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부지 환수보다 조계종 자기반성 먼저”

재가연대 긴급성명서 “사회적 합의가 최선”

2016-03-24     조현성 기자

“현재의 조계종단의 목표와 행동은 천만 불자들에게, 또 양식 있는 시민들에게 낯부끄러운 행위이며, 불교의 위상을 땅에 떨어뜨리는 것임을 자각해야 할 것이다. 조계종단은 겸허하게 자신의 과거 잘못을 반성한 뒤에, 다시금 목표와 방법을 정당하게 설정할 것을 조계종단에게 엄중히 권고한다.”

조계종이 23일 서울시청에서 벌인 한전부지 환수기원법회 관련 참여불교재가연대가 긴급성명서를 발표했다. 참여불교재가연대는 환수기원법회에서 선거 국면에 정치 개입하는 부적절한 구호와 불법적 서울시청 진입시도가 있었다고 했다.

행사에서는 조계종 환수위원회 명의로 “더 민주 총선필패” “박원순 대권불발” 등의 피켓과 “재벌과 더불어? 서민과 더불어? 더민주-한전부지 개발허가 즉시 중단하라!라는 현수막이 내걸리고, 동일한 구호가 외쳐졌다.

재가연대는 “조계종단 주장은 법적 주체인 봉은사가 동의하지 않은 매매계약은 무효이므로 한전부지를 돌려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조계종단 주장대로라면 과거 봉은사 부지 강탈의 책임은 대한민국 정부에 있다. 먼저 당시 총무원이 봉은사 반대를 묵살한 책임을 인정하고 반성해야 마땅하다”고 했다.

재가연대는 “개발인허가와 관련되어서는 아니 될 일개 정당 더불어민주당에게 개발허가를 중단하라고 요구하고, 총선을 코앞에 앞두고 전혀 논리적 근거도 없이 일개 정당에 대해 총선필패를 외치는 것은 선거 국면에 있어서 정치개입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는 선거법 위반 논란을 자초하여 불교의 위상을 떨어뜨리는 어리석음이 아닐 수 없다. 게다가 서울시청 진입을 시도하여 공무집행을 방해하려한다는 것은 법치주의 사회에서 결코 용인될 수 없는 행동”이라고 했다.

재가연대는 “한전부지가 현대자동차로 매각되기 이전에, 조계종단은 사찰의 수행환경에 도움이 되고 서울시민 공익에도 부합하는 방향으로 공공개발 계획을 수립하는 등 공공개발트러스트를 구성해 한전부지를 매수하는 방향으로 나아갔어야 한다”고 했다.

이어 “현대자동차로 부지가 매각된 현재로서는 조계종과 정부, 현대자동차가 참여하는 3자 협상테이블을 만들어 사찰의 수행환경과 시민의 환경권을 최대한 보장하는 사회적 합의로 나아가는 것이 최선의 방안”이라고 했다.

다음은 참여불교재가연대의 긴급성명서 전문.

[성명서]

조계종단의 한전부지 환수 정치화와 불법적 서울시청 진입시도에 대한
참여불교재가연대의 긴급성명서

  조계종단은 과거 봉은사 토지였던, 강남구 삼성동 구 한전부지를 1970년 박정희 정권의 정치자금마련을 위하여 강제로 빼앗겼다며, 3월 23일 봉선사 등 전국의 신도들을 동원하여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한전부지 환수기원법회를 열었다.

  위 법회에서는 조계종 환수위원회 명의로 “더 민주 총선필패” “박원순 대권불발” 등의 피켓과 “재벌과 더불어? 서민과 더불어? 더민주-한전부지 개발허가 즉시 중단하라!라는 현수막이 내걸리고, 동일한 구호가 외쳐졌으며, 심지어는 서울시청 진입을 시도하며 경찰과 충돌까지 서슴치 않았다.

  조계종단의 주장은, 1970년 당시 박정희 정권은 정치자금 마련을 위하여, 상공부 이전 부지가 필요하다며 조계종단을 기망하고, 봉은사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조계종 총무원 주도로 매각권을 총무원으로 넘겨 구 한전부지를 헐값에 매각하게 하였고, 당시 강압적인 분위기로 인해 봉은사가 이의를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법적 주체인 봉은사가 동의하지 않은 매매계약은 무효이므로 한전부지를 돌려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조계종단의 주장대로 한다면, 과거 봉은사 부지 강탈의 책임은 대한민국 정부에 있음이 분명하다. 그러나 먼저 당시 총무원이 봉은사의 반대를 묵살한 책임을 인정하고 반성하여야 마땅할 것이다. 자기반성은 없이 모든 책임을 남에게 떠넘기는 일은 부당하며, 더구나 종교집단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못된다.

  그럼에도 개발인허가와 관련되어서는 아니 될 일개 정당 더불어민주당에게 개발허가를 중단하라고 요구하고, 개발행위 허가신청이 접수되면 도시계획심의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적법절차를 준수하여 법집행을 하여야할 서울시장에 대하여 ‘대권불발’이라는 구호를 외치며, 총선을 코앞에 앞두고 전혀 논리적 근거도 없이 일개 정당에 대해 총선필패를 외치는 것은 선거 국면에 있어서 정치개입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선거법 위반 논란을 자초하여 불교의 위상을 떨어뜨리는 어리석음이 아닐 수 없다.  게다가 서울시청 진입을 시도하여 공무집행을 방해하려한다는 것은 법치주의 사회에서 결코 용인될 수 없는 행동이다.

  헌법상 정교분리 원칙은 당연히 종교단체도 지켜야할 원칙이고, 특히 선거국면에서 종교단체는 여야를 막론하고 부당한 영향력행사를 자제하여야 함은 너무도 당연한 상식이다.

  조계종단의 행태는 이밖에도 다음과 같은 점에서 정당하지 못하다.
  첫째, 법적인 무효를 주장하면서 소송을 통한 정당한 권리를 행사하지 아니하고, 선거국면을 이용하여 공공기관을 곤란하게 만들어 인허가를 지연시킴으로써, 적법절차에 따라 건축허가를 받을 권리가 있는 현대자동차로부터 합의금을 받자는 상식 밖의 행동을 하고 있다.

  둘째. 과거 조계종 총무원이 봉은사를 소외시키고 매각협상을 진행했다는 주장을 펴면서, 봉은사가 주체가 되는 것이 아니라 총무원 주도로 전국의 신도를 동원하는 논리모순의 행동을 하고 있다.

  셋째, 불교재산의 강압적 침탈을 행했다는 대한민국 정부가 아니라, 관련법규에 따라 법집행을 해야 할 서울시장의 대권불발을 거론하고 있고, 개발 인허가에 절대로 관련되어서는 아니 될 정당에 대하여 개발허가 중단과 총선필패를 주장함으로써 왜곡된 대상과 수단을 선택하고 있다.

  넷째, 조계종단은 분명 법치국가에서 존속하고 있고, 전통사찰보존 및 지원에 관한 법률 등에 의하여 법적보호를 받고 있음에도, 개발인허가의 법적 문제를 거론하는 것이 아니라, 무조건적인 중단을 요구하는 시대착오적 행동을 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 문제의 발단이 독재정권의 부당한 사찰 토지 강탈에서 비롯되었다는 점, 대규모 개발로 시민들의 환경권이 침해될 우려가 크다는 점을 중시한다. 따라서  이 문제를 합리적으로, 그리고 현실적 법리를 감안하여 해결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방안을  권고한다.

  과거 봉은사 부지의 한전 매각으로 봉은사의 수행환경권이 많이 손실된 것이 사실이다. 현실적으로 법적인 소송을 통하여 한전부지를 찾기 어려웠다면, 한전부지가 현대자동차로 매각되기 이전에, 조계종단은 사찰의 수행환경에 도움이 되고 서울시민의 공익에도 부합하는 방향으로 공공개발의 계획을 수립하고, 공익적 자금과 기업이 참여하는 공공개발트러스트를 구성하고 관련법규의 손질을 요구하여 한전부지를 매수하는 방향으로 나아갔어야 한다.

  현대자동차로 부지가 매각된 현재의 상황이라면 과거 사찰부지 강탈에 책임이 있는 정부 및 봉은사 인근에서 사옥을 신축하려는 현대자동차와의 3자 협상테이블을 만들어 사찰의 수행환경과 시민의 환경권을 최대한 보장하는 사회적 합의로 나아가는 것이 최선의 방안이다.

  현재의 조계종단의 목표와 행동은 천만 불자들에게, 또 양식 있는 시민들에게 낯부끄러운 행위이며, 불교의 위상을 땅에 떨어뜨리는 것임을 자각해야 할 것이다. 조계종단은 겸허하게 자신의 과거 잘못을 반성한 뒤에, 다시금 목표와 방법을 정당하게 설정할 것을 조계종단에게 엄중히 권고한다.

2016년 3월 24일
참 여 불 교 재 가 연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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