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산산 산에는

[연재] 풍수란 무엇인가 15

2020-06-24     김규순
노고단_지리산

 

산의 영역은 산봉우리에서부터 들판까지 이어진다. 풍수학에서 물이 산의 경계이므로 산에 연결된 들판도 산의 일부이다. 그래서 들판에도 능선이 이어진다고 믿었으며 이를 평지룡이라고 한다.

여수

 

동양학에서 산은 통합적 개념이다. 산은 용과 혈(穴), 사(砂) 그리고 계곡의 수(水) 뿐만 아니라 초목과 야생동물까지 포함한다. 산은 자생력을 지니고 있는 유기체적 개념을 넘어서 신비로운 존재이다. 따라서 산에 사는 생물들은 산신령의 전령으로 생각했다. 산이 땅의 주인임을 인정하는 사례는 무덤 우측 뒤에 산신단을 설치하고 있는 것과 사찰에 산신각이 있는 것에서 알 수 있다. 백재 무령왕릉에서 매지권이 나온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이것이 땅의 주인을 섬기는 산악숭배사상이다. 

우리나라 산신령의 시조는 단군임금이다. 단군은 고조선 통치를 마치고 산신령이 되어 스스로 영원성과 신령스러움을 부여했다. 걸출한 인물은 땅의 신령함에 기인한다는 인걸지령(人傑地靈)사상은 우리나라 교가에 산 이름이 많이 등장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해인사

 

우리나라 모든 산에는 산산령이 있는데 더러는 여자 산신령도 있다. 지리산 노고단은 마고할매, 가야산은 정견모주, 운제산은 운제산성모, 선도산은 선도성모, 울산 치술령은 치술공주가 산신령이다. 토함산은 석탈해, 대관령은 김유신, 수원 팔달산은 이고(李皐)가 산신령이다. 한민족에게서 산악숭배사상은 떼어낼 수 없는 것으로 우리의 일상생활 깊숙이 들어와 호흡하고 있다.

산악숭배사상은 고대 탁월한 종족들의 공통된 사항이었는데 그리스 올림포스 산의 산신령은 제우스였고, 수미산은 고대 인도인들의 우주의 중심이 불교 최고의 산이 되었고, 서왕모가 산다는 곤륜산은 도교 최고의 산이다. 노아의 방주가 정박한 곳은 아라라트 산이었고 모세는 시나이 산에서 십계명을 받았다. 공자가 올랐다는 태산은 진시황부터 중국 황제들이 즉위한 후 하늘에 허락을 구하기 위해 제사를 지낸 산이다. 마호메트가 마지막 설교를 한 곳은 아라파트 산이었다. 고대로부터 산은 인류에게 정신적 활동의 무대였다.

지리산

 

하늘은 천명을 주고 땅은 운명을 주었다. 천지는 상통하므로 땅의 영험함을 통하여 천명까지도 개조할 수 있다는 사상으로 발전한 것이 풍수이다. 동아시아인에게 천명을 개조하고 싶다는 열망은 차별적이고 억압된 계급사회에서 유일한 탈출구였다.  산은 풍수학의 4요소인 용·혈·사·수를 모두 갖추고 있으니 산의 형태가 올바르고 빼어나며 초목이 무성하고 양명한 산을 제일로 생각했다. 즉 풍수의 시작과 끝은 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