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 조계종 언론탄압 1주년

[조계종 언론탄압] 김경호 지지협동조합 이사장

2016-11-03     김경호 지지협동조합 이사장

조계종의 언론탄압 1주년을 축하합니다. 1년은 참으로 긴 시간입니다. 그 오랜 기간 모두가 ‘아니다’ 라고 하는 일을 홀로 ‘그렇다’ 라며 1년이나 끌어온 종단권력의 뚝심에 경의를 표합니다.

해종언론 지정과 탄압을 위해 몇몇 종회의원 스님들이 앞장서서 충성경쟁을 벌였습니다. 욕이란 욕은 다 먹으면서 고생하셨으니 보상을 받으셔야지요. 원하던 것은 얻으셨나요? 종단 고위직이나 재정이 우량한 수말사 정도는 받아야지요. 불쌍한 것은 시키는 대로 따라해야 했던 종무원 실무자들이겠지요. 부끄러움을 몰라서 그랬겠습니까?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그랬겠지요. 아무튼 말도 안되는 어거지를 여지껏 이끌어오느라 고생 많습니다.

이제는 궁금하지도 않습니다. 왜 해종언론이라 낙인찍고 탄압하는지. 자신들의 더럽고 추악한 모습을 가리고 원하는대로 기사를 내도록 언론을 길들이려고 하는 의도야 너무 당연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왜 해종인지 뚜렷한 이유도 밝히지 않으면서 시작한 언론탄압이었습니다. 영광스런 ‘해종 언론’이라는 타이틀은 불교포커스, 불교닷컴이 받았습니다. 탄압은 곧 구체적인 실행조치로 이어집니다. 이른바 ‘언론탄압 5종세트’입니다. ‘취재, 출입, 광고, 접촉, 접속 금지’가 그 다섯 가지지요. 여기에 다시 ‘기고, 인터뷰 금지’가 덧붙여집니다.

1년을 끄는 동안 겉으로는 이들 방침이 충실하게 지켜진 듯합니다. 하지만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없지요. 접촉도 막고 출입도 못하게 하고 취재 협조도 안 해주는데 웬일인지 정보는 자꾸 새나갑니다. 감추고 싶은 일들이 드러나고, 비밀리에 논의하자마자 언론은 이미 알고 있습니다. 동업자 언론이 의심스럽기도 하고 권력의 내부자들도 믿을 수 없습니다. 그렇지만 여기서 어떻게 할 방법은 더 없지요.

그래도 언론탄압이 효과를 얻은 바는 있습니다. 확실하게 경영곤란을 만들어냈습니다. 이미 불교닷컴이 임대료가 저렴한 곳으로 사무실을 옮겼고 불교포커스도 곧 옮길 예정이라고 하지요. 자비문중을 가장한 종단의 ‘무자비’한 탄압이 빛을 발하는 순간입니다. 하지만 경영이 어려워졌다고 해서 머리 숙여 항복하지 않고 장기전 태세로 들어갔다는 점만 기억하시면 됩니다.

종단 권력 무서운 줄 모르고 글을 써대던 허정스님에게서는 알량한 말사주지 자리마저 빼앗았습니다. 그로써 종단 구성원들에게 확실한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천박하지만 효과 만점인 협박입니다. 이제 직선제를 말하려고 해도 눈치보이고 종단의 허물이 눈에 보여도 입을 열기 전에 자기검열이 선행될 것입니다.

그러므로 종단은 아무런 불평불만도 없는 태평성대처럼 보이겠지요. 본사주지의 숨겨둔 아들도 모른체하고 돈선거도, 동국대도 아무 문제가 아닌 듯 보입니다. 도박, 폭력, 음주, 성보도난, 성폭력 문제도 종단의 걱정거리가 아닙니다.

오직 종단권력의 필요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조직동원되는 일만 남았습니다. 한전부지 환수가 은근슬쩍 문화재보호라는 주제로 바뀌어도 관심두지 마십시오. 대중은 아무말없이 동원만 되면 됩니다. 양아치처럼 삥뜯는 일이라는 세간의 비난도 모르쇠로 일관하면서 한국불교는 속까지 썩어들어가 회생불능으로 불신받는 집단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과연 그것이 진정한 태평성대일까요? 대중은 말하지 않고 언론은 보도하지 않으면 허물은 사라지고 잘못은 없어질까요?

권력을 가진 자들은 진실을 말하는 언론이 불편합니다. 조용히 살고 싶은데 시시콜콜 들춰내고, 대충 덮어두고 싶은데 자꾸 따지고 들면 신경 쓰이겠지요. 감추고 싶은 것이 절실하게 있을수록 더 그렇겠지요. 때로 속내를 들키기 싫은 일을 몰래 하고 싶을 때면 언론이 차라리 없었으면 하겠지요. 하지만 언론에 재갈을 물려 태평성대를 연출하려는 작태는 저 파시스트나 독재정권, 폐쇄적 공산정권이나 했던 일입니다. 언론을 부정하는 자들은 민주사회에 함께 살기를 거부하는 자들입니다. 근대 시민사회의 작동원리를 부정하는 이들입니다. 그럼으로써 가장 민주적 공화제를 공동체의 질서로 삼았던 부처님 가르침에 먹칠하는 가짜 불교도입니다.

비선실세 최순실의 국정농단과 박근혜 대통령의 권력남용을 보십시오. 언론이 제역할을 못할 때 권력의 그늘에서 국가를 사유화한 자들이 활개쳤습니다. 막상 열어놓고 보니까 얼마나 기가 막힌 상황인가요. 국가기밀이 마구 돌아다니고, 공적 지위도 없는 자가 국정을 농단하고, 온갖 국가사업에 숟가락 들이밀어 개인사업하였습니다. 집권여당의 어떤 자들은 마치 피해자인양 ‘몰랐다’고 떠들지만 몰랐다면 바보고 알았다면 나쁜자들이지요. 재벌은 비선실세에게 돈을 바치고 더 큰 이권을 확보했고 정치권은 알면서도 모르는체 외면하면서 저마다 자기 잇속을 챙겼습니다. 그렇게 곪을대로 곪다가 비로소 진실이 터져나오니 온 나라가 공황상태가 되었습니다. 어떤 해명도 수습책도 믿을 수가 없습니다. 물러나라는 국민의 소리가 온나라를 참담하게 떠다닙니다. 수습이 된다고 해도 나라는 망신창이가 되어있을겁니다. 국민들의 상처는 큰 자국으로 남겠지요.

이제 불교로 돌아와 우리 모습을 살펴봅시다. 만일 쌓여온 잘못이 한꺼번에 터져나오게 된다면 책임있는 당사자의 불행만이 아니라 한국불교, 그리고 불교인 모두의 비극이 될 것이 명약관화하지 않습니까? 저들이 바라는대로 바른말하는 언론이 말라죽으면 그것은 더 큰 비극입니다. 언론이 제 역할을 하기 버거운 상황을 만드는 자들은 그 그늘에서 불교계의 최순실이 되고 싶은 자들입니다.

이미 조짐은 넘치도록 많습니다. 동국대 총장은 코리아나호텔에서 동대 이사도 아닌 자들이 정하고, 후반기 종회의장은 종회자리가 아니라 불교광장이라는 계파모임에서 정했습니다. 이야말로 불교판 비선실세 아닙니까? 청와대와 다른 점이라고는 바지사장이 아니라 진짜 실세가 비선을 운영한다는 점이지요. 그래서 더 문제입니다. 공식권력이 종헌종법을 무력화하는데 앞장서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기 때문에 감시하는 언론의 역할이 더 중요한것이지요.

계를 범하고 부처님 가르침을 거꾸로 말하는 자들을 민중들은 땡초라고 비웃었습니다. 언론의 입을 틀어막아 민주적 질서를 전복하는 종단권력은 땡초집단입니다. 범계가 일상화된 저들 권력승들은 땡초들입니다. 저들 땡초들이 언론탄압 1주년을 맞아 탄압방식을 더 고도화하려고 애를 쓴다고 합니다. 우리 자랑스러운 ‘해종 언론’들은 굴하지 않고 더욱 더 열심히 싸워주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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