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기울어진 운동장…원행 스님 235표 무효 80표

28일 36대 총무원장 당선…설정 원장 보다 1표 더 획득

2018-09-28     서현욱 기자

조계종 총무원장 선거는 역시 기울어진 운동장이었다. 약 1년 전 35대 총무원장 선거에서 설정 스님에게 표를 몰아줬던 종단 기득권 세력은 36대 총무원장 선거에서도 똑 같은 양상을 보여줬다.

기호1번 혜총 스님과 기호3번 정우 스님, 기호4번 일면 스님이 “종단 기득권 세력의 불합리한 상황을 목도하고 참담”한 심정 속에서 동반사퇴하면서 기호 2번 원행 스님이 단독후보로 진행된 28일 36대 총무원장 선거에서 원행 스님은 설정 스님이 얻었던 표보다 한 표 많은 235표로 당선했다. 무효표는 80표였다. 투표에는 선거인단 318명 중 315명이 참여했다.

이 같은 모습은 조계종 적폐 카르텔이 종권 장악을 위한 열망을 그대로 표출한 결과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더욱 문제는 사실상 찬반투표마 마찬가지였던 이번 투표에서 80명의 유권자가 무효표를 찍은 점이다. 선거에 앞서 교구본사주지협의회 회장단이 선거법 위반 논란에도 입장문을 내 "선거 적극 참여"를 공개 천명하고, 불교광장이 입장문을 냈지만 확장성은 보여주지 못했다. 무효표 80표는 최소 6개 교구본사의 선거인단이 원행 스님을 반대하고, 종회의원 20명이 반대했다는 추측이 가능하다. 또 이 같은 결과는 적폐 카르텔이 그대로 원행 스님을 지지했다는 결론에 도달할 수 있다. 결국 36대 총무원장 체제는 적폐의 카르텔을 계승하고 있다는 점을 그대로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불교계 시민사회와 청정교단 구현을 위해 41일간 단식한 설조 스님이 적폐의 아바타라고 규정한 원행 스님이 36대 총무원장에 당선하면서 결국 조계종 적폐청산 운동의 새로운 대응 전략을 고민하게 만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설조 스님은 27일 원행 스님에게 "적폐의 아바타가 되는 것은 교단은 물론 그대 자신을 망치는 어리석은 짓임을 알고 지금이라도 후보자 자리에서 물러남으로써 적페청산의 길을 막지 말라"고 경고했다.

지난 26일 동반 사퇴한 혜총·정우·일면 스님은 “종단 기득권 세력의 불합리한 상황을 목도하면서 참담했다”고 했다. 또 “이권만 있으면 불교는 안중에도 없는 기존 정치세력 앞에 종단 변화를 염원하는 저희들의 노력은 아무런 의미가 없음을 통감”했다. 심지어 “종단이 특정세력의 사유물로 전락해 불일(佛日)은 빛을 잃고 법륜(法輪)은 멈추게 될 것”이라는 엄중한 현실을 토로하며 동반 사퇴했다.

원행 스님은 중앙선관위원장에게 당선증을 교부받은 후 조계사 대웅전을 찾아 삼배하고, 기자회견장으로 이동했다.

한편 36대 총무원장 선거 원천 무효와 원행 스님 후보사퇴를 요구한 불교개혁행동은 이날 투표 시작 1시간 전부터 조계사 일주문 옆에서 피켓팅을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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