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탈핵실크로드[20] '무생물도 생명있는 존재처럼 소중히'

'세계생명헌장2017안'을 리뷰하는 방콕세미나

2022-12-13     이원영 수원대 교수·한국탈핵에너지학회 부회장

9월 말부터 거의 한 달 동안 줄기차게 걸어서 드디어 방콕 대도시권에 들어섰다. 오랜 역사를 지닌 농업국가 태국 민중의 따뜻한 성원을 받으며 걷는 재미도 착실히 누린 시기다.

 

라오스에서 국경을 넘어 행선지를 방콕으로 잡기 이전부터 추진했던 국제세미나 플랜이 있다. <세계생명헌장 2017서울안>의 내용을 리뷰하고 보완할 점이 없는가 하는 종합적 검토의 기회를 갖는 세미나였다. 여기에는 2017년 초 서울에서 가졌던 세미나에 이어 헌장의 완성도를 높이고자 하는 뜻도 실려 있다.

그리하여  순례도중인 10월 하순, 방콕에서 태국 불교 인사의 관점, 일본의 기독교 목사의 관점까지 망라하는 모임을 방콕외신기자클럽에서 가짐으로써 기자들의 관점까지도 얻고자 하는 의욕으로 추진한 자리였다.

원래는 미얀마 방향으로 가는 도중 방콕에 잠깐 들러 개최하려고 했던 것이, 그야말로 방콕으로 방향을 바꾸게 되어, 방콕 도착 일정에 맞추는 모양이 되었다. 걸어오는 내내 그 일정이 차질없도록 사전에 치밀하게 조정하면서, 모임의 성과가 나올 수 있도록 정성을 기울였다. 장소의 제약이 없는 인터넷시대의 위력이 발휘되었음은 물론이다.

이 세미나가 성사될 수 있었던 큰 원동력은 태국의 저명한 불교사회운동가인 아잔 술락 시바락사 박사의 성원이다. 서울에 초청했던 인연으로 다시한번 방콕에서 이런 모임을 가질 수 있었다.

 

술락 시바락사 박사가 기조강연을 하였다. 

"한국의 촛불혁명을 높이 평가한다. 생명탈핵실크로로드 소식을 듣고 매우 행복하다. 특히 달라이라마를 만나고, 가톨릭 교황을 만난다고 하니 기대가 크다. 킹덤 타이도 역할을 할 것이다. 당신들 생명탈핵그룹이 세상을 바꾸는 일에 나섰다는 소식을 듣고 매우 행복하다. 나는 희망을 갖는다. 당신들은 성공할 것이다. 촛불혁명이 성공한 것처럼."

 

 

 

이날의 하이라이트는 태국의 비구니스님이자 박사인  Dr. Sireerat Chetsumon의 주장이었다. 지구에는 생명이 있는 존재뿐 아니라 무생물도 똑같이 존중받아야 한다는 것. 필자에게는 새롭고 놀라운 시각이었다.

무생물이라 할지라도 생명의 존재를 품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렇게 보이지 않는 경우일지라도 무생물존재, 그 자체가 생명이 서식하는 데 있어 필수불가결한 것이니, 생태계 전체를 함께 이루는 공동체적 역할을 하므로 마땅히 존중받아야 한다는 것. 무생물도 그 자체의 존재가 존중되어야 한다는 이런 생각은 크고 깊은 진리처럼 다가왔다.

그의 발언내용은 추후  <지구생명헌장2018서울안>의 성안에 깊은 영향을 주었다.

세미나 말미에 방콕 주재 독일 기자가 순례에 대해 질문하였다. 1) 생명탈핵실크로드는 핵무기에 대해서는 왜 문제시하지 않는가? 2) 왜 유대교 쪽은 접촉하지 않은가? 등의 질문을 해왔다.

필자는 답했다. 1) 핵무기를 핵발전소와 마찬가지의 위협요소로 보고 있다. 다만 핵무기는 통제가능한 편인데 비해 핵발전소는 그렇지 못하다. 그런 점에서 핵발전소가 생명을 위협할 가능성이 더 크다. 여기에 집중한다. 2) 이번 실크로드는 인구밀집지역을 경유하는 것을 원칙으로 했기 때문에 이스라엘 쪽은 제외되었다.

태국에서의 순례와 방콕에서의 국제세미나는 질과 양 모든 면에서 만족스러웠다. 5년이 지난 지금에도 돌이켜보면 그 해  9월과 10월은 뿌듯한 추억으로 가득하다.

참고로 이 세미나의 자료집은 다음의 사이트에 수록되어 있다.

https://cafe.daum.net/earthlifesilkroad/hmob/99

https://cafe.daum.net/earthlifesilkroad/hmob/100

/이원영 수원대 교수·한국탈핵에너지학회 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