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 스님 뜻 이어 새 세상 열자”

민중을 부처로 여겼던 촛불집회 정원 스님 시민사회장 엄수

2017-01-14     조현성 기자

“정원 스님의 부처는 억압‧고통 받는 민중이었습니다. 스님이 살았던 절은 민주주의를 지키고 민족의 자존을 지켜온 길거리였습니다. 스님의 수행‧화두는 적폐를 청산하는 처절함이었습니다.” 도철 스님

158개 단체 2300여 명 함께

‘민주 정의 평화의 수행자 정원 스님 시민사회장 장례위원회’는 14일 광화문 광장에서 지난 7일 촛불집회에서 소신공양(분신)한 정원 스님의 영결식을 엄수했다. 장례위원회에는 158개 단체 2300여 명이 뜻과 힘을 보탰다.

스님의 장례는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발인해 조계사 앞 노제, 청와대 인근 노제, 광화문광장까지 행진 후 광화문광장 영결식, 벽제승화원 화장 후 금선사 안치 순으로 진행됐다.


스님 가시는 길 시민들 배웅

행진을 하는 동안에는 “박근혜는 퇴진하라” “세월호 인양하라” “한일위안부협상 철회하라” “사드배치 반대한다” 등 시민의 구호가 끊이지 않았다. 광화문 광장은 스님을 배웅하는 시민들로 가득했다. 

장례위원회는 “소신공양의 경우 스님의 죽음을 크게 알리지 않는 것이 불교의 예라는 점을 양해해 달라”고 했다.


남은 우리가 이룰 게요

도철 스님(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부위원장)은 추모사에서 “정원 스님의 소신공양이 박근혜 정권의 어리석음과 아집을 멈추게 할 것이다. 위안부 할머니들의 통한을 풀고, 사드 미사일을 막고, 언론 자유를 되살아나게 하고, 비정규 노동자 차별을 사라지게 할 것”이라고 했다.

스님은 “정원 스님이 못 다한 일은 남은 우리가 이루겠다. 편히 가시라”고 했다.
 

아이들 만나거든 안아 주세요

이에 앞서 전명선 운영위원장(4‧16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을 위한 피해자 가족협의회)은 청운동 동사무소 앞에서 추모사를 통해 “정원 스님은 생명을 살리고,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행동한 분이셨다. 항상 고통 받는 현장에서 몸을 바쳐 함께해 온 분이었다”고 했다.

이어 “혹여 그곳에서 우리 아이들 만나시거든 따뜻하게 한 번 안아주시고 우리들은 잘 있다고 전해 달라”고 했다.

손잡고 민심의 광장으로

최종진 민주노총 위원장 직무대행은 “민중과 중생이 부처”라고 추도사를 했다. 최 직무대행은 “스님에게 부처는 민중과 중생이었다. 민중의 뜻을 높이 받들고 중생의 고통을 제 몸에 새기는 일이 부처의 뜻이고 정원 스님의 애타는 발원이었다”고 했다.

최 직무대행은 “촛불은 당신을 기억할 것이다. 역사는 촛불을 기록할 것이다”면서 “국민의 마음에 켜진 촛불은 꺼질 수 없다. 새 시대를 갈구한다”고 했다. 이어 “두 손 조용히 모아 정원 스님을 배웅한다. 서로 손 맞잡고 민심의 광장으로 나아가자. 중생을 위한 세상을 불러오자”고 했다.
 


박근혜에 분노 돌려줄 터

가수 지민주 씨는 추모 노래를 불렀다.

송경동 시인은 “다시는 추모시 안 쓰는 세상을 위해 광화문 광장에서 노숙 농성을 한지 72일째이다. 이 분노를 박근혜 정부에 꼭 돌려주겠다”고 했다.

송 시인은 “우리는 박근혜만 바꾸자고 촛불을 들고 싸우는 것이 아니다. 헬조선을 바꿔야 한다”면서 추모시 ‘대답해드리죠 스님’을 낭독했다.


새 물결로 스님 뜻 이룰터

상주 박교일 상임대표(자주평화통일실천연대)는 호상인사를 했다.

박 대표는 “스님은 소신공양으로 온몸이 불타는 그 순간에도 흐트러짐 없는 자세로 ‘박근혜 즉각 구속’을 외쳤다고 목격자들은 전했다. 스님은 뭇 생명을 살리는 수행자로서 민중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고 온몸을 던지는 삶을 살았던 분”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스님은 마지막 소원이 있다면 이 땅에 새로운 물결이 도래해 더러운 것을 몰아내고 새 물결이 되기를 희망했다. 촛불 든 모든 시민이 새로운 물결이 되어 스님의 뜻을 이루겠다”고 했다.


스님의 유골은 금선사에

시민들이 스님의 영정에 헌화와 헌향을 했다. 스님의 법구는 벽제승화원으로 옮겨졌다. 1시간 30분 후 스님의 법구는 유골함에 담겨져 나왔다. 도철 스님이 스님을 북한산 금선사(주지 법안 스님)로 모셨다. 금선사는 스님의 유골을 사리화해 영구 보존할 계획이다.

스님은 지난 7일 세월호 참사 1000일을 기념한 제11차 촛불집회에서 “박근혜 구속” 등을 촉구하며 소신공양(분신)을 했다. 즉시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의식을 찾지 못하고 이틀 만인 9일 원적에 들었다. 세월호 참사 1000일째 되던 날의 일이다.

화보 1. 정원 스님 못다한 일 우리가 이룰게요 (빈소-노제-광화문광장)

화보 2. 정원 스님, 박근혜 퇴진 그 날까지 함께 (광화문 광장 영결식-벽제승화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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