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비 맞았다'는 문 대통령, '몽둥이 들어야겠다'는 야당

취임 4주년 특별연설 후 질의응답서 '보선 참패' 죽비 맞은데 비유

2021-05-11     조현성 기자
2018년

 

"정말 죽비를 맞고 정신이 번쩍 들 만한 그런 심판을 받았다 생각하고요. 또 그런 자세로 남은 1년 새롭게 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10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취임 4주년 특별연설 후 출입기자단과의 질의응답에서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이같이 평가했다.

죽비는 선원에서 수행자에게 참선을 지도할 때 사용하는 불구이다. 대나무를 깎아 만드는 까닭에 죽비자라고 부르기도 한다.

죽비는 40~50cm 길이의 통대나무를 2/3 정도 가운데를 쪼개어 양쪽으로 가른다. 가르지 않은 부분은 손잡이가 된다.

죽비는 오른손으로 손잡이 부분을 잡고 갈라진 쪽으로 왼손바닥을 치면 "탁!" 소리를 낸다.

죽비는 참선 시작을 알리는 입선과 끝을 알리는 방선 신호에 사용한다. 입선 때는 천천히 3번을, 방선 때는 2번을 친다. 선원에서 부처님에 예를 올릴 때, 공양 때 목탁 대신 사용하기도 한다. 공양 시작 전 3번, 끝날 때 2번 죽비를 친다.

선방의 지도하는 스님이 수행자의 졸음을 쫓거나 경책할 때 어깨에 장군죽비를 내려친다. 이때는 3번을 내리친다. 장군죽비는 2m 크기의 큰 죽비이다.

경책을 받은 스님은 보답으로 합장 배례하는 것이 예의이다. 죽비는 맞은 이뿐 아니라 "탁"하는 소리로 주변의 졸던 이들까지 마음자세를 다잡게 하는 효과가 있다.
 

죽비

 

죽비 사용은 중국불교에서 유래를 찾을 수 있다. 남송시대 쓰여진 <무문관> '수산죽비' 이야기가 한 본보기이다.

어느날 수산성념 선사가 죽비를 들어 대중에게 보이며 "그대들이 이를 죽비라고 불러도 어긋나고 죽비라고 부르지 않아도 어긋날 것이다. 그대들은 얼른 말해 보라. 이를 무어라 하겠는가."라고 물었다.

무문혜개 선사가 답하기를 "죽비를 죽비라 불러도 안되고 부르지 않아도 안되는 이치를 알면 자유로울 수 있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세례명이 '디모테오'인 카톨릭 신자이다. 불자가 아닌 문 대통령이 '죽비를 맞았다'고 표현한 것은 불교문화의 보편성을 보여주는 예이다. 평소 문 대통령은 사찰로 휴가를 가거나, 명절 연휴에 인근 사찰을 찾는 등 불교계와 폭넓은 교류를 해왔다.  

죽비는 칠 때 소리만 클뿐 크게 아프지는 않다. 체벌이 아닌 경책의 의미로 사용되는 까닭이다. 

이런 가운데, 국민의힘 박성중 의원은 11일 오전 원내대책회의에서 문 대통령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임혜숙 등 장관 지명 강행 관련 "국민과 야당의 지적에 귀를 닫고 싸우겠다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문재인 정부는 죽비로 모자라니 몽둥이를 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을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