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탈핵실크로드[13] 지진 위험이 촉진한 대만의 탈원전

백련화 보살로부터 배운 마주 손흔들기

2022-10-27     이원영 수원대 교수·한국탈핵에너지학회 부회장

주임교수인 사샤 겐테스는 이 연구실에서 기업도 공동연구와 훈련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안전공학 엔지니어 출신으로, 과거 대만에 가서 고속철도가 지진에 견디는 안전장치를 만들기도 했다고 한다. 이처럼 독일은 안전공학 기술자가 원전 해체에서도 책임자로 일하고 있다.

3년 전 지진 이야기를, 지난 7월 생명·탈핵실크로드(생명로드) 대만 순례 때 실감했다. 대만은 1999년 진도 7.6의 큰 지진으로 수천명이 희생됐고, 작년에도 진도 6.4의 지진이 발생해 140명이 사망하거나 실종됐다. 이런 지진 때문에 대만의 탈원전 결정은 국민적 지지를 받고 있다. 올해 5월에도 진도 5.0의 큰 지진이 있었던 남부지역을 걸으면서 겐테스 교수를 떠올렸다. 우리도 지난해 진도 5.8의 경주 지진 위력을 온 국민이 체험한 터이다."

필자가 순례 중 2017년 가을에 경향신문에 게재한 글에서 대만지진 부분을 언급한 내용이다.

https://m.khan.co.kr/opinion/column/article/201710192236005#c2b

대만은 그 정도로 지진이 잦다. 2018년 그리고 한 달 전에도 커다란 지진이 있었다. 이처럼 지진피해가 크다보니, 원전사고에 대한 위기감도 컸으리라. 이 위기감이 탈원전을 이끌어냈으리라 짐작된다.

백련화 보살은 필자가 불교에 입문하던 2010년경 조계사에서 만난 불자다. 당시 불교계는 운하반대/4대강반대 운동이 거셌다. 이때부터 불교의 세계에 대해 필자에게 많은 가르침을 주신 분이다. 특히 이 분으로부터 대만에서 도보순례의 소중한 방식을 배웠다. 그 내용은 최근 이탈리아를 걷는 순례일지에 다음과 같이 기록한 바 있다.

https://cafe.daum.net/earthlifesilkroad/iZgh/564

"도로를 걸어가면서 필자는 사람을 만나거나 차량을 만나거나 먼저 손을 흔들면서 인사를 하는 편이다. 손바닥을 세워서 보이도록 하면서 좌우로 가볍게 흔드는 것이다. 그러면 대개는 이를 보고 마주 흔들어준다. 요즘은 차들이 'K나그네'를 먼저 알아보고 클랙슨을 울리면서 응원하기도 한다. 로마로 향하는 줄 눈치 채고 직접 물어보기도 한다. 차량이 밀려서 서행할 때가 재미있다. 'K나그네'가 손을 흔들면서 걸어가면 지나가는 차들의 운전석과 조수석의 사람들이 대게는 마주 손을 흔들어준다. 필자는 잠깐 손을 흔들고 있어도, 이를 보면서 지나가는 차안 사람들 중 마주 흔들어주는 이는 수십 명이니 가성비도 좋다. 이 습관은 대만을 걸을 때 함께 걸었던 불자로부터 배운 것이다. 그분이 손을 흔드니, 운전자들도 알아보고 마주 흔든다. 아주 짧은 그 순간에 호응과 연결이 되는 것이다. '이거다' 라면서 무릎을 치고 필자의 것으로 만들었다."

바로 이 문단 뒷부분에 등장하는 불자가 바로 백련화 보살이다. 이때 익힌 마주 손흔들기는 로마까지 걸어가는 내내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비결이었다.

카오슝 시청을 방문했다. 수원시 염태영 시장의 주선이다.  여성인 천쥐(陳菊) 시장은 민주투사로 유명하다. 인구 280만도시의 3선시장이면서 민진당의 실력자로서 당시엔 차기총통 후보로도 꼽혔다. 

필자가 그에게 중문으로 번역된 세계생명헌장2017서울안을 증정했다. 그는 반가워하면서 민진당(民進黨)의 정책으로 삼을 가능성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한다.

중문판 원본은,

https://cafe.daum.net/earthlifesilkroad/hmob/53

그 한글판을 다시 소개하면

https://cafe.daum.net/earthlifesilkroad/hmob/35

그는 필자에게 휘호를 써준다.

카오슝 시내의 지하 문화공간을 지나다 보니 오픈된 연주공간에서 한 학생이 열연하고 있었다. 10년 전쯤인가 보았던 대만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 에서 피아노를 연주하던 주인공 주걸륜이 연상된다. 

https://namu.wiki/w/%EB%A7%90%ED%95%A0%20%EC%88%98%20%EC%97%86%EB%8A%94%20%EB%B9%84%EB%B0%80

대만의 문화적 역량이 감지되는 대목이다. 순례도중 관찰한, 그들이 공교육을 중시하는 자세를 보면 탈핵을 선행할 수 있었던 저력도 이해가 된다. 지금 중국이 무력으로 대만을 위협하고 있지만, 영토가 독립되어 있는 대만은 홍콩과 다르다. 문화적으로도 의사결정능력으로도 대륙보다 훨씬 우위에 있다. 중국은 대만을 삼킬 수 없다. 대만은 지금까지의 행보로도 지구촌 인류에 기여해왔고 앞으로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대만의 종착지인 천주교 카오슝교구 주교좌 성당 Holy Rosario Cathedral에 도착했다.

무더위를 뚫고 걸은 360km의 대장정이었다. 대만은 첫걸음이었지만 탈원전의 모델 뿐 아니라, 많은 문화적 맥락을 겪게 해준 순례였다. 걸었던 장면 하나하나가 5년이 지난 지금도 뇌리에 생생하다.

/ 이원영 수원대 교수·한국탈핵에너지학회 부회장  leewysu@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