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날, 우리말로 주련 장엄한 제주 남선사

도정 스님 "'석보상절' 지은 신미 대사 마음처럼"

2020-10-08     조현성 기자

 

제주 서귀포시 남선사(주지 도정 스님, 사진)에는 대웅전 등 법당마다 한글 현판이 걸려있다.

남선사는 지난 2012년 창건 당시부터 법당에 한글 현판을 걸었다. 최근 3개 당우 기둥에 모두 13개의 한글 주련을 붙였다. 

도정 스님은 "한국 불교가 대중에 다가가려면 불교의 가르침을 쉽게 알리고 소통해야 한다"며 쉬운 불교를 강조해 왔다. 

한자로 흘려 쓴 현판과 주련을 읽고 이해하는 사람이 적은 까닭에 스님은 남선사 현판과 주련을 한글로 써서 새겼다.

다른 사찰 주련이 경전과 선승의 깨달음을 드러낸 오도송 등에서 글귀를 가져온 것과 달리, 남선사 주련은 <법구경> 구절의 쉬운 문장도 있다.

'마음을 열고 나누는 대화는 부처님의 고귀한 선물' '깨닫지 못해도 진리의 한 자락을 접한 것만으로도 기쁘다' '사람에게서 맑음과 향기로움을 느끼기란 쉽지 않다' 등이다.

한글

 

경전을 인용한 주련도 우리말로 알기 쉽게 해석했다. 대웅전인 '향적전' 주련에는 법구경 구절인 '無病最利 知足最富 厚爲最友 泥源最樂'을 해석한 한글을 새겼다.

"세상에 병 없는 것이 가장 큰 은혜요. 만족할 줄 아는 것이 가장 큰 재산이네. 친구 중에 제일은 믿음이란 벗이요. 즐거움의 제일은 고요한 열반이네"이다.

도정 스님은 한글 주련을 직접 목판에 새기면서 "조선시대 신미 대사께서 부처님 말씀을 쉽게 배워 익힐 수 있도록 <석보상절>을 지은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고 했다.

스님은 "유네스코는 1997년 한글을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했다. 1987년부터 '세종대왕상'을 제정해 인류의 문맹률을 떨어뜨리는데 기여한 개인이나 단체에게 상을 주고 있다. 불교도 어려운 이미지를 벗기 위해 한글을 적극 활용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