 ‘이봉창 의사 선서문’도 보물로 함께 지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