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절반 진화론 믿어…시조새 교과서에 실려야

불교·가톨릭·무종교 모두 진화론 앞서…개신교 찬반 팽팽

2012-07-25     서현욱 기자
우리 국민들은 과학적인 진화론을 더 믿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고등학교 과학교과서에 진화론의 근거로 시조새의 내용이 ‘계속 실려야 한다’는 주장이 42%로 ‘삭제돼야 한다(19%)’는 주장보다 우세했다. 불교(42%)·가톨릭(42%)·무종교(47%)인들은 과학교과서에 ‘시조새가 계속 실려야 한다’는 견해가 우세했다. 하지만 개신교 신자는 ‘계속 실려야 한다’ 30%, ‘삭제돼야 한다’ 31%로 두 견해가 팽팽히 맞섰다.

한국갤럽이 지난 13일과 16일 2일간 시행한 ‘창조론과 진화론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다. 이 조사는 전국 만 19세 성인 남녀 613명을 무작위로 생성된 휴대전화번호로 직접 전화를 걸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조사했다. 표본오차는 ±4.0% 95% 신뢰수준이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우리 국민은 창조론 보다 진화론을 믿었다. 인류의 기원에 대한 의견에 대해 ‘인간은 다른 생물 종에서 진화했다’는 응답이 45%로 ‘인간은 신에 의해 창조됐다’는 응답(32%)보다 많았다. ‘창조론’과 ‘진화론’ 어느 쪽도 선택하지 않은 경우는 23%였다.


한국갤럽은 2001년 동일한 조사에서 ‘인간은 신에 의해 창조됐다’는 견해가 36%로 ‘인간은 다른 종에서 진화했다(29%)’보다 7%가 높아 창조론이 우세했다. 갤럽은 “지난 10여 년 동안 진화론을 믿는 응답자는 16%(29%→45%)가 늘어난 반면, 창조론을 믿는 응답자는 큰 변화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36%→32%)”고 설명했다.

개신교 신자의 75%, 가톨릭 신자의 42%가 ‘인간이 신에 의해 창조됐다’고 답해 개신교 신자들의 창조론 믿음이 우세했다. 반면 개신교 신자의 14%, 가톨릭 신자의 31%가 ‘인간은 다른 생물 종에서 진화했다’고 답해 가톨릭 신자들이 진화론에 더 관대했다. 불교 신자 46%와 무종교인 63%는 진화론이 우세했다.

성별로는 남성은 진화론이 51%, 창조론이 26% 였고, 여성은 창조론 37% 진화론 40%였다. 한국갤럽은 “남성보다 여성 중에 기독교를 믿는 신자가 많은 영향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연령별로는 나이가 적을수록 진화론이 우세했다. 20대의 63%, 30대는 55%, 40대는 48%가 진화론이 우세했고, 60대 이상은 30%가 창조론을 믿었고, 50대는 창조론(38%), 진화론(41%)로 주장이 양분됐다.


고등학교 교과서에 진화론의 건거로 시조새 내용이 ‘계속 실려야 한다’는 견해가 42%로 ‘삭제돼야 한다’(19%)보다 우세했다. 시조새 내용이 ‘계속 실려야 한다’는 견해는 60세 이상을 제외한 전 연령에서 ‘삭제돼야 한다’는 주장을 크게 앞섰다. 20~30대 젊은 층은 ‘게속 실려야 한다’는 응답이 절반 이상으로 과학계 의견에 동조하는 사람이 많았다.

지난 3월 교과서진화론개정추진위원회가 고등학교 교과서에 실린 시조새 등 진화론 관련 내용을 삭제 혹은 수정해 줄 것을 교육과학기술부에 요구했다. 이들의 요구에 과학계는 시조새 관련 내용의 삭제를 반대하는 청원을 교육과학기술부에 제출했다. 인류의 기원을 둘러싼 논란이 과학계과 종교계로 확산되고 있다.


한국갤럽은 “이번 여론 조사는 ‘창조론’과 ‘진화론’을 둘러싼 인류의 기원, 고등학교 과학교과서에서 시조새의 내용의 삭제여부에 대한 의견을 알아본 것”이라고 설명했다.