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계인 무역금지법

[연재] 강병균 교수의 '환망공상과 기이한 세상'-130.

2016-12-14     강병균 교수(포항공대)

- 평등은
  더 가진 자 걸 빼앗아 이루는 게 아니라
  덜 가진 자에게 주어서 이루어져야 한다 <불교>

어느 날 외계인들이 지구를 찾았읍니다. 거대한 컨테이너 UFO를 몰고 와서, 지구인들의 물건을 후한 값에 대량으로 사 갔읍니다. 지구상에 실업은 사라지고 일감이 넘쳐났읍니다. 그래서 지구인들의 삶이 전보다 훨씬 더 나아졌읍니다. 의료보험과 국민연금이 해결되었읍니다. 그런데 어떤 사람들이 데모를 시작했읍니다. 외계인들과 거래를 하면 안 된다는 것이었읍니다. 그들 말에 의하면, 알고 보니 그 외계인들은 지구에서 구입한 물건들을 다른 행성의 다른 외계인들에게 10배 이문을 붙여 팔아먹는다는 것이었읍니다. ‘그런 엄청난 폭리를 취하다니 우주에 이런 나쁜 놈들이 또 있겠는냐’는 소리였읍니다. 이들은 ‘이처럼 지구인들이 외계인들에게 착취를 당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외쳤읍니다.

‘외계인들과의 무역을 금하면, 지구 밖으로의 판로가 막힌, 가난한 나라의 지구인들이 부유한 나라의 지구인들에게 착취를 당하지 않느냐’는 반론이 먹히지 않았읍니다. 평소에 입에 거품을 물고 미국과 유럽의 자본주의적 침탈을 비난하던 남아메리카·아프리카·아랍국들도 ‘인류는 하나’라며 분개하고 나왔기 때문입니다. ‘우리 인간끼리는 형제지간이므로 서로 착취하고 착취당해도 무방하지만, 인간과 종(種)이 다른 외계인에게 착취당하는 것은 참을 수 없다’는 것이었읍니다.

결국 각국 의회는 유엔 주도하에 ‘대(對)외계인 무역금지법’, 즉 ‘우주적 반(反)종속자본주의 법’을 만들었고 지구인들은 다시 가난해졌읍니다. 외계인들이, 행성이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우주에서, 다른 행성으로 구매처를 옮겼기 때문입니다. 지금 우리가 기억할 수 없는 아득한 옛날에 벌어진 일이라고 합니다. 인간 궁핍의 근원이라고 합니다.

외계인들이 지구를 떠나며 남긴 말이 있읍니다. “너희 지구인들은 '우주생명체들이 모두 평등하므로 외계인들이 지구인들을 착취하면 안 된다'고 말하면서 왜 지구동물들을 잡아먹는가? 그것도 한 해에 200억 마리씩이나! 그러므로 너희는 우리가 너희를 잡아먹지 않는 걸 다행으로 알라.”

   
 

서울대 수학학사ㆍ석사, 미국 아이오와대 수학박사. 포항공대 교수(1987~). 포항공대 전 교수평의회 의장. 전 대학평의원회 의장. 대학시절 룸비니 수년간 참가. 30년간 매일 채식과 참선을 해 옴. 전 조계종 종정 혜암 스님 문하에서 철야정진 수년간 참가. 26년 전 백련암에서 3천배 후 성철 스님으로부터 법명을 받음.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인물은 석가모니 부처님이며, 가장 위대한 발견은 무아사상이라고 생각하고 살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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