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 없는 닭의 참나

[연재] 강병균 교수의 '환망공상과 기이한 세상'-85.

2016-02-01     강병균 교수(포항공대)

머리가 없는 채로 18개월간 생존한 닭이 있다.

1945~1947 기간에 미국 콜로라도 주에 산 마이크란 이름의 수탉이다. 이 닭은, 주인이 저녁용으로 잡으려고 휘두른 도끼질에, 머리를 잃었지만 다행히 뇌간이 살아남아 목숨을 건졌다. 뇌간은 호흡활동, 심장박동, 혈액순환, 체온유지, 근육운동 등을 담당하는 기관이다. 닭이 목이 없는 채로 활보하는 걸 본 주인은 마음이 변해서 이 닭의 식도에 안약투입기로 먹이를 공급하여 키웠다. 이 닭은 걸어 다녔을 뿐만 아니라 미흡하나마 수탉답게 울기도 하며 잘 살았으며, 타임지(The Times)와 라이프지(Life Magazine)에 실렸다. 2015.9.10일에 BBC뉴스로 다루어지기도 했다. 근래에는 중국에서도 같은 일이 발생했다.

(유튜브 참조: https://www.youtube.com/watch?v=tiLR_RAWQnE, https://youtu.be/J7wkhY-0Vso)

 


이 닭의 잘린 머리를 다른 닭의 몸에 이식하면 어느 쪽이 진짜 옛날 닭 마이크일까? 머리가 없는 마이크에게는 닭의 영혼이 있는 것일까, 없는 것일까? 있다면 머리가 있던 시절의 옛날 영혼일까, 아니면 (어디선가 날아 들어온) 새 영혼일까? 없다면, 어떻게 걸어 다니는 게 가능할까? 좀비란 말인가?

마이크의 머리를 이식받은 닭의 영혼은 마이크의 영혼일까, 아닐까? ‘머리 없는 몸의 마이크의 영혼’과 ‘몸을 이식받은 머리 쪽의 마이크의 영혼’은 같은 영혼일까, 다른 영혼일까?

참나(眞我 true atman)는 같은 참나일까? 다른 참나일까? 같은 영혼(참나)이라면, '머리가 잘리기 전의 닭의 영혼(참나)'이 머리가 잘린 후 '두 개의 영혼(참나)으로 분할했다'는 말인가? 다른 영혼(참나)이라면, 하나의 성한 닭의 몸과 머리에 각기 다른 영혼(참나)이 각각 산다는 말인가? ‘영혼 샴쌍둥이’ 또는 ‘참나 샴쌍둥이’란 말인가?

위 여러 질문에 대한 당신의 답은 어느 쪽인가? 물론 영혼이나 참나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으면 처음부터 문제가 성립하지 않으므로, 이런 분은 답을 할 필요가 없다.

 

 

 

   
 
서울대 수학학사ㆍ석사, 미국 아이오와대 수학박사. 포항공대 교수(1987~). 포항공대 전 교수평의회 의장. 전 대학평의원회 의장. 대학시절 룸비니 수년간 참가. 30년간 매일 채식과 참선을 해 옴. 전 조계종 종정 혜암 스님 문하에서 철야정진 수년간 참가. 26년 전 백련암에서 3천배 후 성철 스님으로부터 법명을 받음.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인물은 석가모니 부처님이며, 가장 위대한 발견은 무아사상이라고 생각하고 살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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