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칸 스타일 명상

[연재] 현안 스님의 수행 이야기

2022-11-11     현안 스님

명상을 한다면 스스로에게 이 질문을 던져보십시오. “내가 명상을 하는 목적은 무엇일까?”, “내 명상 수행의 목표는 어디일까?” 만일 불교인이라면 “당연히 성불을 위해서죠.” 또는 “깨달아야 하니까요”라고 말할지 모릅니다. 보통 사람들은 “평화감을 얻기 위해서” 또는 “행복을 위해서”라고도 할겁니다. 여러분은 어떤가요?

어떤 중년 남성분이 명상반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그분은 자신이 명상을 하면서 공(空)을 좀 이해한 것 같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막상 이 '공(空, emptiness)' 즉 비움을 일상에서 실천하려니, 잘 안된다고 말합니다. 그래서 저는 “일단 결가부좌로 더 오래 앉아야 합니다”라고 말해줬습니다. 공은 우리가 생각하는 마음으로 이해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공은 아라한 또는 그 이상의 단계에 도달하면 경험할 수 있는 것입니다. 공을 머리로 이해하려고 하고, 경험했다고 생각하고 있다면 일단 더 오래앉아야 합니다. 

믿기 어렵겠지만 이것이 부처님부터 대대로 물려받은 선 또는 명상의 비법입니다. 이렇게 우리는 여러분에게 우선 더 앉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다리를 교차하고, 불편한 자세를 참으며 앉으라고 합니다. 그러면 기운이 무릎과 발목 주변에서 막힙니다. 의도적으로 그렇게 하는 것입니다. 명상의 첫 단계는 그만두지 않고 불편함과 통증을 견디면서 계속 앉는 것입니다. 그러면 몸이 그 막힘과 장애를 더 강하게 밀어내기 위해서 자연스럽게 기운과 혈액이 더 강하게 흐르게 합니다. 충분히 오래 앉아 있으면 막힌 부위뿐 아니라 몸 전체로 강하게 흐릅니다. 더 오래 앉을수록 우리는 몸과 마음을 치유할 수 있습니다. 

누구든 의지만 있으면 다 할 수 있습니다. 명상은 더 편해지려고 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리고 진정한 명상은 편안하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런 결과는 어떤 명상을 해도 자연스럽게 생깁니다. 그런 작은 소득을 기대하지 마십시오. 그보다는 명상을 통한 끊임없는 진전과 향상을 추구해야 합니다. 그러면 더 건강하고, 현명하고, 뛰어난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선 즉 명상을 가르치는 이유입니다. 평화감을 좇는 대신 불편함을 더 많이 견뎌보세요. 그러면 더 빨리 진전할 수 있습니다. 

사진=보라선원

 

제가 배운 선 수행은 그렇습니다. 저에게 공이 무슨 의미인지 공을 어떻게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지 그런 건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것보다 중요한 것은 수행을 통해 얻은 건강과 힘으로 나 자신이 갖고 있는 어두운 모습, 부정적인 생각, 분노, 좌절, 불안과 같은 부정적인 생각을 버리는 것입니다. 우리가 결가부좌와 같은 불편한 자세로 앉아있으면 우선 피하고 싶어 집니다. 그래서 이런 나의 보기 싫은 모습을 보아야 합니다. 달리 말해서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많은 생각과 기분을 직면해야 합니다. 그때 여러분이 어려움과 불편함을 피하지 않고 매번 더 오래 앉을 수 있으면, 자연스럽게 이런 수많은 생각이 일어나는 내 모습을 더 잘 배울 수 있습니다. 

만일 여러분이 이런 진실을 인정하고 정직할 만큼 용기가 있다면, 스스로에게 물어보십시오. "왜 안 좋은 생각이 올라왔지?", "왜 난 저 사람이 싫은 거지?", "오늘 왜 화가 났을까?" 이런 것이 자기 자신의 마음이라는 것을 인정하면 됩니다. 그것이 마음을 정화하는 첫 단계입니다. 우리는 모두 아픈 걸 피하고 싶습니다. 편하고 싶고, 행복하고 싶습니다. 그런 집착을 떨어뜨리는 것이 바로 지혜를 여는 길입니다. 갖고 싶은 걸 못 얻으면 불행하고 괴롭습니다. 그래서 집착으로부터 해방되어야 괴로움이 없습니다. 그래서 그런 걸 지혜라고 합니다. 

이것이 선(禪)이 가진 매력입니다. 어려운 질문에 화려하고 어려운 용어로 치장해서 대답을 할 수 있어도, 명상의 세계에서는 속일 수 없습니다. 명상의 가르침은 모호하면 안 됩니다. 만일 내가 명상이나 참선을 한다면, 내가 어디에 있고, 무엇을 해야 다음으로 갈 수 있는지, 내가 어디에 정체하고 있고, 어떻게 하면 여기서 빠져나갈 수 있는지 알아야 합니다. 다른 것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스승은 여러분이 다음 단계로 도약할 수 있는 지침을 줄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 지침은 여러분의 단계에 적절해야만 합니다. 

 

 

현안 스님은 2012년부터 영화 선사를 스승으로 선과 대승법을 수행했으며, 미국 위산사에서 출가했다. 스승의 지침에 따라 한국으로 돌아와 현재 분당 보라선원에서 정진 중이다. 국내 저서로 <보물산에 갔다 빈손으로 오다>(어의운하, 2021)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