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덴동산

[연재] 강병균의 '환망공상과 기이한 세상' 155.

2017-06-15     강병균 교수(포항공대)

- 에덴동산은 무지·무의식의 안락함이다

기독교 창세기에는 수수께끼 같은 일화가 등장한다.

하나님은 에덴동산 한가운데에 지식의 나무를 심어 두고, 아담과 이브에게 그 나무의 열매를 따먹으면 죽는다고 경고한다. 악마는 '그 열매를 따먹으면 하나님과 같이 눈이 밝아져 선악을 알게 된다'고 유혹한다. 아담과 이브는 유혹을 못 이기고 지식의 열매를 따먹고 그 벌로 산통을 받는다.

이 일화의 수수께끼를 풀고자 한다. 키워드는 지식·죽음·산통·선악이다.

인간은 에덴동산에서 지식의 열매를 따먹고 산통이 생긴다. 그리고 죽음을 알게 된다. 의식이 생기지 않으면 죽어도 죽는 게 아니다. 죽음을 모르기 때문이다.

유목민들이 키우는 양들은 옆에서 동료가 칼에 목을 찔려 도살당해도 한가롭게 풀을 뜯는다. 죽음이 뭔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연사를 하는 경우에도 '죽기 전에 자기가 죽을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괴로워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평온한 죽음을 맞는다.

하지만 인간은, 자신이 언젠가 죽을 것을 알고, 죽는 것에 대해 괴로워한다. 이게 다 의식이 생기고 지능이 발달한 탓이다. 그래서 지적인 호기심을, 지식의 열매를 따먹으라고 유혹하는, 악마로 표현한 것이다. 인간은 의식이 생기고(탄생하고) 지능이 발달한 후에, 비로소 죽음다운 죽음을 맞게 되었다. 진실한 의미에서, 죽게 되었다. 이게 하나님이 인간에게 말한 '지식의 열매를 먹으면 죽는다'는 경고의 뜻이다. (죽음이란 '의식의 죽음'이므로, 의식이 탄생하지 않으면 '의식의 죽음'은 없다. 그러므로, 죽으려면, '지식의 열매'를 따먹음으로써 일단 의식이 탄생해야 한다.)

의식이 생기지 않으면 선악이 생기지 않는다. 의식의 발생으로 말미암아 자신을 세상의 중심에 놓고, 자기에게 이로운 것은 선으로 해로운 것은 악으로 간주한다. 선악의 출현이다. 개인과 개인의 이해가 충돌하고, 집단과 집단의 이해가 충돌하면, 다툼·살인·전쟁이 발생한다.

지식의 열매를 따먹고 산통이 생긴 이유는, 지식을 처리하고 담아두는 머리가 커졌기 때문이다. (두뇌 이양법 또는 모내기). (인간은 날카로운 발톱과 송곳니도 없고, 근력도 약하고, 빨리 달리지도 못한다. 유일한 무기는 뇌와 손이다. 인간은, 몸집은 고릴라의 1/2이지만 뇌는 3배이다. 즉 인간의 뇌는, 고릴라의 뇌보다, 체중 대비 6배나 크다.)

포유류 중에 산통을 겪는 동물은 인간뿐이다. 예를 들어 인간과 가장 가까운, 인간과 유전자가 99프로나 일치하는, 침팬지는 산통을 겪지 않는다. 인간은 600만 년 전에 (인간과 침팬지의) 공통조상으로부터 침팬지와 갈라졌으므로, 산통이 생긴 지는 600만 년이 안 된다. 지식이 급증하면서 지식 처리능력과 저장능력이 급증하면서, 즉 두뇌가 급증하면서 머리 크기가 급증해, 산통이 생긴 것이다. 비교적 최근일 수도 있다. 예를 들어 10만 년 전일 수 있다. 이때는 인류에게 언어가 생긴 즈음이다.

언어가 없이는 머리가 고도로 발달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컴퓨터는 컴퓨터 언어가 없으면 고도의 기능을 발휘할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인간이 무아라는 결정적인 증거는, 인간의 능력이 사회 속에 즉 문화와 전통 속에 있다는 점이다.

크로마뇽인과 현대인의 유일한 차이는 (고등)문화의 유무이고, 후세대는 문화를 통해 선대가 축적한 지식을 습득한다.

그런데 문화는 인구가 적으면 고등문화로 발달하는 게 불가능하다. 그러므로 인구증가는 축복이다. 따라서 선대인류가 열심히 사랑하고 자식을 많이 낳은 것은 축복이다.

종교가 성을 금기시하지만, 성이 없었으면 인구증가가 없었고, 인구증가가 없었으면 문화의 발전·축적이 없어서, 성인의 출현과 그 가르침의 전승이 불가능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인간이 지식의 열매를 따먹고 좁은 에덴동산을 탈출한 것은 축복이다. 전혀 머리를 쓸 필요가 없이, 그리고 노동할 필요도 없이, 삼시 세끼 먹이를 받아먹으며 완벽하게 방역이 되어있는 안락한 좁은 우리에서 사육당하며 사는 것보다는, 비록 수고롭게 노동을 해야 하고 질병·천재지변 등 위험에 노출될지라도, 광활한 자연에서 자유롭게 사는 것이 낫기 때문이다. 그런 선택을 한 우리 조상들 덕에 지금의 찬란한 문화가 가능한 것이다.

에덴동산은 무지와 무의식의 안락한 세계이다.

   
 

서울대 수학학사ㆍ석사, 미국 아이오와대 수학박사. 포항공대 교수(1987~). 포항공대 전 교수평의회 의장. 전 대학평의원회 의장. 대학시절 룸비니 수년간 참가. 30년간 매일 채식과 참선을 해 옴. 전 조계종 종정 혜암 스님 문하에서 철야정진 수년간 참가. 26년 전 백련암에서 3천배 후 성철 스님으로부터 법명을 받음.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인물은 석가모니 부처님이며, 가장 위대한 발견은 무아사상이라고 생각하고 살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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