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차무시, 폭로전으로 치닫는 제주 관음사

중원-용주스님, 주지위임 약정…시몽스님 언론 폭로도 문제

2007-06-24     이혜조

종헌 종법 위배…주지 임명장이 종이조각에 불과?

총무원장의 고유권한이자 종헌종법에 따른 명령서인 본말사 주지임명장을 한낱 종이조각처럼 격하하는 사건이 잇따르고 있어 종단 차원의 진상조사와 처벌이 절실하다.

본사 주지임명장을 받고 나서 전 주지와 이면 약정서를 공증하는가하면 본-말사주지간에 미리 사표를 공증한 후에 말사주지를 총무원장에게 품신, 총무원장의 인사권을 무력화할 뿐아니라 종헌종법이 정한 주지의 책무를 위반하고 있다.

전현직 주지간 위임 약정서 차체도 문제지만 일부에서 호법부 제소에 앞서 이를 언론에 흘려 여론몰이용으로 사용하고 있는 점도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용주스님, 관음사 주지 전권 중원스님에 위임"

제주도 관음사 주지직무대리로 임명받은 시몽스님측은 지난 22일 "관음사 전 주지이자 회주인 중원스님은 2002년 11월 29일 당시 주지인 용주스님과 주지와 관련한 모든 직무를 위임하는 약정서를 체결한 뒤 변호사 공증까지 거쳤다"면서 관련 문건사본을 제주지역 언론과 불교계 언론사에 공개했다.

시몽스님측이 공개한 A4 한 장짜리 약정서는 "본인(용주스님)이 대한불교조계종 제23교구 본사 관음사 주지로 임명받았으나 제주도와 제주불교의 실정과 상황을 알지 못하기 때문에 주지 직무를 전주지이시고 회주이신 중원스님께 위임하여 수행하는 것이 관음사 운영과 성역화불사 추친과 제주불교 발전에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되어 관음사 주지 직무를 중원스님께 위임한다"하고 명시하고 있다.

위임 사항에는 ▲종헌, 지방종정법에서 정한 본사주지의 직무 ▲인사 ▲전통사찰보존법에서 정한 주지의 권한 ▲종사원 채용 및 해임 ▲재정수입과 지출 결정 ▲성역화불사와 관련 돈을 빌리고 갚는 일 ▲주지 직인을 사용하고 주지의 법명과 속명명의의 인장 제작 및 사용 ▲제반불사와 관련 기구극 시설하고 사람을 쓰는 일 ▲기타 관음사 주지로서 처리하고 해결해야 할 제반사항 등이 들어있다. 말로만 떠돌던 관음사 회주중심제의 실체가 드러난 것이다. 사실상 중원스님이 주지가 되고 용주스님은 허수아비에 불과한 셈이다.

주지직무 위임 약정서는 종헌종법 위배

이러한 위임 계약은 총무원장의 인사권에 대한 정면도전 내지 무시, 종헌종법 등이 규정한 본사 주지의 책무에 대한 위반일 뿐 아니라 산중 고유의 의결기구인 산중총회를 무력화하고 총회대중들의 무지를 그대로 드러내는 등 총제적 종무행정의 난맥상으로 고스란히 보여준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종헌 91조에는 "본사주지는 당해 관내종무를 통리하며 교구를 대표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98조에는 "주지는 당해 사찰 재산을 관리하고 수도 전법 포교 및 의식을 장리하며 그 사찰을 대표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본말사주지인사규정 8조는 "주지직에 취임하는 자는 종헌 종법 종령에 규정된 주지의 의무를 성실히 이행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본사주지는 본사주지회의법에 따라 종단의 주요사항을 협의하는 중요한 위치에 있다. 본사주지는 또 불교재산관리법에 따라 일체의 재산을 관리하며 지체없이 문화관광부장관에게 등록해야 한다.

그러나 본사주지는 종무원으로서 관음사의 경우처럼 종헌 종법 기타 법령을 위반하거나 종단의 합법적인 인사명령, 행정명령과 지시를 거부했을 경우 종법에 따라 징계를 받아야한다. 종무원이 종헌 종법에 위반되었을 때는 일반 승려보다 징계규정의 적용을 가중한다고 종법에 명시돼 있다.

중원-용주스님간의 약정서에 따르면 관음사 산중총회 구성원의 직무유기도 문제시된다. '제주불교의 실정을 잘 모르는' 용주스님을 애초에 주지로 뽑지 말았어야 했다.

이에 대해 관음사 관계자는 "25일께 용주스님과 중원스님의 공식적인 입장이 나올 것으로 안다"며 "당시 성역화불사를 추진하기 위한 고육지책이었으며, 어느 일방이 약정서를 요구한 것은 아니고 상호합의된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 중원스님과 용주스님간에 작성한 관음사 주지직무 위임 약정서. 제공= 관음사 임시종무소.

시몽스님, 호법부 제소 앞서 언론플레이도 문제

불교를 톡톡히 망신시키는 약정서를 호법부 제소등 종단 내부의 절차를 무시한 채 언론에 성급하게 흘린 시몽스님측의 처리방식도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관음사 임시종무소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14일 처음 문건을 입수한 뒤 내부적으로 공개시점 등에 대한 논의를 했다"면서 "현재 직무집행정지 가처분 결정을 앞둔 데다 제주지역 정서가 생각외로 현 총무원과 시몽스님측에 불리하게 돌아가는 점등을 감안해 언론 공개를 결정했다"고 시인했다.

이 관계자는 "제주지역 신문과 공중파에서 금요일, 토요일 잇따라 보도했으나 불교계는 다들 금강산 성지순례 때문에 보도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면서 "특히 25일 불교문화대학이 주최하는 대규모 체육대회가 제주대학 대운동장에서 열리고 있어 많은 제주불자들이 모인 가운데 여론을 환기하기 위해 언론 공개를 결정했다"며 언론플레이를 통한 여론반전을 자인했다.

호법부에서도 임시종무소가 문건을 입수한 시점에 약정서 내용을 파악했으나 아직 아무런 조치를 쥐하지 않고 있다. 임시종무소 측은 "호법부도 이 사실을 인지하고 있으며 곧 정식으로 중원 용주스님을 호법부에 추가 제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임시종무소측에서 비록 같은 시기에 호법부에 약정서 입수사실을 알렸다고는 하나 정식 제소와는 거리가 멀고, 언론에 공개한 약정서에 중원 용주 두스님의 주민등록번호가 그대로 실려 있는 점도 또 다른 문제점이다. 

수도권 모사찰도 주지 품신과정서 사표 공증

경기도 모사찰의 주지로 부임한 한 스님도 최근 품신 과정에서 미리 사표를 본사주지에게 공증했다. 총무원장이 종헌종법에 따라 4년 임기의 주지임명장을 수여한 것은 한낱 요식행위에 지나지 않다는 것을 반증한 것이다. 총무원장 스님도 임명장 수여전에 이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스스로 밝힌 적이 있어 불자들을 아연실색케 하고 있다.

해당 말사 주지는 최근 자신의 입장을 담은 글을 사중 스님들에게 보냈다. 이 주지는 입장표명글을 통해 "본사 주지스님이 조정자 역할을 부탁했다. 또 제안하기를 사전 사표공증을 요구하기에 좀 당황스러웠지만 교구발전과 문도화합을 위해 공증절차를 밟아드렸다"고 밝혔다. 스님은 "주지직이 탐나서도 아니요...헌신하겠다는 마음뿐"이라고 해명했다.

스님은 4월 9일 서약서와 사직서를 적어 서울시내 모 법무법인에서 공증했다. 그런 직후 이 스님은 사직서를 낸 사찰의 주지로 임명받아 5월 2일 주지직인 개인공고를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사찰 인수인계에 들어갔다. 몰론 이 스님이 공증한 사직서상의 사직날짜는 공란으로 비워져 있다. 본사 주지가 언제든지 사직일자를 적을 수 있는 이른바 '백지수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