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 발복

[연재] 풍수란 무엇인가 21

2020-08-11     김규순
정선향교에서

 

풍수학에는 5요소가 있다고 했다. 용혈사수향 5가지를 오결(五訣)이라고 한다.

풍수학은 자연지형을 대상으로 한다. 따라서 용혈사수(龍穴砂水)는 적어도 수 천만년동안 천지자연이 만든 지형이다. 그에 반해 풍수학에서 향(向)은 대부분 인위적인 설정이다.

풍수학은 용혈사수를 판단할 때 각각 장풍득수의 기능과 역할에 충실한지를 먼저 살핀 후 이를 바탕으로 생기의 유무를 추정한다. 혈 하나가 단독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혈은 용과 사수의 도움을 받아 만들어지는 것이다. 우리 인간이 사회적 동물로 서로 더불어 살아가는 것을 자연지형에 반영한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연에 대한 감정이입은 자연을 분석하고 해석하는데 그대로 적용한다.

영주

 

풍수학에서 향(向)이란 건물이 바라보는 방향이나 무덤이 바라보는 방향을 말한다. 풍수학에서 향은 결정한 사람의 의도가 반영되어 있다. 즉 가옥이 문필봉[木星]을 바라보고 있으면 그곳에서 태어나고 성장하는 후손들이 학문이 뛰어나길 바라는 마음이 녹아 있는 것이고, 노적봉[金星]이나 토성(土星)을 바라보고 있으면 부자가 되기를 바라는 것이며, 천마봉을 바라보면 관료가 되길 바라는 것이다. 조상은 향을 통하여 후손들에게 인생의 지침을 전달하였다.

따라서 풍수학의 향(向)에는 인간의 희망과 야망과 욕심이 들어가 있다. 용혈사수는 자연지형으로 도가적인 성향이 스며들어 있고, 향에는 인위적인 노력이 요구되므로 유가적인 성향이 스며들어 있다. 이기풍수(理氣風水)가 성행하기 시작하면서 향이 강조되었고 향(向)이 가져다주는 복[向發福]이라는 말이 유행했다. 향발복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 그것이 풍수학의 주류가 아니다. 향(向)발복이 마치 만능열쇠처럼 여겨지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자칫하면 혹세무민의 함정에 빠질 수 있으니까.   

여흥민씨

 

동양사상의 음양이론에서 음양이 한 몸이듯이, 길흉도 한 몸이다. 사람은 보고 싶은 것만 보는 경향이 있으므로 향에는 복(福)만 있는 것이 아니라 흉(凶)도 있음을 경계해야 한다. 길지를 먼저 정하고 향을 정해야 하는데, 향을 기준으로 장소를 정하는 것은 일에 있어서 주객이 전도된 것이다. 향을 기준으로 장소를 정하는 것은 향의 순기능이면서 동시에 역기능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풍수학에 있어서 향(向)은 중요한 작업이다. 어쩌면 화룡점정의 작업이라고 할 수도 있다. 전통 공간미학적 관점에서도 향 이론은 중요하다. 전통적으로 건물의 공간배치와 차경(借景)은 밀접한 관계를 가진다. 물론 공간미학적 향 이론도 풍수학에 기반하고 있었는데, 향선을 기준으로 보이는 산수(山水)가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아가며 죽은 조상과 살아가는 후손이 의사소통하는 기회를 마련해 주는 것이 풍수학이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