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광 총장 ‘표절 면죄부’ 무효

조계종 기관지에 '표절 논란 끝' 선언했는데... 한국연구재단 "조사 새로 하라"

2017-04-13     조현성 기자

동국대가 졸속 처리해 종결시켰던 보광 한태식 총장의 연구부정행위(표절) 재심의가 교육부 산하 한국연구재단으로부터 지적을 받았다. 동국대는 한국연구재단 지적에 따라서 보광 총장의 연구부정행위 심의를 전면 재조사한다. 절차를 어긴 동국대의 연구윤리 검증 시스템이 조계종립, 백년사학 동국대 명성을 또 한 번 깎아 내렸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한국연구재단 공문 시행일은 지난달 28일, 보광 총장은 이달 5일 보도된 대한불교조계종 기관지 <불교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재심의에서 ‘학계 용인 가능한 수준’으로 결론이 났다"고 했다. 한국연구재단이 공문 발송 즈음 동국대 교무처장 등과 면담했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보광 총장이 이를 알고도 '표절 논란 끝' 선언을 했는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영국 소장(연경불교정책연구소)은 13일 보도자료를 통해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지난달 28일 동국대에 공문을 보내 학교 측이 내린 표절 무혐의 판정에 하자가 있으므로 그동안의 조사결과를 무효로 하고 전면 재조사를 지시한 것으로 통보받았다”고 했다.

김 소장은 “교육부가 공문을 통해 보광 스님의 논문 표절 재조사를 지시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고 했다.

같은 위원회, 서로 다른 판정

동국대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당시 위원장 박정극)는 지난 2015년 1월 보광 한태식 교수의 논문표절 의혹이 제기되자 예비조사를 거쳐 2015년 3월 재심 판정까지 거쳐 한태식 총장의 논문 18편의 표절 및 중복게재 판정을 내렸다.

논란 속에도 2015년 5월 보광 한태식 교수는 총장에 취임했다. 이후, 보광 총장은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를 새로 구성했다. 이미 표절판정이 내려진 결과에 대해 보광 총장은 이의신청을 했다. 연윤위는 이를 받아들였다.

그 후 1년 6개월여 동안 시간을 끌던 동국대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당시 위원장 양영진, 부총장)는 올해 1월 9일 “비난의 여지가 약한 연구부적절행위가 일부 있었으나 이미 도를 넘는 비난을 장기간 받은 점을 고려하여야 한다”며 표절 판정을 번복했다.

절차 하자에 막힌 면죄부 봉헌

총장 선임 전부터 보광 총장을 비호하던 새동모 출신 양영진 부총장은 번복 결정 후 정년퇴임했다. 보광 총장 측 인사들이 총장의 표절 의혹에 면죄부를 주었다는 비판이 나왔다.

제보자 김영국 소장은 “동국대 연윤위원 임명, 표절판정 번복, 재심결과 통보에 이르는 검증절차는 심각한 하자가 있고, 논문표절의혹을 제대로 조사하지 않았다”면서 지난 2월 26일 주무관청인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 동국대에 이의를 제기했다. 이번 재조사 지시는 김 소장의 이의제기에 따른 것이다.

지침 반드시 준수해 재조사 하라

한국연구재단은 지난 3월 28일 동국대 총장 앞으로 보낸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관련 조치 요청 제하의 공문에서 “귀 대학이 실시한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 조사에 제보자에 대한 의견제출 기회 부여 및 사전통보, 결과통보 등 절차에 하자가 있다고 판단된다”고 했다.

재단은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에서 정한 절차, 방법, 기간 등을 반드시 준수해 조사를 추진하고 그 결과를 제보자와 재단에 통보하라. 구체적 조사 일정 등 계획을 조속히 재단에 제출하라”고 했다. 공문에는 교육부 훈령인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첨부됐다.


본조사 바로 착수, 회의록은 못줘

동국대는 11일 제보자 김 소장 앞으로 공문을 보내서는 “한국연구재단 지적에 따라서 (보광 총장에 대한) 연구윤리 진실성 검증 절차를 다시 시작하기로 했다. 본교 규정에 의거 예비조사 없이 바로 본조사에 착수키로 했다”면서 본조사위원 명단을 함께 알렸다.

한국연구재단 공문 수령 후, 동국대는 지난주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 회의를 개최했다. 이 회의에서 예비조사 없이 바로 본조사 착수키로 한 것으로 보인다. 

김영국 소장은 “동국대에 예비조사를 거치지 않기로 한 결정이 보광 총장의 표절 혐의를 인정하고 조사를 시작하느냐고 물었지만 답변을 듣지 못했다.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 회의록을 보여 달라는 요청도 거절당했다”고 했다.

재조사 지시 어쩌고 "논란 끝났다"
  

보광 총장은 대한불교조계종 기관지 <불교신문>이 지난 5일 ‘이제 다같이 웃으면서 갑시다’ 제하의 인터뷰 기사에서 자신의 표절 논란은 끝났다고 알렸다.

보광 총장은 “최근 내 논문에 대한 외부인물 중심의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 재심 결과 ‘학계에서 용인 가능한 수준’이라고 결론이 났다. 이미 여러 언론을 통해 공개된 내용이다”고 했다.

그러면서 “2년 이상 내부 혼란이 있었던 점은 유감이다. 그동안 학계 관행이나 다른 이유를 들어 변명하고 싶은 마음 역시 추호도 없다. 모든 것이 저의 불찰이라 생각하며 앞으로 더욱 정진하겠다”고 했다.


교비로 학생 고소한 총장이 "학생 편"

<불교신문>과의 인터뷰는 3월 29일 총장실에서 진행됐다. 한국연구재단 공문 시행일은 같은 달 28일자이다.  같은 즈음 동국대 황순일 교무처장이 재단을 방문했다. 보광 총장은 자신의 논문 표절 의혹 관련, 재단의 재조사 지시를 알거나 짐작하고도 "표절 논란은 끝났다"고 말했을 가능성도 있다.

한편, <불교신문>은 보광 총장 인터뷰 기사에서 "학생들을 위한 인권센터를 설치하고 지도교수 선택제를 시행하면서 교수가 학생에게 행사할 수 있는 갑질을 원천봉쇄했다. 누구보다도 학생 편임을 자임하는 총장이다"고 보도했다.

보광 총장은 지난해 총학생회장 등 학생 4인을 고소하면서 변호사를 고용하고, 이 비용을 교비에서 지출했다. 사립학교법 위반과 교비 횡령 혐의로, 성신여대 심화진 총장 법정 구속 사건과 같은 유형의 이 사건은 수원지방검찰청 성남지청에 반 년 넘게 묶여 있다. 

절차 지적이든 뭐든 '다시 조사'

동국대는 한국연구재단의 재조사 지시 관련해 "한국연구재단의 재조사 조치는 조사 내용을 문제 삼는 것이 아니라 진행 절차를 지적한 것"이라고 했다. 

김 소장은 "내용을 왜곡하기 위해 절차를 지키지 않은 것 아니냐"고 했다.  

연구윤리 지침은 심의 후 결과보고서를 제출하도록 하고 있다. 동국대가 교육부나 한국연구재단에 심의 후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정리 제출한 적은 없다. 동국대가 조사 내용을 제출한 적 없으니, 한국연구재단이 내용을 문제 삼지 못하고 진행 절차를 지적한 것은 당연하다.

한국연구재단 측은 "재조사라기보다는 절차상 하자로 인해서 조사를 새로 하라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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