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템플스테이' 한다면서 금고 모신 조계사

국고보조금 13억원 받은 조계사 "앞으로 템플스테이 체험관으로 활용할 것"

2019-04-22     조현성 기자

대한불교조계종 조계사가 외국인 템플스테이 체험관을 짓는다면서 국고보조금 13억원을 받은 건물에 대형금고를 설치했다. 국고보조금을 받으면서 약속한 템플스테이 시설은 없었다.

이같은 사실은 MBC문화방송 8시 뉴스데스크 단독보도로 알려졌다.

MBC는 22일 "'대형 금고' 모셔 놓고 참선 수행?…수상한 체험관" 제하의 보도를 했다. "조계종 대표 사찰인 서울 조계사가 외국인을 위한 템플스테이 체험관을 짓겠다면서 거액의 정부 돈을 받아놓고 엉뚱한 건물을 지어 논란이 되고 있다"고 했다.


조계사는 지난 2017년 문화제육관광부로부터 국고보조금 13억원을 받았다. 1층 템플스테이 홍보관, 2층 참선과 염색 등을 배우는 체험관, 3층 다도 체험관이 조계사가 정부에 제출한 설계도면이다.

MBC 취재 결과, 템플스테이 홍보관이라는 1층에서는 법당에 올리는 공양물품만 팔고 있었다. 체험관이 있어야 할 2층에는 사무집기가 있었다. 다도 체험관에는 에스프레소 커피 기계와 테이블이 있었다.   
 
조계종 관계자는 "2층은 종무원들 사무실이고, 3층은 저기 뭐지? 전통 차, 커피 파는 곳"이라고 했다.

MBC는 "2층 참선 공간은 직원들의 사무실로 변경된 것 등을 보면 조계사는 처음부터 이 건물을 템플스테이 체험관으로 사용할 생각이 없던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조계사가 건물을 지으면서 도면에 있던 지진 대비 보강 공사를 빼고 대형 금고를 설치한 것도 드러났다.

공사업체 관계자는 "콘크리트 치고 (금고를) 그 위에다 다 올려놨다. 비밀이라 우린 보지도 못하게 했다"고 말했다.

조계사 측은 "앞으로 추가 준비작업을 진행해 템플스테이 체험관으로 활용하겠다"고 했다. MBC는 1층 공간을 나눠 홍보부스를 설치할 계획이고 3층은 좌식을 불편해하는 외국인들에게 다도를 체험하는 공간으로 만들겠다는게 조계사 입장이라고 했다.

한편, 조계사는 "MBC 취재과정에서 명백한 사실관계를 설명했다. MBC가 이를 무시한 채 의혹보도를 통해 조계사 명예를 훼손했다. MBC가 제기한 의혹은 사실무근"이라고 했다.

교계 한 매체가 보도한 조계사가 MBC 측에 전달한 답변서에 따르면, 조계사는 준공을 앞두고 템플스테이 접수 등 사무 진행 공간이 부족해 2층에 템플스테이 사무실을 배치했다. 1층 3층도 모두 템플스테이 진행을 위한 준비작업이 진행 중이라고 했다.

조계사는 이같은 시설변경이 모두 불교문화사업단에 보고됐고, 해당관청인 종로구청에도 용도변경 신고 후 허가를 얻어 진행한 것이라고 했다.

템플스테이 체험관 공사 계약과정 관련해서는 "조계사와 계약을 체결한 곳은 (황씨가 대표인) A건설 한 곳 뿐"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종로구청에 제출된 계약서는 황씨가 조계사 직인을 위조해 임의로 작성한 계약서"라고 했다.

그러면서 조계사는 MBC 보도에 법적대응을 할 것이며, 직인을 위조한 황씨에게도 법적책임을 묻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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