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탈핵실크로드[21] 피낭과 쿠알라룸푸르에서 만난 지구촌

동서양 해양문화의 교류지

2022-12-22     이원영 수원대 교수·한국탈핵에너지학회 부회장

동서양 해양문화의 교류지

방콕을 떠나 주된 순례지인 인도로 가기 전에 말레이시아 주요도시를 교통편을 이용하여 방문하기로 했다. 피낭과 쿠알라룸푸르다. 그렇더라도 도시 내에서는 시민들을 만날 겸 도보순례를 계속하기로 했다.

말레이시아의 본격적인 역사는 항해기술의 발달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 같다. 평범한 농업사회의 왕조로 내려오던 이 땅의 운명은 유럽 쪽 항해기술의 발달로 말라카해협이 해상통로 요충지로 부상하면서부터이다.

길쭉한 반도로 내려오는 끝은 싱가포르이지만 말레이 반도는 모든 열강의 주목을 받게 된다. 그 결과 열강의 침략이 있었고 식민지시대도 거친다. 좋든 싫든 외부로부터 에너지가 오랫동안 흘러 들어온 것이다. 그러면서 다양한 민족들이 모여 사는 국제적 국가가 된다. 언어도 공존하고 종교도 공존하는 나라다.

피낭(Pinang 혹은 Penang)은 말라카해협이라는 해상교통로 요충코스의 관문에 있는 섬이다. 일찌기 영국이 식민지로 삼아 조지타운이라는 도시를 만들었는데, 독립 후에도 휴양지로서 조건이 맞아서 국제적인 관광명소가 되고 있다.

 

선착장에 도착해서 나가는데 여학생들이 갑자기 환호를 지르며 다가선다. 2017년 이미 열성적인 BTS팬을 자처하였다. 그중에 한글을 알아보는 학생이 필자의 깃발을 보고 반가워 한 것이다. 15살의 웃음에 반가움과 생기가 가득하다. 

요즘 확실히 한국이 잘 나가는 것 같다. 이런 시기에 도보여행을 하면서 이런 뜻밖의 즐거운 만남을 계속하는 필자는 운이 좋은 편이다.

 

 

 

 

걷는 도중에 시위현장을 목격했다. 오랜만에 보는 풍경이다. 자본의 속성은 무한정한 권력의 추구다. 가만히 놔두면 끝 가는 줄 모른다. 4대강과 핵발전소가 그것이고 재벌의 탈세가 그것이고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과 현 정부의 만행이 그 말단이다.

사람들 뜻이 모인 정당한 시위는 자본주의 사회의 필수덕목이다. 부단히 바로 잡지 않고 가만히 두면, 자본은 자신의 속성대로 세상을 지배하려고 한다. 그 강물에 떠내려가지 않으려면 부단히 노를 저어야 한다. 시장경제의 편리함을 누리려면 이런 노력이 깃들어 있지 않으면 안 된다.

촛불이 바로 그렇다. 한국의 2016년의 그 촛불혁명은 인류사의 쾌거다. 덕분에, 어디를 가든지 인텔리냄새를 풍긴다 싶은 사람이면 필자에게 바로 엄지를 올린다.

 

 

 

다음 행선지인 인도는 몇 달을 걸어야 하므로 장기비자가 필요했다. 그것도 입국을 앞둔 시기에 한국에서 절차를 밟아야 한다. 2017년 당시에는 그랬다. 그리하여 11월 중순 귀국행 비행기를 탄다. 반년만의 귀국이다. 

하라상과는 12월초 캘커타에서 만나기로 했다. 그는 그동안 스리랑카에 있겠다고 한다.

귀국 날 공항 가는 길에 있는 행정수도이자 계획도시인 푸트라자야에 들렀다. 인구10만이 채 안 되는 이 신도시의 컨셉은 물이다. 호수가 시가지를 잇는 수준 높은 도시다. 물을 깨끗하게 유지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순환적 도시기능이 제대로 작동되고 있어야 한다. 만들기 시작한지 20년쯤 된단다. 20년후쯤 다시 와서 보고 싶다.

 

필자가 말레이시아를 떠난 후 2018년, 과거 말레이시아의 경제발전을 이끌었던 고령의 마하티르 총리가 다시 당선되면서 다음과 같이 핵발전소의 문제를 지적하는 의견이 기사화되었다.

https://www.nst.com.my/news/nation/2018/09/412815/dr-m-we-wont-use-nuclear-power

이 영문기사를 주요부를 번역하면,

'쿠알라룸푸르: 말레이시아는 에너지를 생산하기 위해 원자력 발전소를 사용하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과학은 핵폐기물과 방사선의 영향을 관리하는 방법을 아직 찾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Tun Dr Mahathir Mohamad 총리가 말했다. 마하티르 총리는 우크라이나 체르노빌, 최근 일본 후쿠시마 등 전 세계적으로 원자력 사용과 관련된 수많은 사건이 있어 사람들이 방사선으로 고통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렇다. 길이 아니라고 판단되면 다른 길을 찾으면 된다. 이  기사는 2018년의  것이다. 마하티르 총리는 그의 소신대로 2020년 초에 그 이전 정부가 획책했던 핵발전소를 무효화할 것을 선언한다. 그 내용이 필자가 2020년 8월에 쓴 '원전을 없애야 경제가 산다'는 칼럼에 수록되어 있다.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08961

동서양이 교차하는 문화의 요충지 말레이시아. 지구촌이 평화롭게 공존하는 모습을 만날 수 있었다. 이젠 탈원전의 올바른 길과 함께.

/ 이원영 수원대 교수·한국탈핵에너지학회 부회장  leewysu@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