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월 보덕사가 서향인 이유

[연재] 김규순의 풍수이야기 156

2019-07-12     김규순

영월 보덕사는 천년고찰로 668년(신라 문무왕8년)에 의상께서 창건한 절이다. 보덕사의 지형을 보면 서쪽을 향하고 있다는 점이 특이하다. 지형이 서향이라는 것은 산의 능선이 동에서 서쪽으로 경사지고 있는 지형이다. 사찰이 서향을 하고 있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석가모니께서 출가를 하실 때는 동문으로 나가셨고 깨달을 때에도 동쪽을 향하고 정좌하고 있었다. 그러나 부처님도 비스듬히 누워 서쪽을 바라보며 열반에 드셨다. 이는 태양의 일출과 석양이 전 세계 인류에게 미친 영향이 크게 다르지 않으며, 방위와 공간의 개념을 구축한 보편성을 지니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서향은 기운이 사라지는 방향이다.

영월 보덕사는 향선이 서쪽을 향한다. 서쪽 능선 위에는 단종의 유택인 장릉이 위치하고 있다. 장릉의 동편에 위치한 보덕사는 장릉을 바라보며 서향을 하고 있다. 보덕사를 장릉의 서쪽에 입지했다면 동향을 둘 수 있지만 동쪽에 둔 이유는 무엇일까? 동쪽은 탄생과 시작의 의미를 가진다. 따라서 죽은 이를 서방정토로 보내는 관점에서 원찰을 서향으로 배치한 것으로 본다. 사찰의 주인공은 부처님이지만, 보덕사의 주인은 단종으로 여겨질 만큼 특이하다. 장릉의 원찰이라서 만이 아니라 천왕문을 들어서면 제일 먼저 보이는 건물이 산신각이며 산신각에는 사후에 태백산 산신령이 된 백마를 탄 단종의 영정을 모시고 있다. 아마도 영월주민들의 가슴에 새겨진 태백산산신령의 영험함이 장릉이 장구하게 보존된 에너지였을 것이다.

의상께서 보덕사를 창건했다는 것도 의아스럽다. 의상은 비로자나불을 모시는 보광전이 있는 화엄사찰을 지었다. 보광전은 해가 뜨는 동향이어야 한다. 근데 보덕사에는 동향으로 지을 수 있는 땅이 없다. 의상께서 보덕사를 창건했다는 설은 지형적인 면에서 근거가 부족하다.

[기사제보 cetana@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