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지는 극렬반대 이후락은 동의서명"

[한전 소송 쟁점] ② 봉은사 주지는 동의하지 않았다 주지 동의 없는 토지 처분은 불교재산관리법 위반 서운 스님 해임, 청담 스님 취임 절차도 불투명

2021-10-22     이혜조

한국전력공사를 상대로 봉은사가 제기한 소유권이전등기 말소 소송의 핵심은 불교재산관리법 위반 여부다.

사찰의 기본재산인 경내지의 처분행위는 관할청의 허가 여부와 무관하게 무효이다.(관련기사: 1970년 봉은사 일주문 위치를 아십니까?) 경내지가 아니라도 주지의 동의 없는 사찰재산의 처분행위는 무효이다. 문화공보부 허가조건도 갖추지 못해 효력이 없으므로 관할청의 허가가 없는 재산처분 행위 역시 무효에 해당한다.

봉은사 토지 처분은 1970년께 이뤄졌다. 1962년 5월 31일 제정·시행된 불교재산관리법이 적용되던 시기다.

불교재산관리법 9조 제1항에 따르면, 사찰에 속하는 일체의 재산은 주지가 관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현재는 총무원장이 당연직 주지이지만 2010년 이전 봉은사는 별도의 주지가 있었다.

조계종은 1969년 12월 3일 22회 중앙종회에서 유휴재산을 처분해 불교회관을 건립키로 결의했다. 보름 뒤 종무회의에서 봉은사 토지를 처분해 매각대금으로 중앙공무원교육원 건물을 사들여 불교회관으로 사용하는 안건을 결의했다. 

같은 날 조계종 중진스님 10명과 기관장 5명 등 모두 15명이 동의서에 서명했다. 박정희 대통령 비서실장 출신의 주일본대사이자 조계종 신도회장인 이후락의 서명은 눈여겨볼 대목이다.

일사천리로
조계종
조계사에서

한 달 뒤인 1970년 1월 18일 총무원장 월산 스님은 윤태진(서울시 도시계획과장 윤진우가 내세운 가공의 인물)과 부동산매매계약을 체결한다. 평당 4,200원 위약 시 5,000만원을 배상하는 이 계약서에 총무원장 최월산, 총무부장 김경우, 재무부장 윤기원, 교무부장 오법안이 연명했다. 그 대가로 총무원은 윤태진으로부터 토지대금 1억5천만 원과 사무비용 1천만 원을 지급받았다.

당시 봉은사 토지를 처분하려면 주지 서운 스님의 동의가 반드시 필요했다. 서운 스님은 이 계약을 극렬히 반대했다.

그러자 월산 스님은 그해 6월 1일 문화공보부 장관에게 "봉은사 주지 김서운의 대리인"이라며 토지 처분 및 전환 허가를 신청했다.

문공부장관은 6월 5일 서울시장에게 서운 스님이 재산처분 권한을 총무원에 위임했더라도 총무원장이 신청을 단독 명의로 한 것은 불교재산법 제9조 제1항 규정에 반하고, 첨부된 위임장에 처분 대상 재산을  전혀 기재하지 않아 서식에도 하자가 있다는  취지로 사찰재산 전환 인가 신청서 보완을 요청했다.

서운 스님은 6월 14일 <불교신문>에 봉은사 토지 처분에 관한 위임장이 무효라는 공고문을 냈다.

1907년
봉은사

월산 스님은 6월 17일 서운 스님이 관련 회의와 문서에 모두 동의했으므로 위임장이 유효라는 해명서를 문공부장관에게 발송했다. 이후 문공부장관의 공고문에 대한 해명요구에 공식 통고를 받은 바 없다는 취지로만 회신하는 등 서운 스님으로 적법한 위임을 받았는지 전혀 해명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문공부는 6월 26일 봉은사 임야 및 전답 95,278평 처분 및 전환을 허가하는 처분을 단행했다.

"주지가 사찰 일체의 재산을 관리한다"-불교재산관리법

"주지 또는 대표임원은 당해 사찰 또는 불교단체를 대표하며 사찰 또는 불교단체에 속하는 일체의 재산을 관리한다." 불교재산관리법 9조 1항이다.

대법원도 "종헌에 사찰재산의 관리처분권을 종단이 행사할 수 있도록  하더라도 이는 대외적으로 효력이 없다(대법원 1981.  12.  22. 선고  80다1588  판결  참조)”고 판시했다. "사찰재산의  관리처분권이 해당 사찰의 주지에게 있다(대법원 2005. 6. 24. 선고 2005다10388판결 참조)”고 했다.

각종 기록들을 종합하면, 조계종  총무원장 월산 스님이 봉은사 주지의 대리인으로서 토지처분 허가신청을 했다. 월산 스님은 서운 스님의 위임장을 첨부했으나 위임장에 처분재산에 관한 기재가 없다. 월산 스님 단독 명의로 신청돼 있다. 관할청인 문공부도 하자를 지적하며 보완을 요청했다. 서운 스님은 <불교신문>에 위임장의  효력이 없음을 공포했다. 위임의 적법성에 대한 아무런 소명도 없이 문공부의 허가가 이뤄진 것이다.

법무법인 L.K.B & Partners의 김종복 대표변호사는 "서운 스님의 명시적인 의사에 반해 이뤄진 것이 명백하고, 조계종은 서운 스님으로부터 적법한 위임조차 받지 못한 상태에서 독단적으로 봉은사 소유의 토지를 매각하려고 한 것이다"며 "설령 위임이 있었다 하더라도 판례 법리에 비춰 대외적인 관계에서는 효력이 없는 것이므로 어느 면에서 보더라도 1970년 6월 26일 허가에 근거한 처분행위는 무효임이 명백하다."고 말했다.

'서운 스님 봉은사 주지해임'도 절차 위반

서운 스님의 반발은 23회 종회(7월 15일~18일)에서도 이어진다. 조계종 감사위원 용명 스님 등은 "총무원이 주지인 김서운 모르게 신청  등을 진행한 것은 맞지만, 나중에 주지에게 말하면 되겠다고 생각했을  뿐 악의는 없었다"며 실토했다.

종회 마지막날 사임한 월산 스님 후임 총무원장이 된 청담 스님은 8월 4일 서운 스님을 봉은사 주지에서 해임하고 자신이 주지가 됐다.

이는 불교재산관리법 9조 2항을 위반한 것이다. 

사찰의 주지임명권은 종단에 있더라도 종단이 주지 해임권을 행사하는 경우 종헌·종법에 따라 '중앙사정원'의 심의를 포함한 적법절차를 거쳤다는 기록이 전혀 없다.

청담 스님이 봉은사 주지로 취임 이후에도 지체없이 문교부장관에게 등록해야 하는 데 이 절차도 확인되지 않는다. 

이 절차를 거치지 않으면 대외적인 제3자와의 관계에 있어서 사찰을 대표할 수 없다는 판례까지 있다.(대법원 1995. 7. 14. 선고 93다60045  판결, 대법원 2005. 6. 24. 선고 2005다10388 판결, 대법원 1987. 3. 10. 선고 86다카399 판결)

청담 스님은 9월 26일 윤태진에게 월산 스님이 맺은 계약해지를 통지했다. 대신 청담 스님, 윤태진, 상공부 종합청사 건설위원회 위원장 서영철 3사람이 이 부동산 매매계약을 다시 체결했다.

문공부는 그해 12월 23일 봉은사 소유 임야 및 전답 20,683평에 대해 조건부로 처분 및 전환을 허가했다.

김 변호사는 "다시 체결한 매매계약은 청담 스님이 봉은사 주지로 정식 취임하지 않은 상태에서 체결됐을 가능성이 짙고, 이 계약에 따른 등기는 무권리자에 의한 것이므로 무효다"라고 했다.

문광부 허가조건 미이행…이 역시 처분 무효

1970년 12월 23일 문공부의 처분 및 전환 허가 첫 조건은 '타당한 가격'과 '상공부에게 매도' 였다. 불이행할 경우 허가를 취소하는 조건이었다.

문공부

그런데 청담 스님은 다음날인 12월 24일 조건과 달리 '상공부'가 아닌, 서영철이 지정하는 한국전력주식회사 외 9인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다.

다음해 청담 스님의 신청에 따라 4월 14일 문공부는 봉은사 소유 토지 17,342평의 처분 및 전환을 허가했다. 조건을 어긴 이 허가는 소급해 효력을 상실한다는 게 법조계의 설명이다.

불교재산관리법 제11조 제1항에 따르면 사찰의 경내건물 또는 경내지의 사용을 폐지하거나 소유 (부)동산을 양도하고자 할 때 관할청의 허가를 얻도록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 판례를 보면, 이 규정은 강행법규로서 이를 위반한 양도계약은 무효다(대법원  1998.  7.  28. 선고 96다50025 판결 참조).

김 변호사는 "결국 두번째 허가의 경우 기본재산의 처분이라는 점, 주지의 동의에 관한 하자가 존재하였다는 점 외에도 허가 조건 미이행이라는 고유의 하자가 존재한다"며 "그 대상 토지들에 관해 두번째로 마쳐진 공유지분 이전등기는 무효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두차례의 허가가 모두 무효이므로 조계종에 의한 처분행위 또한 강행법규에 반해 무효다"며 "무효인 법률행위를 원인으로 환지전 토지에 관해 이뤄진 1970년 12월의 등기와 그에 따라 순차적으로 이행된 환지전 토지와 이 사건 토지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는 모두 각 소유권이전등기를 순차 말소해야 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③ 봉은사 땅 매각에 비췬 정권의 그림자'가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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