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의 집'"할머니들 계셔야 예산 받기 좋아"

후원금 유용 의혹 해명차 마련된 자리서 승려 이사 발언
중앙종회의원 화평 스님 "할머니들에게 돈 안쓴 것 잘해...문제될 것 있나?"

2020-05-28     조현성 기자

 

PD수첩

 

'나눔의 집' 법인이사 A 스님(지난해 8월) "미래 사업에 대한 틀이 있었어요. 지금은 할머니들이 계시기 때문에 가장 예산 받기 좋은 게 거주시설…할머니들 거주시설에 대해서 얘기를 하면 지자체가 돈을 줍니다. 다른 것은 돈을 안 줘요. 거의."

최근 후원금 부정 사용 등 논란이 불거진 '사회복지법인 대한불교조계종 나눔의 집'(대표이사 월주 스님, 상임이사 성우 스님)이 후원금을 어떻게 사용하려 했는지 설명하는 녹음 파일이 공개됐다.

YTN은 27일 '나눔의 집' 녹취 확보..."할머니 있어야 보조금"을 통해 이 파일을 보도했다.

문제의 발언은 지난해 8월 '나눔의 집' 핵심 관계자들이 모인 자리에서 나왔다. 1주일 전 직원들이 후원금 유용 의혹을 제기하자 이를 해명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에서다.

A 스님은 할머니들이 계셔야 지자체 보조금을 타내기 좋다고 했다. 그러면서 "계속 땅을 더 사라고 주문하고 있습니다. 후원금을 쓰지 말고 땅을 사서 인권센터가 마무리 제대로 될 수 있도록 하자"라고 했다.

이같은 발언은 특정 이사 한 사람만 주장한 것이 아니다. '나눔의집'을 운영해 온 조계종 승려 이사진들의 중론인 것으로 짐작된다.

PD수첩

 

'나눔의 집' 대표이사인 월주 스님은 '나눔의 집'에 왔을 때마다 땅을 보고 가고 "저 땅은 안파느냐" "저 땅은 어떻게 해라" 땅과 건물 이야기만 계속했다는게 직원의 전언이다.

지난 2018년 2월 28일 이사회에서 한 이사는 "후원금이 많이 들어오고 그 후원금을 절약해서 사용하고 나머지는 재산 매입이라든가 이런 데다 사용하려고, 토지 같은 거 사서 사업영역을 확대시키려 하기 떄문에"라고 했다.

성우 스님(동국대 이사장) 이전 상임이사였던 원행 스님(조계종 총무원장)은 "우리가 좀 더 후원을 많이 받고 잘해서 모아서 한 3년 계획을 세워서 요양원을 잘 짓자"고 했다.

"이자 수입을 늘려가나갸되지, 50억 정도 보통 통장에 넣으면 이자가 않붙잖아요? 50억이면 얼마야" "호텔식으로 짓고 확대해 나가자"는 승려 이사 발언도 있었다.

19일

 

이사 화평 스님(조계종 중앙종회의원)은 지난 2017년 2월 23일 법인 이사회에서 안신권 소장에게 "할머니들한테 드리기로 한 돈을 안썼다는 것은 참 잘한 것 같다"고 했다.

화평 스님은 "대외적으로 지원하기로 한 돈을 (할머니들에게) 안 주는 것에 대한 문제점을 생각해보았냐"고 물었다.

안 소장은 "시설평가자들이 '대부분 후원자들은 솔직히 할머니 보고 하는데 왜 법인으로 (후원금을) 다 주느냐'고 물어서 '지금 관례상 이렇게 하고 있고 (광주)시청과도 얘기가 됐다'고 답했다.

'나눔의 집' 법인이 소유한 부동산은 29억원 상당이다. 면적은 1만3685제곱미터에 달한다.

'나눔의 집'은 지난 2004년 1억5509만원이던 후원금이 해를 거듭할수록 늘어나 2019년 26억159만원을 후원금으로 모금했다. '나눔의 집'이 지난해 기준 26억원을 후원금으로 모금하고도 할머니들이 머무는 시설로 보낸 돈(시설 전출금)은 6500만원에 불과했다.

MBC

 

'나눔의 집' 김대월 학예실장은 "할머니가 겨울에 여름 신발을 신고 나갔다. 할머니옷을 사려면 스님이 명절 때 준 용돈으로 사야하고 그게 없으면 못샀다"고 했다.

직원들의 내부고발로 사건이 불거지자 '나눔의 집'은 광주시로부터 주의조치를 받았다. 국가인권위원회는 '나눔의 집'에서 할머니들에게 학대가 있었는지 인권 침해 여부 등을 조사 중이다. 직원들은 안신권 소장과 이사회를 배임 혐의로 고발했다.

'나눔의 집'은 오는 6월 2일 이사회를 예정하고 있다. 회의에서는 시 주의조치 수용 등을 이유로 시설장인 안신권 소장을 징계할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