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어사 대중들이 주지에 반발하는 까닭은

13일 90여명 '동산화합승가회' 발족 인사 편향, 재정 비공개 등 지적 주지 개인전 개최에 강한 불만 토로 

2022-07-25     이혜조 기자
지난

범어사가 시끄럽다.

주지 스님의 여법한 총림운영을 바라는 대중 90여명이 지난 13일 창원 성주사에서 '동산화합승가회'(이하 승가회)를 결성했다.

범천, 범혜, 혜진, 혜성, 강하, 도관, 경흥, 일광, 법상, 정오, 숙련, 각명, 법상 스님 등 공동대표들은 동산 스님 1대 상좌, 이른바 사숙들의 문중을 대표한다. 안거중임을 감안하면 적지 않은 스님들이 모였다. 범어사 대중의 대표성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

이날 사숙들은 사찰 운영에 관해 몇가지를 당부했다.

스님들은 △범어사의 부산불교 위상 확립 △부산 불자의 자부심 고취 △범어사 신도의 감소에 따른 포교 활성화 △대중공의 발현(임회위원·선관위원·총무원장선거인단의 문중안배, 사찰운영·불사위 활성화) △인사, 재정 합리화·투명화를 범어사 '화합'의 전제조건으로 꼽았다.

승가회는 이번 사태를 촉발한 대표적인 사례를 열거하며 주지 스님의 태도변화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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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가회 "타종단 스님 용상방에 올리고, 임회위원 편중"

우선은 인사문제다.

임회위원 구성이 편중돼 있고, 이마저 경선 스님 주지 취임 이후 임회와 교구종회를 제대로 열지 않았다는 것이다. 코로나 상황을 고려하더라도 대중과 소통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은 것은 문제라고 봤다.

승가회는 현재 공석인 임회위원 선출을 비롯해, 다음달 조계종총무원장 선거인단 선출, 교구선관위원 선출 시 종헌·종법·산중고유의 방식에 따라 대중의 뜻을 반영할 것을 요구했다.

또 범어사 용상방에 이름을 올린 스님 가운데 조계종단에 소속되지 않은 스님이 있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처사라고 승가회는 입을 모았다. 총림의 권위를 떨어뜨리는 행위라는 것이다.

승가회는 심지어 사숙들의 상좌들을 건당시켜 주요 말사 주지와 본사 소임을 맡겼다면서 있을 수 없는 행태라며 분노했다. 승가회는 "건당 절차를 밟지 않은 경우도 있어 경선 스님은 건당이 아니라고 주장할 순 있지만, 이 과정에서 사숙이 이연공고를 내기도 하는 등 스님들의 반발이 심하다"며 "사숙의 추천으로 말사 주지를 임명하던 관례조차 무시함으로써 반발을 자초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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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깜이·독살이 재정 운영이 의혹을 자초" 

승가회는 투명한 재정 운영도 촉구했다.

다수의 특별분담사찰을 지정해 연간 1억3천만원 가량을 본사에 내도록 하는데 이 돈의 용처를 제대로 밝히지 않고 있다는 주장이다. 교구종회에서 배부한 자료도 회의 끝나기 무섭게 회수해버려 주지 측근이 아니면 상세한 내용을 알 수 없다고 한다.

선문화교육관, 성보박물관 공사의 내역에 대해서도 제대로 설명하거나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러다보니 박물관 누수현상, 공사업자와 소송·합의 등에 대해 대중의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는 것이다.

불투명한 재정 운영 문제에 기름을 들이부은 것은 경선 스님의 개인 선서화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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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지 선서화전은 말사 주지에 무언의 압력"

지난 3일부터 다음달 6일까지 범어사성보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선서화전 '월인-묵언'전에 경선 스님은 60여점의 작품을 선보였다. 개최 시기가 부적절하고 말사 주지 등에게 작품구입에 대한 무언의 압박이 되고 있다고 승가회는 밝혔다.

승가회는 "작품당 500만원에서 수천만원을 받는 전시회를 본사주지 재임 중에 하는 것은 대단히 부적절하다"며 "비록 수익의 일부를 선원 강원 율원에 보시하고 복지에 사용한다고 하지만, 인사권을 쥔 교구장 작품을 말사 주지들 입장에서는 고액이라도 사지 않을 수도 없다. 코로나로 가뜩이나 사중 살림이 어려운 말사들로선 이래저래 고민이다."고 말했다.

동산화합승가회는 하안거 해제 이후 모임을 확대해 주지 스님의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내겠다는 입장이다. 내년 방장 선출과 맞물려 범어사가 어떤 지혜를 모을지 주목된다.

인사 재정 개인전 등에 관해 범어사의 입장을 듣기 위해 <불교닷컴>은 주지 경선 스님에게 전화하고 문자메시지를 보냈으나 답을 듣지 못했다. 종무소 관계자는 자신들이 답변할 사안이 아니라며 대답을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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