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취임식 엠블럼의 나팔·불꽃 의미는?

성경에 자주 등장하는 용어 '의혹'…준비위 "태평소·북" 설명

2008-01-28     이혜조



▲ 대통령취임준비위원회가 확정 발표한 엠블럼. 성경에 자주 등장하는 나팔과 불꽃을 형상화했다는 네티즌의 지적이 일고 있다.

내달 25일 대통령 취임식에 사용할 엠블럼이 지나치게 기독교 냄새가 풍긴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제17대 대통령취임식준비위(위워장 박범훈)는 엠블럼을 확정, 지난 27일 언론을 통해 공개했다. 엠블럼의 명칭은 태평고(太平鼓)다. 엠블럼은 태평소와 북을 모티브로 삼아 만든 것으로 대한민국의 태평성대를 염원하는 희망의 울림소리가 미래로, 세계로 뻗어나가는 이미지를 형상화한 것이라고 준비위는 설명했다.

그러나 엠블럼에 사용된 나팔과 불꽃은 성경에 자주 등장하는 용어이자 상징이라는 주장이 네티즌을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다.

"큰 나팔 소리와 함께 천사들을 보내리니 저희가 그 택하신 자들을 하늘 이 끝에서 저 끝까지 사방에서 모으리라"(마태복음 24장 31절)

"내가 보매 하나님 앞에 시위한 일곱 천사가 있어 일곱 나팔을 받았더라"(요한계시록 8장2절)

"보라 내가 너희에게 비밀을 말하노니 우리가 다 잠잘 것이 아니요 마지막 나팔에 순식간에 홀연히 다 변화하리니. 나팔 소리가 나매 죽은 자들이 썩지 아니할 것으로 다시 살고 우리도 변화 하리라"(고린도전서 15장51~52절)

나팔을 등장시킨 성경 구절 중 일부다. 이에 대해 네티즌들은 "성경에 기록된 나팔은 육적인 것과 영적인 것 두 가지가 있다. 육적인 나팔은 소리를 내는 도구로서 출애굽한 이스라엘은 회중을 소집하며 진을 진행케 하기 위해 불었다(민10:2∼9)."며 "영적인 나팔은 육적인 나팔을 비유한 것으로 사람의 입이요 영적인 나팔 소리는 하나님 백성에게 전하는 증거의 말씀이다"라고 주장했다.

불꽃이라는 단어도 성경에 자주 등장한다.

"주께서는 불꽃 가운데 나타나셔서 하나님을 거부한 자들과 우리 주 예수의 복음을 받아들이지 않은 자들을 처벌하실 것이다."(데살후 1장 8절) 등이 대표적이다.

박 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 자리에서 "태평고는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신년 화두인 시화연풍(時和年豊)의 의미를 포함함은 물론, 취임식장에서 선포할 대한민국의 비전에도 부합한다"고 설명했다.

모티브로 쓰인 태평소는 음색이 매우 강하고 높으며 '세상을 두루 편안하게 해 준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고, 북은 가장 힘차고 박진감 넘치며, '전진'을 의미하는 악기다. 엠블럼 '태평고'는 10여개의 추천작품 중 취임식 전문가 기획위원들의 수차례 심사를 거쳐 결정됐다고 취임준비위는 밝혔다.

취임식 무대는 '권위적인 모습을 없애고 국민과 함께 하는 취임식이 되게 하라'는 이 당선인의 요청에 따라 봉황문양을 사용하지 않고 단상 높이도 대폭 낮추었으며 단상을 일반 참석자와 최대한 가까이 배치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도 네티즌들은 "봉황을 우상이라고 생각해 없앤 것 아니냐"며 의문을 표시했다. 나팔은 태평소로 이해한다해도 우측의 불꽃에 대해서 준비위는 제대로 설명하지 않고 있어 성경에서 소재를 따왔다는 의혹을 지울 수 없다는 게 네티즌들의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