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탈핵실크로드[8] 일본 야마구치의 탈핵동지들1

환대 속에 일본 순례를 진행하다

2022-10-05     이원영 교수
히로시마에서
히로시마에서

이제 본격적으로 일본을 걷기 시작한다. 히로시마에서 나가사키까지  410km 예정이다.

히로시마에서

히로시마 출발점에 섰다. 이 사진 가운데 있는 검은 복장의 일본 스님은 나카지마 테츠엔 (中嶋哲演, 明通寺主持)이라는 분이다. 교토부근 서북쪽 바다에 살면서 오랫동안 반핵운동을 해온 분이다. 필자가 그 전에 일본을 방문했을 때 불교계의 한일반핵운동 연대가능성을 모색하기 위해 일부러 이 분을 만나러 묘츠지(明通寺)라는 절까지 긴 여행을 하기도 했다. 그 인연으로 2016년 준비단 출범행사 참여차 한국에 왔었다. 아래사진에서 박원순 시장 옆에 서있는 검은 승복 스님이 이 분이다.

히로시마에서
히로시마에서

도보여행의 좋은 점은 걸어가는 동안 눈앞에 펼쳐지는 광경이 저절로 머릿속에 담기기 때문에 추억을 되살리기 좋다는 것이다. 이 글을 쓰느라 옛 사진들을  정리하다보니, 5년 전 그 장면들이 생생하게 되살아난다. 

히로시마에서

아래 사진의 논두렁은 바위로 축조되었고, 그것도 오래전에 만들어진 듯하다. 높이 3천 미터 급의 산들도 즐비한 일본 땅은 경사가 급하고 강수량이 많아 홍수가 나면 피해가 커서 예전부터 농업토목이 발달했다. 그래서인지 대체로 물을 다루는 솜씨가 뛰어나다. 농업토목은 마을(무라)단위 수직적 분업에 의해 조직적으로 일이 추진되는 분야다. 촌장의 권위 내지 권력이 강한 편이다. 그러한 사회구조가 오랫동안 내려온 것이 일본 특징이라고 할까.

히로시마에서
히로시마에서

일본은 한국보다 앞서서 태양광발전 보급이 진행되고 있다. 거리에 현재 에너지비용을 15%까지 대폭 줄일 수 있다는 가정용 태양광설비 광고가 보인다. 에너지절약을 넘어 에너지를 만들어 쓰는 시대가 왔다는 선전문구가 눈에 들어온다. 보는 이에게 친숙한 느낌이 드는 만화형식의 홍보가 인상적이다.

히로시마에서

어느 동네어귀에서 중요한 인물을 만났다. 다이쇼6년이니 딱 100년 전에 만든 불상이다. 이 부처님은 소박하고도 친근한 얼굴이다. 일본의 유명사찰에 있는 부처님이 대체로 근엄한 모습을 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히로시마에서

야마구치에는 젊은이들도 탈핵에 관심이 많다. 지나가던 차량에서 내려서 순례단과 기념 촬영한 젊은이들이다. 이들은 걸어서 로마까지 간다는 필자의 소개에 환호한다.

히로시마에서
히로시마에서

후지모토아키라 스님(藤本慈照, 誓教寺주지)이 반가이 맞아주신다. 스님 댁에서 융숭한 대접을 받았다.

히로시마에서
히로시마에서

호후시(防府市)에서도 탈핵동지들이 만찬을 베풀어 환영해주었다. 이 분들에게서 '왜? 순례를 시작할 생각을 갖게 되었는가'라는 질문도 나왔다. 이에 대해 필자는 몇 가지 이야기를 했는데, 이 가운데 핵심적인 내용을 경향신문에 게재했다.

https://m.khan.co.kr/opinion/column/article/201709292108005#c2b

이중 일부를 소개하면, '(~중략)무엇인가 모자란 부분이 있다. 지구촌에서 온전한 삶의 체제를 유지할 수 있는 장치가 없는 것이다. 핵발전소는 존재 그 자체로 후손들에게 희생을 강요하는 양심파괴적 존재다. 그걸 버젓이 보고 있는 그 자체로 자기부정의 상태가 된다. 인류가 통째로 직무유기하고 있는 것이다. 원전마피아들의 득세 때문이라고만 하기 어렵다.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 핵무기 위협 때문에 유엔이 만들어졌다면, 핵발전소 위협에 상응하는 체제가 필요한 것이다. 더 위험하니까 당연하다. 지구촌을 더 이상 현 상태로 내버려둘 수는 없다. 새 가능성을 찾는 다른 결기가 필요하다'

히로시마에서
히로시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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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휴대하면서 서명을 받는 깃발에 순례참가자들이 글을 남기고 있다.'최고의 무기는 평화다" 라고 한글로 쓴 인상적인 문구도 있다. 그 아래에 일본어로 쓴 글귀는 '살아있는 모든 생명에게 행복이 있기를' 그리고 '지구에 핵은 필요없다'

히로시마에서

하루거리 18km를 끝까지 걸은 고교1년생의 나카무라 코오타로. 어린 나이에 대단한 학생이다. 이 학생은 5년이 지난 지금쯤 대학생이 되었을 것이고, 필자가 로마까지 무사히 도착했다는 소식을 접했을 것이다. 바로 그것이다. 필자의 순례 뜻이 이 젊은 학생에게 이어지는 것. 

히로시마에서

쉬는 날에는 가미노세키 원전건설 문제로 논란이 되고 있는 이와이지마 섬을  방문하였다.

히로시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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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정부가 원전건설을 허가해 준 카미노세키에 도착했다. 이 지역 대표적 반원전인사인 타카시마 미도리 상과 인터뷰 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 내용은 이미 오마이뉴스에 상세히 소개되었기에 그대로 인용한다.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916342&CMPT_CD=P0001

30년이나 맞서 싸워온 주민들이다. 인터뷰중 인상적인 대목은  '여자들은 잠수복을 입은 채 몸에 줄을 묶은 뒤 물속에서 9시간이나 버티면서 시위를 벌였다'는 대목이다. 그러한 결기가, 현재까지도 추진세력이 착공을 엄두도 내지 못하게 하는 성공적인 상황을 이끌어낸 것이다.

/ 이원영 수원대교수  leewysu@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