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께 짐이 되어 죄송하지만…”

설조 스님 14일 문 대통령에게 친필 서한 발송

2018-07-15     서현욱 기자

88세 노비구 설조 스님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친필 서한을 보냈다. 기력이 쇠약해지고 있는 설조 스님은 단식 24일째 13일 아침부터 펜을 들어 A4 용지 7장 분량에 문 대통령에게 드리는 글을 한자 한자 꾹꾹 눌러 정성껏 작성했다. 펜의 잉크가 잘 묻어나지 않는 페이지는 처음부터 새로 쓰는 정성을 보이며 문 대통령에게 편지를 썼다.

설조 스님은 “국민의 행복과 남북평화통일을 위해 애쓰시는 대통령님께 늙은 비구 설조가 감히 글을 올립니다”라며 서한을 시작했다.

스님은 자신의 단식 이유를 ‘부패한 조계종 교단을 정상화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또 많은 불자들은 단식을 말리고 있지만 설조는 조계종의 정상화를 위해 이 목숨을 부처님께 바친다고 약속드리고 기도하고 있습니다“라고 현 상황을 설명했다.

또 스님은 단식이라는 극한 방법으로 교단정상화를 염원하는 이유를 “대화로 정상화될 수 있다면 왜 단식을 하겠느냐”고 했다.

설조 스님은 앞서 오영훈 더불어민주당 불자회장과 장덕수 전 청와대불자회장을 만난 자리에서 불교계 승려도박 사건과 전통사찰방재시스템 사업 등 국고보조사업을 설명하면서 “종교 내부의 문제는 종교 자율적으로 해결하라”는 정부의 태도를 비판했다. 그러면서 “지금 우리 종단에서 상식에 어긋나고, 사회법에 어긋나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종교는 치외법권이 아니다. 조계종이 부패하고 멍들면 국가도 멍든다. 종교 내부 문제가 아닌 우리 사회의 일원으로 서 불교가 사회정의에 어긋나는 일이 있다면 정부가 관심을 갖고 살펴야 한다.”고 말했었다.

설조 스님은 문 대통령에게 보내는 편지에도 같은 뜻을 분명하게 밝히면서 법치질서를 유린하는 부패한 종교인이 자행하는 난행에 정부가 관심을 기울여 달라고 호소했다.

스님은 “전 총무원장과 현 총무원장, 그리고 고위직 승려와 돈 많은 승려들은 상식 이하의 의식을 가진 자들”이라며 “저들은 바로 쓰여야 할 성금을 부정하게 가로채고, 패당을 만들고, 종권을 독점하고 유관기관과 언론인 중 부패한 자들과 연대하여 무풍지대에서 난행을 자행해 왔다”고 했다.

또 “종교 교리나 통치 대상은 아니지만 그 종사자들의 방종한 행동이 그 교단 내규뿐 아니라 미풍양속을 해치고 일반사회질서를 유린하여도 법치대상이 아니라고 해서야 되겠습니까”라며 불교계 도박사건을 예로 들며 종교인과 종교계가 치외법권이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고, 성역 없는 수사를 호소했다.

설조 스님은 “설조는 국민들이 이 나라가 참된 민주국가가 되기를 바라고 신뢰할 수 있는 지도자가 정부를 책임기지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루어진 것이 문 대통령님의 정부라고 생각합니다”라며 “불교교단이 전례 없는 부패집단이 되어 대통령님의 짐이 되어 드려서 죄송하기 그지없다”고 했다.

설조 스님 단식을 가까이서 시봉하는 도정 스님은 “기력이 떨어진 설조 스님은 문 대통령께 친필 편지를 반나절에 걸쳐 작성했다”며 “편지는 14일 전 청와대불자회 실무자를 통해 청와대에 전달됐다”고 밝혔다.

장덕수 전 청와대불자회 총무는 14일 도정 스님을 통해 설조 스님의 친필서한을 받아 즉시 청와대에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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