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관리법 동의 안했더니 ‘멸빈’ 청구

호법부 “분종·탈종 기도, 도당 형성…다른 임원은 보류”

2014-08-07     서현욱 기자
조계종 호법부(부장 세영 스님)가 법인관리법에 동의하지 않고 제적원을 제출한 선학원 이사장 법진 스님에 대해 ‘멸빈’ 징계를 청구했다. 이에 호계원은 28일 오후 2시 예정된 제115차 초심호계원 심판부에서 이 사건을 다룰 예정이다.

호법부(호법부장 세영 스님)는 6일 호계원에 법진 스님을 ‘해종행위자’로 규정하고, <승려법> 46조 8호와 47조 1호를 적용해 멸빈 징계를 청구했다. <승려법> 46조는 멸빈 징계에 대한 규정으로, 8항은 “본종의 승적을 취득하고 있으면서 분종 및 탈종을 기도하는 자”에 대해 멸빈징계를 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47조 1호는 “도당을 형성해 종단의 법통과 교권을 문란케하거나 종단 질서를 위태롭게 하는 자”는 멸빈에 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앞서 선학원 이사장 법진 스님은 지난 6월 30일 임원진 전원과 함께 제적원을 제출했다.

법진 스님은 “조계종 종헌종법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제적원에 적시한 것은 종도의 기본권리인 선거권과 피선거권을 제한하는 종헌 9조 3항과 4항에 대한 문제를 지적한 것이며, 법인의 고유 권한을 박탈하는 내용이 포함된 ‘법인관리법’을 제정하면서 해당 법인들과 논의 한 번 하지 않은 조계종의 행위와 법인관리법의 내용에 동의할 수 없고, 이는 조계종의 모태인 선학원을 지키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밝힌 바 있다.

조계종 호법부는 선학원 이사장 법진 스님에 대해 이미 ‘멸빈’의 징계를 청구할 것을 예고한 바 있다. 선학원 임원진이 탈종과 분종을 기도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이유다. 때문에 법진 스님에 대한 멸빈 징계 청구 이유를 <승려법> 46조 8항의 분종 기도로 적시했다.


호법부는 법진 스님에 대해서만 멸빈을 청구하고 함께 제적원을 제출한 이사진과 감사 등 임원진은 징계를 요청하지 않아 궁금증을 자아내게 하고 있다.

호법부 관계자는 “이사장과 이사·감사는 책임이 다를 수밖에 없다. 일단 법진 스님 이외 임원에 대해서는 호법부 조사에 응할 것을 요구하는 등원공고를 추가로 내기로 했다.”며 "그럼에도 불응하면 징계여부를 최종 판단할"것이라고 밝혔다.

법진 스님은 호법부의 3차례 등원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이미 제적원을 제출했는데도 징계 절차를 밟고 있는 조계종의 행위에 법진 스님은 “징계는 선학원이 선택할 일이 아니다. 종단이 해야 할 일이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조계종은 법진 스님이 선학원 이사회를 주재하면서 ‘대한불교조계종의 종지종풍을 봉대한다’와 ‘임원을 조계종 승려로 한다’는 정관 내용을 삭제해 ‘종단재산을 출연해 설립한 선학원를 사유화하고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호법부는 호계원 제소이유에 대해 “종단 재산을 출연해 설립된 선학원을 사회법상 재단법인이라는 명분으로 종단과의 관계를 부정하고자 종단 관장하의 법인으로 인식되는 최소한의 정관 조항 개정을 이사장으로 주도했다.”고 했다.

또 “법진 스님은 법인관리법을 인정하지 않은 채 선학원 이사들을 선동해 제적원을 제출하고 종단의 근간인 종헌종법을 공개적으로 부정하는 등 조계종 승적을 취득하고도 분종 및 탈종을 기도하거나 도당을 형성해 종단의 법통과 교권을 문란케하고 종단 질서를 위태롭게 하고 있다.”고 했다.

호법부가 ‘분종과 탈종을 기도한 자’로 몰아 법진 스님에 대해 멸빈 징계를 청구한 것은 ‘정치적 보복’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호법부는 6일 호계원에 멸빈징계를 요청했고, 호계원은 같은 날 사무처장 전결로 법진 스님에게 ‘호법부 징계심판 청구와 관련해 제115차 초심호계원 심판부에 출석하라'고 통보했다. 선학원 이사장 법진 스님을 징계하기 위해 조계종 종정기관이 힘을 모은 셈이다.

선학원 이사장 법진 스님과 임원진은 선학원 입장을 담은 문건과 기자간담회 등에서 단 한 차례도 탈종하겠다고 밝힌 적이 없다. 다만 종도로서의 기본권인 선거권과 피선거권을 제한 당하고, 종헌 9조 3항과 4항을 근거로 선학원 소속 조계종 승려들의 도제에 대해 수계와 교육까지 종단이 좌지우지 하는 상황이 장기간 이어졌고, ‘법인관리법’을 제정하는 과정에서 해당 법인들과의 충분한 논의를 하지 않아 법인의 고유권한까지 침해하고 있다는 입장을 유지해 왔다.

그럼에도 호법부가 분종 및 탈종을 기도했고, 도당을 형성해 종단 질서를 문란케 했다는 혐의에 대한 근거도 애매모호한 상황에서 멸빈 징계를 청구한 것이어서 정치적 보복이라는 비판에서 종단이 자유로워지기 어려워 보인다. 도당을 형성해 종단 질서를 문란케할 경우 멸빈에 처할 수 있다는 조항은 1999년 조계종 총무원과 정화개혁회의 사이 종권 분쟁과정에서 만들어진 조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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