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차문화 전통 좇는 천태종...삼룡사 '초암차법' 조명

"매월당 김시습 '청빈' '무소유' 담긴 초암차법 日 전달"

2021-12-18     조현성 기자
삼룡사

 

천태종 삼룡사(주지 무원 스님)는 17일 경내 지관전에서 한국국제선차문화연구원(원장 최석환)과 ‘매월당 김시습 초암차법의 재발견’ 주제 제1차 매월당 김시습 초암차법 전승학술대회를 개최했다.

학술행사에 앞선 개막식에서는 매월당 영정에 올리는 헌다의식과 단차ㆍ초암차법 서예 봉정이 진행됐다. 또, 전통예절진흥회의 ‘전다법’, 차행법 숙우회 람화의 ‘란주말차’ 등 초암차법 시연을 했다.

전통예절진흥회의

 

김시습 후손 무원 스님은 "오늘 행사가 한국은 물론 세계 차문화의 큰 획을 긋는 행사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스님은 "김시습 선생(1435~1493)은 세조의 왕위찬탈에 분개해 출가해 설잠 선사로 수행했다. 용장사에 있을 때 일본 승려가 찾아와 솔방울로 불을 피워 차를 끓여내는 것을 보고 일본에 전했고, 이는 일본 다도로 이어졌다"고 했다.

그러면서 "2006년 불일암 옛터가 드러나면서 매월당 초암차의 실체가 하나씩 밝혀졌고 관련 연구가 진행됐다. 오늘 행사를 통해서 초암차법의 정신을 높이고, 선과 차가 둘 아님을 대중불교를 통해서 함께 실천하자"고 했다.

천태종 총무원장 문덕 스님은 교육부장 갈수 스님이 대독한 치사를 통해서 "삼룡사의 이번 학술대회는 초암차의 진가를 연찬하고 진면목을 드러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천태차문화보존연구회장 경혜 스님(관문사 주지)은 "매월당(김시습)은 시대의 고통을 감내하는 지식인의 몸부림과 유도와 불문을 넘나들며 고뇌하는 지성의 표상이었다"고 했다.

스님은 "오늘 행사는 매월당 ‘초암차’ 연구를 본격화하는 신호이다. 무궁무진하게 퍼져나갈 초암차 향기로 ‘다선일미’의 참모습을 궁구하는 길을 열 것"이라고 했다.

차행법

 

행사에서는 ▷최석환 회장(한국국제선차문화연구회)이 '고려의 점다법을 중흥시킨 매월당 초암차법의 국제적 위상' ▷최정간 원장(매월다암연구원)이 '동아시아 다도사에 있어서 매월당의 초암차 연구의 가치' ▷박정진 문화인류학자가 '조선 차사에서 차지하는 매월당의 위치'를 발표했다.

최석환 회장은 "매월당의 〈매월당문집〉에 수록된 차시 ‘산속에 살며(習之山居)’를 통해서 매월당의 초암차법은 ‘점다법’임이 밝혀졌다”고 했다.  이어서 "고려가 멸망하고 조선이 개국하면서 잎차문화로 변화하는 시점에 매월당은 점다법을 고집하고, 말차도로 초암차법을 실천했다"고 했다.

최 회장은 "대부분의 일본 초암다실에서 대나무 홈통으로 물을 끌어와 하나의 수조를 만들어 사용하는 것은 매월당의 초암차법과 담양 소쇄원의 전통을 이은 것"이라고 했다.

최정간 원장은 "선차가 출가자의 무일물과 무소유 사상을 바탕으로 한다면, 매월당 김시습의 초암차 정신은 재가사상, 선비의 청빈사상, 선가의 풍류도 사상을 포함한다”고 했다.

최 원장은 "매월당이 초암차를 만들었고, 초암차 정신세계는 일본 승려 준초에 의해 고려 출신 잇큐 선사에게 간접적으로 전달됐다. 이를 바탕으로 일본 '와비차'가 탄생했다"고 했다. '와비차'는 화려한 중국 다도와 달랐던 일본의 간소한 다도로 설명된다. 

박정진 씨는 "다산-초의-추사로 이어지기 이전에 이미 매월당-점필재-한재로 이어지는 풍류차, 청담차 전통이 있었다. 이들의 전통은 동아시아 차사에서 중국-조선-일본을 잇는 매개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매월당 연구는 우리 문화 이해에 있어서 주체성을 확립하는 길이자, 사대주의와 식민주의의 틀을 깨는 일"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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