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스님

[연재] 강병균의 '환망공상과 기이한 세상' 152.

2017-05-24     강병균 교수(포항공대)

아버지는 초인이 아닙니다. 울지 않는 건 울면 안 된다고 교육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남자는 여자보다 덜 울지만, 지금처럼 우는 일이 드문 건 교육의 영향입니다. 무언의 압력인 문화의 영향도 있습니다.
 
불교계의 아버지에 해당하는, (비구·비구니) 큰스님도 초인이 아닙니다. 병도 걸리고 치매도 걸립니다. 마치 그게 아닌 것처럼 행동하는 것은 문화의 영향입니다. 어려서부터 그런 것처럼 교육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교단과 신도들과 스님들로부터 받았습니다.
 
큰스님들이 병에 걸리고 치매에 걸리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닙니다. 몸에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집이 시간이 감에 따라 낡아 전기시설·배관시설에 문제가 생기고 기둥이 흔들거리다 무너지는 것과 같은 일입니다. 이런 일은 부끄러운 일이 아닙니다. 자연의 이치일 뿐입니다.
 
설사 집에 문제가 생기고 무너지더라도, 그동안 수십 년 동안, 그 안에서 눈·비·이슬·서리·바람과 추위와 더위를 피해 편히 산 것을 고마워하듯이, 설사 큰스님들이 병에 걸리고 치매에 걸리더라도 그동안 수십 년 동안 청정하고 지혜롭고 자비로운 모습으로 우리에게 감화를 준 점을 고마워하면 됩니다.
 
결국은 고장나고 무너질 몸으로, 비록 한때나마, 위대한 모습을 보여준 것은 대단한 일입니다.
 
무상의 세계에서는 모든 것이 변하고 무너집니다. 이런 세상에서는 하나라도, 조금이라도, 잠시라도 아름다운 모습을 유지하는 것은 축복입니다. 그리고 그런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축복입니다. 특히 무상의 법칙을 뼈저리게 느끼는 사람들에게 말입니다.

   
 

서울대 수학학사ㆍ석사, 미국 아이오와대 수학박사. 포항공대 교수(1987~). 포항공대 전 교수평의회 의장. 전 대학평의원회 의장. 대학시절 룸비니 수년간 참가. 30년간 매일 채식과 참선을 해 옴. 전 조계종 종정 혜암 스님 문하에서 철야정진 수년간 참가. 26년 전 백련암에서 3천배 후 성철 스님으로부터 법명을 받음.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인물은 석가모니 부처님이며, 가장 위대한 발견은 무아사상이라고 생각하고 살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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