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처엔 정화, 파계는 뭘로 대처?

한국불교학회, 석전·한암 스님 통해 한국불교 진단

2014-04-18     조현성 기자

“‘파계승은 속인보다 못하다’고 했다. 일제강점기 대처승 문제가 한국불교 전통을 흔들었다면 현대사회의 빠른 변화는 다른 방식으로 조계종 존립을 위협하고 있다.”

자현 스님(조계종 교수아사리)은 18일 한국불교학회가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개최한 ‘석전과 한암, 한국불교의 시대정신을 말한다’ 주제 춘계학술대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스님은 주제발제 ‘석전과 한암을 통해 본 불교와 시대정신’에서 일제강점기 선과 교의 최고 종장이었던 석전(1870~1948)·한암(1876~1951) 스님을 조명했다.


고려 때 절반, 일제 때 70%가 대처

1925년 조선불교중앙교무원이 파악한 통계에 따르면, 당시 한국불교 승려는 비구 6324명, 비구니 864명으로 모두 7188명이었고, 이 가운데 4000여 명이 대처였다

자현 스님은 “당시 한국불교 출가자 가운데 2/3이 결혼을 했다는 것이다. 1925년 통계이다 보니 이후 상황은 대처승 비율이 절대 다수였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고려 원 간섭기에는 티베트 라마불교 영향으로 1/2이 대처승이었다. 일제강점기 상황은 한국불교 전통을 위협받는 최대의 사건이었다”고 했다.

스님은 “계행은 불교 수행자의 기본덕목이다. 화엄교학·남종선 사상이 발전하면서 계행은 답답하고 완고하다는 인상이 심어졌다. 그 결과가 계율 경시이며 무애행 강조”라고 했다.

계는 선택 아닌 필수

스님은 “붓다 정각 후 45년간 계행에 철저했다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계행은 미욱한 이의 실천만이 아닌 완성자에 의한 궁극의 실천이었다”고 했다. 이어 “계행의 실천을 경시하는 사람이라도 계행을 지키는 이를 존중하는 마음은 불자라면 당연하다”고 했다.

스님은 “(석전·)한암 스님 같은 계행에 부합했던 선지식이 칭송 받고 선양돼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현대 한국불교에 대한 위협을 극복하는데 석전·한암 스님의 정신을 되새겨 봄은 중요하다”고 했다.

스님은 “조계종 미래를 위해 시대적 요청을 어떻게 수용하느냐가 관건이다. 교계일치(敎戒一致), 선교일치(禪敎一致)라는 석전·한암의 가르침이 조계종의 올바른 전개방향이다”라고 했다.


같은 목적, 다른 방법 썼던 석전과 한암

김광식 교수(동국대 불교학술원)는 ‘석전과 한암의 문제의식’에서 석전·한암 스님의 문제의식을 비교했다.

김 교수는 “석전·한암 스님은 각기 조선불교가 남긴 유산, 서양 문명 및 종교 유입, 국권침탈이라는 현실에 직면해 불교를 구해야 한다는 시대의식에서 활동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석전은 자신이 할 일의 대상을 불교 교육·포교·개신에 뒀다. 석전이 제일 강조한 것은 시대 흐름에 맞는 교육 및 인재양성이었다”고 했다.

“한암은 선원에서 수행해 도를 깨치고, 이후 수좌 지도를 했다. 한암은 선을 중심에 놓으면서도 계정혜, 삼학수행을 철저하게 견지했다. 삼학수행 전통을 지키고 전통을 후대에 전하는 것을 자신의 임무로 인식했다”고 했다.


한국불교학회 새 회장에 권탄준 교수

이날 행사 개회식, 제1·2부, 종합토론, 임시총회 순으로 진행됐다.

제1부에서는 ▷자현 스님(월정사 교무국장)이 ‘석전과 한암을 통해 본 불교와 시대정신’ ▷조성택 교수(고려대)가 ‘근대한국불교에서 한암의 역할과 불교사적 의의 ▷이덕진 교수(창원문성대)가 ’한암의 선과 계율정신) ▷정도 스님(조계종교육원 교육부장)이 ‘한국불교와 석전영호의 위상’ ▷법상 스님(조계종포교원 포교연구실장)이 ‘석전의 계율관과 <계율약전>’을 발표했다.

제2부에서는 ▷김광식 교수(동국대)가 ‘석전과 한암의 문제의식’ ▷신규탁 교수(연세대)가 ‘일제강점기 불교와 석전의 교학이념’ ▷고영섭 교수(동국대)가 ‘영호(석전) 정호(한영)와 중앙불교전문학교’ ▷윤창화 대표(민족사)가 ‘한암의 공안과 선문답’ ▷혜명 스님(조계종교육원 불학연구소장)이 ‘천태에서 본 한암의 선사상’을 발표했다

행사는 석전·한암 두 선지식을 통해 조계종이 “불법에 대처없다”던 불교정화운동에서 시작됐음을 강조했다. 대중에게 조계종 시작이 ‘종헌’이 아닌 ‘계율’에 있었음을 주지시켰다.

임시총회에서는 한국불교학회장 김용표 교수 후임으로 권탄준 교수를 선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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