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스님과 속가 가족과의 관계

[칼럼] 조계종은 불교가 아닐지 모른다

2017-10-10     보송 배종대

동산 양개화상(807-869)은 위산영우 선사의 가르침을 받아 깨친 뒤 조동종의 개조입니다. 조동종은 중국 선종 오가 칠종의 하나입니다. 치문경훈(緇門警訓)서장(書狀, 편지글)에는 양개화상이 출가하며 어머니에게 포부를 밝히며 보낸 서신과 이에 대한 어머니의 답장이 실려 있습니다. 이 편지에는 출가한 수도승이 어머니를 비롯한 일가 친족에게 대하는 자세가 어떠해야 하는지 단적으로 나타납니다.

양개화상이 어머니께 보내는 글

"삼가 짧은 글로 부모님의 사랑을 하직하고 깨달음을 이루어 어버이 은혜를 갚기 원합니다.
눈물을 흘리면서 서로를 그리워 할 것이 없으니 처음부터 이 자식이 없었다고 여기어 주시옵소서.

바라옵건데 어머님은 이별한 정을 생각지 마시고 문을 기대어 바라보는 일을 행하지 마소 서. 집안일을 인연을 따라서 갈수록 날로 번뇌만 더할 것이옵니다."

양개화상의 어머니는 이렇게 답했습니다.

"네 아버지는 돌아가시고 이 어미는 늙었으며, 네 형도 살림이 어렵고 네 아우도 가난하다. 그런데 내가 누구를 의지 하겠느냐.

아들은 어미를 버릴 뜻을 가졌지만 어미는 아들을 버릴 뜻이 없었다. 그리하여 한번 네가 타향으로 떠난 뒤 밤낮으로 항상 슬픈 눈물만 뿌리게 되었으니 정말로 괴롭고 슬픈일이다.

그러나 너는 이미 고향으로 돌아오지 않겠다고 맹세했으니, 어찌 네 뜻을 따르지 않을 수 있겠는가.나는 감히 네가 얼음위의 왕상(王祥)이 되거나 나 무를 새기는 정란(丁蘭)이 되기를 바라지 않는다.

다만 네가 목련존자처럼 되어 나를 구제해 고해에서 해탈시켜 깨달음의 세계로 인도해 주기를 바랄 뿐이다. 만일 그렇게 하지 못한다면 깊은 죄(幽愆)를 짓는 것이니 끝까지 수행을 게을리하지 말라."


총무원장 유력한 후보로 나오신 설정 스님의 자격논란이 한참입니다. 논란 중에는 학력위조, 은처등 수행자로는 입에 담지도 못할 것 들이며 아직 의혹이고 확인이 필요한 것이기에 논외로 하더라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정말 수행자가 가져야 할 기본적인 위의(威儀) 한가지를 지적한다면 큰스님과 속가 가족과의 관계입니다.

동산 양개화상의 편지글은 큰스님이 아니더라도 수행자가 반드시 지켜야할 기본적인 태도입니다. 경허와 만공 스님의 후손을 자처 자처하고 방장이자 큰스님이라고 추앙 받던 분이 과연 이것이 수행자의 올바른 처신인지 몰랐을까요?

하물며 사회에 있는 일반인조차 사적이익이나 가족을 위해 공적지위를 이용한다던가 공적 이익을 침해 한다면 이것은 지탄 받고 그 자리에서 물러나는 것이 인지상정입니다. 이외 큰스님에게 일어나는 여러 가지 의혹들이 속가 가족과 계속 얽히어 있다면 그것이 과연 진정한 수행자라 할 수 있을까요!

저는 어떤 고승이나 역대조사들이 어떤 사유재산을 가지고 그 힘으로 중생들에게 법을 전하였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으며 속가의 형제들과 재산을 공유하면서 한편으로 깨달음을 이루었다는 이야기도 들어보지 못했으며 학력을 팔아 스승에게 인가를 받았다는 이야기도 듣지 못했습니다.

어쩌면 지금의 조계종은 우리가 생각하는 그리고 석가모니 부처님과 역대조사를 종조로 모시는 불교가 아닌 듯 합니다. 우리가 착각하고 불교라 생각하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것이 정법이고 승가 내부에서도 그냥 넘어갈 수 있는 문제라면 혹 이런 분들이 계속 이판과 사판의 수장이 되어 한국 불교를 다시 좌지우지 한다면 조계종과 나아가 이 나라의 불교는 더이상 희망이 없는 조롱의 집단이 될 것입니다.

큰스님이 스스로 물러나지 않으신다면 혹 총무 원장이 되신다면 대부분의 종도와 신도들은 아마 절망과 부끄러움의 4년을 다시 맞이하게 될 것입니다.

제 35대 총무원장선거에 즈음 보송 배종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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