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무원장들의 청와대 발언에 불교계 "뭇매"

촛불집회 옆서 HID천도재, 영남본사 기자회견 돌연 연기도 원인제공

2008-06-10     이혜조



▲지난 6일 이명박 대통령과 한국불교종단협의회 회장단 오찬회동 모습. 사진제공 = 청와대

불교계가 시민들의 자발적인 촛불집회에 기름칠을 하고 있다는 비난을 사고 있다.

촛불집회가 진행중인 서울광장에서 특수임무수행자회(HID)가 서울광장을 차지하고 사실상 촛불집회를 방해하고 있음에도 일부 스님들이 이들과 어울려 천도재를 지내 집회 참석 시민들로부터 맹비난을 받았다.

'72시간 촛불집회'중에 벌어진 일이어서 불교계가 촛불집회를 방해하는 세력들을 도우고 있다는 비난이 인터넷 포털사이트들에 쏟아지고 있다. 미디어다음 토론방인 '아고라'에는 불교계 전체를 싸잡아 욕설을 퍼붓고 있다. 일부 불자들이 추부길 비서관의 '사탄발언'을 분제삼으며 이에 반박하면서 종교토론방은 거의 종교전쟁을 연상케 한다.

아이디가 '랭보'인 네티즌은 "교리와 선승들에게는 배울것이 많으나, 며칠전에도 HID 위해서 천도재 하던데 뭐하는 짓인지. 그 X중들 돌아갈때 한 아저씨가 X중들이라고 욕을 한퍼대기 했습니다. 니들이 스님이냐 하면서 말이죠."라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당시 현장에 있었던 한 불자는 "불자라고 말하기 겁나고 민망했다"고 말했다.

여기에다 조계종 총무원장 지관 스님을 비롯한 종단협 스님들이 이명박 대통령의 초청으로 청와대에서 가진 오찬에서 한 발언들도 논란을 키우고 있다.

청와대 오찬 당시 발언 가운데 네티즌들이 문제삼는 부분은 "소나기는 피하고 봐야한다" "지금 상황은 소나기가 아니라 장마같은 느낌" "설명을 들으니 납득이 간다" 등이다. 정부의 잘못된 협상보다는 정부와 청와대의 입장에 공감대를 형성하는 듯한 발언들이기 때문이다.

'열공하자'라는 닉네임의 네티즌은 '조계종 총무원장은 당장 옷 벗어라'는 제목의 글에서 '종교지도자라면 쓴소리도 마다않아야 되는데 그저 청와대 가서 고개나 끄덕이다가 오고 맞장구나 치다가 오고...그래 계속 권력에 빌붙어 아부나 해라. 역사는 당신의 그러한 소행을 기억할 것이다. 고로 당신은 조계종 총무원장에 앉아있을 자격이 없으니 당장 옷벗고 내려오심이 어떠한가?"라고 성토했다.

'시몬'이라는 아이디의 네티즌은 지관 스님을 겨낭해 삼성특검 당시 특검 조기 종결을 촉구하는 청원서를 제출한 것과 관련 "조계종에서 너무 말도 안되는 소리를 하니까 대다수의 국민들이 콧방귀도 안뀌었다는 겁니다. 얼마나 조계종의 위상이 땅에 떨어졌으면, 얼마나 말도 안되는 소리였으면 국민들에게 아무런 반향도 일으키지 못했겠습니까."라고 비꼬았다.

<불교닷컴><불교포커스><조계종 총무원 홈페이지>도 이날의 오찬 발언내용과 불교의 시국에 대한 묵묵부답을 성토하는 글들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영남지역 9개 교구본사 주지들이 한반도대운하 저지 기자회견을 돌연 연기했다는 <불교닷컴> 보도에 대해서도 네티즌들은 어구처니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편 청량사 주지 지원 스님은 불교방송 칼럼을 통해 "이처럼 어지러운 세상에 과연 불교의 역할이 무엇일까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며 "과히 정보의 시대임을 몸으로 느낄 수 있는 현실에서
불교의 목소리가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고 있는 것이 아닌지 걱정스러울 때가 많습니다."라고 말했다.

스님은 이어 "종교 지도자의 말은 종도의 얼굴이 될 수도 있음을 기억해야 합니다. 더 나아가서는 그 종단의 얼굴이 되는 것입니다."며 "마음을 한 데 모아 간절한 바람으로 켠 촛불 위에 기름을 끼얹는 지도자들의 말을 들으며 국민들은 더욱 분노하고 있음을 기억해야 합니다. 이러한 가운데 불가에서 말하는 ‘지혜’라는 말의 본질을 의심하는 시민들의 목소리도 높아가고 있습니다."라며 불교계 수장들의 발언과 행보가 문제가 있음을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