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총무원·교육원·포교원 '풍전등화’

총무원장·교육원장·포교원장 여자·돈 문제로 휘청
조계종단 존립 기반 뿌리째 흔들…창종 정신 상실

2018-06-04     서현욱 기자

한국불교 대표종단인 대한불교조계종의 존립 기반이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다. 조계종단을 이끌어 가는 총무원장, 교육원장, 포교원장 등 3원장이 모두 여성과 돈 문제로 사퇴 압박을 받고 있다. 바람 앞의 촛불이다.

조계종단의 3원장은 도제양성(徒弟養成)·역경(譯經)·포교(布敎) 등 종단 3대 지표를 구현하는 막대한 책무를 가진 자리이다. 수백만 명의 신도와 12,000여명의 승려들의 책임자이다. 종단 운영의 책임을 진 3원장이 성(性) 문제 등으로 휘청거리는 것은 독신승려 만이 조계종단의 구성원이 될 수 있는 조계종단의 창종 이념과 정체성 상실로 평가될 수밖에 없다.

나아가 종단의 3원장과 관련된 종단의 뿌리를 흔드는 파계·비리·도덕적 흠결이 드러났지만 이에 책임을 묻고 자정과 개혁을 추진할 세력이 없는 현실은 조계종단의 자정 기능 상실과 각종 문제가 개인의 비위를 넘어 승가 위계의 붕괴 등 총체적 난맥상을 드러낸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조계종은 총무원장 선거 등 각종 선거 과정에서 후보들의 ‘성 문제’가 불거지는 경우가 많다. 돈 문제 역시 뒤따라 다닌다.

설정 총무원장은 35대 총무원장 선거 과정에서 ‘은처자 의혹’에 휩싸였고, 은처자 의혹을 보도한 <불교닷컴>에 손해배상 소송을 청구해 은처자 문제는 의혹이 아닌 사실로 확정되기에 이르렀다. 또 사유재산 보유가 엄격히 금지된 조계종에서 설정 원장은 100억대 개인재산 보유 파문이 일었고, 수덕사가 기채승인을 내 문제를 봉합하려 해 오히려 개인 재산문제를 교구본사 대중들이 빚을 떠안고 해결하게 됐다는 오명까지 씌고 있다.

현응 교육원장 역시 성과 돈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다. 해인사 주지 시절 여성을 성추행한 의혹이 일었고, 피해 여성이 ‘미투’하기에 이르렀다. 또 사찰 법인카드를 룸살롱과 호텔 등 유흥업소를 이용하는 데 쓴 것으로 드러났다. 여기에 피해 여성의 성과 전 직장 등 신상을 공개해 2차 피해 논란까지 일으켜 공분을 사고 있다.

설정 총무원장과 현응 교육원장의 성과 돈 문제에 이어 지홍 포교원장까지 여종무원과의 부적절한 SNS 대화가 알려지면서 조계종단 운영을 책임 진 3원장 모두 ‘여성 문제’로 종단을 파국으로 이끌고 있다.

지홍 스님은 지난 3월 중순 여종무원 A씨에게 밤늦은 시간에 카톡을 보냈다. 이 카톡에는 회주와 종무원 사이를 넘어선 남녀 관계를 충분히 의심할 대화가 오고 가 충격을 주고 있다. 지홍 스님은 SNS로 “내 생각도 안하고 자나”라고 묻고 여종무원 A씨는 “전화 기다리고 있었어요”라고 답한다. 이 SNS에는 남녀 관계를 의심할 만한, 한발 더 나간 이야기도 담겨 있어 신도들의 공분을 샀다. 지홍 스님은 조계종단 중앙정치 무대의 평가와는 달리 금강정사를 창건해 새로운 도심포교의 바람을 일으켰고, 94년 종단개혁에도 앞장섰다. 불광사 중창주 권한을 이어받고 불광사를 새롭게 변모시키는 데 힘을 쏟아 신도들에게 긍정적 이미지를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아 왔지만 이미지가 급격히 추락하고 있다. 여종무원과의 부적절한 관계가 떠오르면서 유치원 임원으로 월급을 부정 수급해 돈 문제까지 불거졌다. 지홍 스님은 급여 부정 수급을 인정하고 있다.

직지사 주지 법등 스님의 성폭력 의혹은 충격적이다. 가해자와 피해자가 모두 스님인 탓이다. 더구나 피해여성이 비구니 자매라는 점에서 불자는 물론 국민이 불교에서 등 돌리게 만들었다. 법등 스님은 의혹을 전면부인하고 있지만 피해를 주장하는 비구니 자매가 공영방송에 구체적 내용을 인터뷰까지 하면서 만천하에 파렴치한 행위가 알려졌다.

용주사 성월 주지는 설정 총무원장에 앞서 은처자 논란을 일으켰다. 숨겨둔 부인과 쌍둥이 아들 문제가 불거졌고, 신도들이 비대위를 꾸려 3년 넘게 투쟁하고 있다. 또 용주사 유력인사들이 “은처자가 맞다”고 발언하고 재판 과정에서 증인들이 등장하면서 성월 주지의 은처자 문제는 독신비구 종단의 정체성을 파괴했다. 성월 주지는 유전자 검사를 국민에게 약속했지만 이행하지 않고 있다. 설정 총무원장은 성월 주지의 유전자 검사 약속 불이행 과정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주지 선거과정에서 성월 주지 측근들이 금전을 뿌린 혐의가 재판과정에서 드러났지만, 직접 돈을 건넨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처벌받지 않았다.

여자와 돈 문제는 조계종단에서 낯설지 않은 일들이다. 조계종 호법부가 호계원에 기소하거나 호계원이 처벌하는 사건 가운데 ‘승풍실추’ 죄목이 포함된 경우 상당 사건이 여성과 관련된 문제이다.

대한분교조계종은 “불법에 대처승 없다”는 구호로 왜색불교를 척결하고자 정화운동을 통해 창종했다. 통합종단 출범 반세기 만에 조계종은 파계·비리·도적적 흠결 등 창종 정신 상실은 물론 자정 기능마저 작동하지 않아 비난을 면치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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